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 쇼핑 안 하고 살기’ 체험담…“덜어내는 삶의 행복”
새해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이런저런 계획을 세운다. 무엇을 새롭게 시작할 것인지,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이미 뭔가를 더할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more)’ 하는 것이 아니라 ‘덜(less)’ 하는 것이다. 소비도, 물건도, 욕망도 줄여야 하고, 생각도 덜 해야 한다. 삶을 짓누르고 있는 온갖 잡다한 것들을 덜어낼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

2025년 시작과 함께 영국에서는 <덜어내는 해(The Year of Less)>라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캐나다 출신 작가 카이트 플랜더스(Cait Flanders)가 ‘1년간 쇼핑하지 않고 살아보기’라는 특별한 자기 실험을 통해 완성한 이 책은 2018년에 처음 출간됐다. 이후 매년 연초가 되면 입소문을 타고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책은 물질주의와 소비주의가 우리 삶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소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정리, 마음챙김, 그리고 소유에서 경험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저자의 경험을 읽어내려가면서, 독자들은 우리를 진정으로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20대 후반 자신의 삶이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 저자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그는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원하는 소비주의의 악순환에 갇혀 있었다. 3만 달러가 넘는 카드빚을 겨우 갚았지만, 오랜 소비 습관을 버리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무언가를 사는 행위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년 간 쇼핑 안 하고 살기’ 체험담…“덜어내는 삶의 행복”
책에는 저자가 식음료, 각종 청구서, 자동차 연료 등과 같은 필수품에만 돈을 쓰고, 자신의 집을 채우고 있던 물건을 꾸준히 정리하면서 보낸 1년의 기록이 정리되어 있다. 1년 동안 물건의 70%를 없앴다. 소득의 51%로만 생활했으며, 31%를 저축했고, 마지막 18%로 여행을 즐겼다. 쇼핑하지 않고 물건을 줄이면서 저자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 어떠한 변화들이 나타났는지 상세하게 기록했다. 자신이 왜 쇼핑이나, 술 또는 음식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만 했는지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나는 나 자신에게 매우 편안합니다. 나는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염려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면서 뭔가를 사지 않습니다. 나는 이미 내가 가진 것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최신 상품 또는 유행하는 아이템을 원하지 않으며, 그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건을 없애면 잃어버린 시간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깁니다.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됩니다.”

저자는 덜 소비할수록 더 만족스러웠고, 물건을 정리하면서 온갖 중독이 사라지고 삶이 더욱 가벼워졌다고 말한다. 부족한 것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1년간의 도전을 통해 깨달은 진리는 무엇이든 눈앞에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것이 정말 꼭 필요한지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 삶에서 덜어내고 뺄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