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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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료가 올해 평균 7.5% 오른다. 인상 폭은 가입 시기에 따라 다르다.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는 평균 20%씩 급등한다.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각자 보험료 상승 폭을 확인해 두는 게 좋다. 정부가 실손보험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신상품 출시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보험료 평균 7.5% 상승

실손보험료 평균 7.5% 오른다…3세대 가입자는 20% 더 내야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올해 실손보험료 조정률이 이같이 산출됐다고 발표했다. 작년 실손보험료가 평균 약 1.5% 오른 것과 비교하면 인상 폭이 커졌다. 보험사들은 가입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많으면 보험료를 인상한다.

도수치료, 비타민 주사 등 비급여 의료비 청구가 늘어 보험료를 인상했다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2023년 실손보험 평균 인상률은 8.9%, 2022년에는 14.2%였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올해 보험료 인상률은 보험사들의 평균 수준으로, 모든 가입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인상률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인상 폭은 가입한 시기와 성별, 나이 등에 따라 다르다.

실손보험은 가입 시기와 보장 내용에 따라 1~4세대로 나뉜다.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보험료는 평균 5만2800원에서 5만4278원으로 2% 오른다. 2세대 보험료는 3만1735원에서 3만3671원으로 6%가량 상승한다. 1세대 가입자는 약 684만 명, 2세대 가입자는 약 1621만 명이다.

나머지 1200만 명이 가입한 3·4세대 보험료의 상승 폭은 훨씬 크다.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3세대 보험료는 평균 1만9161원에서 2만3012원으로 20% 뛴다. 2021년 7월부터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4세대는 평균 1만2795원에서 1만4573원으로 약 13% 오른다.

보험사들은 3·4세대 보험료 인상 폭이 큰 것은 손해율이 더 빠르게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3·4세대 보험료는 1·2세대보다 싸지만 보험금이 가파르게 늘면서 손해율이 훨씬 크게 높아졌다. 3세대 손해율은 2023년 기준 137.2%로 전년 대비 18.5%포인트 상승했다. 4세대도 113.8%로 전년(91.5%)보다 22.3%포인트 뛰었다.

○갈아타면 보장 범위 좁아져

보험료 인상안이 발표되자 실손보험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보험료가 30%가량 오르는 3세대 상품 가입자의 고민이 깊어졌다. 현재 신규 가입하거나 갈아탈 수 있는 실손보험은 가장 최근에 출시된 4세대다. 4세대 역시 올해 보험료가 13% 오르지만 3세대에 비해서는 평균 보험료가 30%가량 싸다.

다만 과거에 가입한 실손보험일수록 비싼 대신 더 많이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가장 비싼 1세대는 입원 치료비를 자기부담금 없이 100%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비급여 도수치료,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비급여 주사료 등을 별다른 제한 없이 보상받을 수 있다.

2세대 이후로는 입원치료비 일부를 가입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또 외국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비는 1세대 상품은 보상받을 수 있지만 2세대 이후부터는 보상받을 수 없다. 2세대는 국민건강보험 급여에 한해 우울증, 공황장애, 조현병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

3세대부터는 과잉 진료가 우려되는 비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고 한도를 설정했다. 비급여 도수치료·MRI·주사료 등을 보상받으려면 별도 특약에 가입해야 한다. 4세대는 더 까다롭다. 비급여 자기부담금을 높게 설정했다. 보장 범위가 3세대보다 좁고 재가입 주기도 짧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실손보험 개혁을 추진하는 만큼 이미 가입돼 있다면 당분간 지켜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이 출시될 수 있어서다. 특히 4세대는 손해율이 급등한 상황이라 보험료가 가파르게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실손보험 개편안을 마련 중이다. 본인 부담률을 높인 5세대 실손보험 출시와 1세대 실손보험 재매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손보험 재매입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상금을 주고 최근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