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 비트코인 입지 공고할 듯…고금리 장기화 땐 악재
지난해 비트코인은 꿈의 가격으로 꼽히던 1억원과 10만달러(약 1억4700만원)를 잇따라 돌파했다. 올해도 비트코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이 됐기 때문에 조정 가능성도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비트코인 대통령’ 트럼프 취임

'디지털 금' 비트코인 입지 공고할 듯…고금리 장기화 땐 악재
2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초 5883만9000원에서 지난달 17일 한때 1억5719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연간 상승률은 약 160%에 달한다. 해외 시장에서도 한때 10만8249달러까지 오르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상반기 시작한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장기 하락 추세)를 끝내고 새로운 상승장을 맞이한 것이다.

작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건 크게 두 가지 호재 덕분이었다. 먼저 미국 증시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이 승인되면서 신규 자금이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 ‘암호화폐 대통령’을 자처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도 매수세를 자극하는 요인이었다.

올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도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암호화폐 시장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공약을 제시하며 기대를 키웠다. 구체적으로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비트코인 채굴 산업 지원 △조 바이든 정부 암호화폐 규제 철폐 △대통령 직속 가상자산 자문위원회 신설 등의 정책이 예고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암호화폐 반대론자’로 꼽히는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장(SEC)을 취임 첫날 해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차기 SEC 위원장으론 친(親)암호화폐론자인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이 지명됐다. 이 밖에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등 친암호화폐론자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거 포진해 있다.

글로벌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투자 확대도 기대된다. 작년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했지만 아직 기관의 투자는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시장 일각에선 미국 퇴직연금(401K) 등이 향후 비트코인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융기관도 중장기적으로 금과 유사한 성격의 비트코인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적 문제였던 마운트곡스와 독일 정부 물량 등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리스크도 대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올해 비트코인이 20만달러대까지 상승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매트 호건 비트와이즈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반감기로 인한 공급 감소와 기업, 정부 기관의 신규 매수세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비트코인의 상승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올해 연말에는 20만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리 불확실성 변수

하지만 비트코인에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건 아니다. 먼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고금리 장기화로 이어지면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보편관세 부과, 대규모 감세 등 트럼프 공약이 현실화하면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재정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결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친암호화폐 정책이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와 관련해 선을 그은 것이 대표적이다.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에 Fed가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10만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구글이 양자컴퓨터 ‘윌로우’를 발표하면서 비트코인이 타격을 받았다.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의 암호화를 해독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에 직접적인 보안 위협을 가할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10~20년은 걸릴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적립식·분산 투자해야”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 조정을 받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은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과 상관관계가 적고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몰빵’이 아닌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적립식 투자를 통해 높은 가격 변동성을 헤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매주 또는 매달 적금을 붓는 것처럼 비트코인을 매입하면 단기적인 가격 급등락에 영향을 덜 받고,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비트코인을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얼마를 벌었을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결과도 있다. 2015년 초부터 매주 비트코인을 100달러(약 15만원)어치 투자했다면 원금은 총 5만2200달러(약 7700만원)인데 평가액은 329만달러(약 49억원)에 달한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