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종말' 오나…'비만 치료제 붐'에 흔들리는 설탕 수요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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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량 약물의 사용 증가가 올해 설탕 수요 급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간식을 적게 구매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관련 기업과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만 치료제의 주성분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은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포만감을 유도, 식욕과 단 음식에 대한 갈망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2023년 존 퍼너 월마트 미국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비만약이 출시 이후 장바구니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언급했다. 이후 코카콜라, 펩시코, 몬델리즈인터내셔널 등 주요 식품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허쉬 역시 GLP-1 약물의 확산이 매출에 "경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비만약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설탕 수요 감소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설탕 무역업체 차르니코프의 스티븐 겔다트 분석가는 "GLP-1 약물이 이미 부유한 국가들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약물들이 여전히 비싸기 때문에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에서는 오는 3월부터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아 출시될 예정이다.
FT는 "만약 가격이 내려가고 접근성이 넓어진다면, 그 영향은 중간소득 국가와 개발도상국에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설탕 소비국인 인도에서도 당뇨병과 비만율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는 연간 2900만 t의 설탕을 소비해 전 세계 수요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GLP-1 약물이 인도 시장에 도입된다면 글로벌 설탕 시장에 큰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수요 감소 우려에도 설탕 공급은 풍부한 상황이다. 지난달 인도에서는 설탕 공급 과잉으로 설탕 가격이 1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하라슈트라주 콜하푸르 지역의 설탕 도매가는 최근 4개월 동안 약 8% 하락해 t당 3만3675루피(약 57만원)로 떨어졌다. 이는 2023년 6월 이후 최저치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체중 감량 약물이 설탕 수요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영국 학술원 소속 폴 베렌스 교수는 "설탕이 건강에 해롭다는 캠페인이 수십 년간 지속됐음에도 지난 60년간 설탕 소비는 네 배 증가했다"며 "전 세계 설탕 소비량은 여전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GLP-1 약물은 가격이 너무 높아 주로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그는 "이런 약물이 설탕 수요를 감소시킨다고 해도 속도는 느릴 것"이라며 "시장과 생산자들이 충분히 적응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간식을 적게 구매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관련 기업과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만 치료제의 주성분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은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포만감을 유도, 식욕과 단 음식에 대한 갈망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2023년 존 퍼너 월마트 미국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비만약이 출시 이후 장바구니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언급했다. 이후 코카콜라, 펩시코, 몬델리즈인터내셔널 등 주요 식품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허쉬 역시 GLP-1 약물의 확산이 매출에 "경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비만약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설탕 수요 감소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설탕 무역업체 차르니코프의 스티븐 겔다트 분석가는 "GLP-1 약물이 이미 부유한 국가들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약물들이 여전히 비싸기 때문에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에서는 오는 3월부터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아 출시될 예정이다.
FT는 "만약 가격이 내려가고 접근성이 넓어진다면, 그 영향은 중간소득 국가와 개발도상국에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설탕 소비국인 인도에서도 당뇨병과 비만율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는 연간 2900만 t의 설탕을 소비해 전 세계 수요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GLP-1 약물이 인도 시장에 도입된다면 글로벌 설탕 시장에 큰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수요 감소 우려에도 설탕 공급은 풍부한 상황이다. 지난달 인도에서는 설탕 공급 과잉으로 설탕 가격이 1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하라슈트라주 콜하푸르 지역의 설탕 도매가는 최근 4개월 동안 약 8% 하락해 t당 3만3675루피(약 57만원)로 떨어졌다. 이는 2023년 6월 이후 최저치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체중 감량 약물이 설탕 수요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영국 학술원 소속 폴 베렌스 교수는 "설탕이 건강에 해롭다는 캠페인이 수십 년간 지속됐음에도 지난 60년간 설탕 소비는 네 배 증가했다"며 "전 세계 설탕 소비량은 여전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GLP-1 약물은 가격이 너무 높아 주로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그는 "이런 약물이 설탕 수요를 감소시킨다고 해도 속도는 느릴 것"이라며 "시장과 생산자들이 충분히 적응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