지난해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이 80%를 넘어서면서 올해 자동차 보험료가 인상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적자가 날 만큼 손해율이 오르면서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손해율 치솟은 자동차 보험…3년 만에 보험료 인상될까
하지만 금융당국 등에서는 실손의료 보험료가 대폭 오르는 데다 자동차 보험 적자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반박도 제기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DB·KB·메리츠·한화·롯데 등 7개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1~11월 자동차 보험 평균 손해율은 82.9%로 집계됐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둔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험료 수입이 100억원이고 보험금 지급액이 80억원이라면 손해율은 80%가 된다. 업계에서는 적정 손해율을 82% 정도로 보고 있다. 이를 넘어서면 운영비 등을 고려했을 때 손실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회사별로 보면 롯데손해보험이 84.9%로, 자동차 보험 누적 손해율이 가장 높다. 현대해상(83.5%), 한화손해보험(83.9%), KB손해보험(82.9%), 삼성화재(82.2%) 등도 적정 손해율을 웃돈다. 메리츠화재(81.9%)와 DB손해보험(81.2%)은 간신히 82% 아래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오른 것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와 한파, 폭설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평년 대비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2년부터 매년 1.2~2.8%의 자동차 보험료 인하 조치가 시행된 것도 손해율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는 최근 2년 동안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상생 금융에 동참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1~2%씩 보험료를 인하했다. 여기에 자동차 정비수가가 올해부터 전년 대비 2.7% 인상됐다. 자동차 정비수가는 보험에 가입한 차량이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다. 최근 보험 가입 차량이 고급화되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이 늘면서 부품비 부담도 커졌다.

자동차 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에 편입돼 있을 만큼 가계 지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보험료의 조정은 암묵적으로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결정하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에 난색을 보일 가능성도 작지 않다. 올해부터 가입자가 1000만 명에 달하는 3세대 실손보험료가 20% 인상되는 등 전체 실손보험이 평균 7.5% 오르는 것도 자동차 보험료 조정 폭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12월 자동차 손해율을 포함한 연간 손해율이 이달 중하순께 집계되면 올해 자동차 보험료 조정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누적 손해율이 더 치솟으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보험업계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동결 압박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중하순께 본격적으로 조정 계획과 관련한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