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2' 감독 "탑, 이렇게 용서받지 못했을 줄이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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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 황동혁 감독
황동혁 감독이 캐스팅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황 감독은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 인터뷰에서 탑의 캐스팅과 연기력 논란에 "배우니 최승현이라 하겠다"며 "최승현 씨가 그렇게 용서받지 못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2'는 넷플릭스 흥행 역사를 새로 쓴 '오징어게임'의 후속 이야기를 담았다.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았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오징어게임2'는 12월 넷째 주(23∼29일) 시청 시간은 4억8760만 시간으로 집계됐다.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같은 기간 영어권 TV 부문, 영어·비영어권 영화 부문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시청 시간이다.
공개 첫 주 기준으로 2021년 9월 넷째 주(20∼26일)에 전작 '오징어게임1' 이 세운 4억4873만시간의 기록을 깨고 최장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오징어게임1'의 5억7176만 시간에 이어 역대 2위다.
하지만 '오징어게임2'는 공개 후 탑이 마약을 하는 래퍼 타노스 역을 맡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대마초 전과가 있는 탑이 '약쟁이 래퍼'를 연기한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 여기에 탑의 과장된 표정 등 미흡한 연기력까지 도마에 올랐다.
황 감독은 시즌1에 이어 '오징어게임2'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까지 맡았다. 시즌2에서는 코인 투자, 전세 사기, 온라인 도박 등으로 큰 빚을 지게 되는 젊은 시대가 증가하는 현시대의 초상을 새로운 참가자들의 모습에 투영하며 시즌1과 차별화를 꾀했다. 황 감독은 탑의 캐스팅도 이 부분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젊은 친구들 얘기를 하고 싶었다. 가상화폐, 코인 이런 것들을 반영하는 그룹을 만들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타노스라는 캐릭터도 나왔다"며 "오랫동안 오디션을 했고, 제 기준으로는 할만한 친구를 찾진 못했다"면서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때 누군가가 가져온 리스트 중에 최승현 씨가 있었다"며 "'연기를 안 한지 오래되지 않았냐'라고 했는데, '연기를 하던 친구고, 랩도 할거고, 그래서 물망에 올려달라'고 해서 제작사 통해 연락을 했다"고 부연했다.
탑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후 "반응을 보고 화들짝 놀라긴 했다"며 "이렇게 용서받지 못한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용서 못받아서 안되겠다'고 감독으로 내칠 수 없었다"며 "그래서 잘 만들어서 보여주자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황 감독과 일문일답 ▲ 시즌2에 대한 만족도가 궁금하다. 시즌2 공개 후 여러 반응이 나오지 않았나.
시즌2는 개인적으로 만들면서도 좋았고, 결과물도 좋았다. 시즌1은 단선적인 이야기다. 성기훈이 게임에 들어와 어떻게 살아남는가, 그리고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번엔 확장됐다. 심리 싸움도 있고, 많은 집단도 있고, 디테일한 관계가 잘 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는 만족도가 높다. 그럼에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아무래도 한 호흡의 이야기인데 변곡점에서 끝나니 그런 거 같다. 결말에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야기의 질로 봤을 때 시즌2가 좋다. 시즌2에서 시즌1가 주는 놀라움을 그대로 재현할 순 없고, 그 부분이 사라진 것에 대한 절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평가한 분도 있고, '이건 더 좋네' 한 부분도 있다. 받을 정도의 평가를 받는 거 같다. 로튼토마토 반응이 시즌1은 (만족도가) 90%대였는데, 지금은 80% 정도다. 비율로 보면 10명 중 1명 정도 떨어져 나간 거다. 모든 걸 시즌1처럼 충격적으로 만족시키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 받아들이기 힘든 평가가 있었나.
각자의 입장에서 보고, 불만이 있는 거에서 보는 거라서. 다만 이게 확장된 얘기라 생각하고 작업을 했다. 아예 다른 얘길 만들어버리면, '이건 다 어디갔어' 하는 분들도 있을거 같았다. 그래서 새로운 걸 추가하면서 변화를 준건데, 뉴욕타임스에서 '그걸 바뀐게 없다'고 하니 당황했다.
▲ 국내에서 제기된 비판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한 건 탑이었다.
연기자니 탑을 최승현 씨라고 하겠다. 승현 씨의 이력에 대해 해외 시청자들은 잘 알지 못하니, 외국에서는 그런 비판이 나오지 않을테고, 국내에선 캐스팅 발표 당시부터 우려와 비난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그 부분은 감수하고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까서 보여드려서, 다시 평가를 받고, 그때 나오는 질문에 답을 드린다는 생각을 했고, 많은 분들의 반응을 봤다.
▲ 탑의 비중이 꽤 큰데, 홍보 일정에서 다 빠졌다. 논란때문일까.
처음 작업을 할땐 시즌3까지 같이 했고, 전체를 봤을 땐 비중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워낙 튀는 캐릭터라 비중이 있게 느껴졌을 거 같다. 승현 씨와 홍보를 하려다 여론이 안좋아 뺀 건 아니다. 비난이 캐스팅 당시부터 있었고, '홍보를 같이하긴 힘들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했다. 이 친구는 공백이 길고, 쌓인게 많아서 더 깊이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 나서기 전에 뭔가 준비해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연기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시즌1 때에도 만화적인 과장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한국에선 얘기가 있었다. 의도된 인물이고, 그게 해외에서는 사랑을 받았다. 타노스도 만화적이고 과장된 캐릭터라 대한 불호는 있을 거라 생각했다. 스스로 취해있고, 래퍼들 중 약간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모티브로 만든 거였다. 제가 만든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특히 한국에서는 과잉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싶지만, 외국에서는 타노스에 대한 호감이 많다. 그런 캐릭터를 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는 거 같다.
▲ 타노스는 강렬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라 배우들이 굉장히 탐낼만한 인물이였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시즌2를 시작할 때 젊은 친구들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가상화폐, 코인 투자 이런 것들을 반영하는 그룹을 만들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타노스라는 캐릭터도 나온 거다. 힙합을 하고, 마약까지 하는. 오랫동안 오디션을 했고, 제 기준으로는 할만한 친구를 찾진 못했다. 그때 누군가가 가져온 리스트 중에 최승현 씨가 있었다. '연기를 안한지 오래되지 않았냐'라고 물었는데, '연기를 하던 친구고, 랩도 할거고, 그래서 물망에 올려달라'고 해서 제작사 통해 연락을 했다. 기대는 안했다. 말 그대로 대마초 때문에 모든걸 그만둔 친구가 자신과 닮아있는, 약으로 망한 래퍼 역을 할 수 있을까 싶더다. 그런데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오디션 겸해서 (대본)리딩을 했고, 가능성을 봤다. 긴장을 해서 땀에 절어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기대하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용서받지 못한지 몰랐다. 캐스팅할 때 찾아봤다. 대마초로 잡혀간 분들이 어떻게 복귀했는지. 한 4년 정도 걸리더라. 그런 분들이 2000년대에도 쭉 있었고. 사실은 '이정도면 어느정도 사람들이 용인하지 않을까'해서 진행했던 건데, 반응을 보고 화들짝 놀라긴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복귀안하겠다' 이런 멘트도 해서 '일을 키워놓았구나' 싶더라. 그런데 '용서 못받아서 안되겠다'고 감독으로서 내칠 수 없었다. 그래서 잘 만들어서 보여주자고 한 거다. 복귀 후 뭘 보여주고 용서를 받는 건데, 그 판단에 함께하게 된 거다.
▲ 최승현 외에 오달수 배우도 미투로 문제가 됐다.
제가 법관은 아니라 판단은 힘들지만, 기소되지 않고 사건이 끝나지 않았나. 그 사건의 디테일과 경중을 판단할 위치는 아니지만 정확하게 뭔가 잘못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작품에도 나오고 있었다. 활동을 하고 계셨기에 '이렇게 비난받을 일인가', '아직도 이렇게 용서를 못받나' 이런 생각을 했다. 승현 씨, 달수 씨가 둘 다 나와서 더 시너지가 된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하지, 기준이 있는 게 아니니까. 문제를 삼으면 삼고, 넘어갈 수 있다면 넘어갈 수 잇는데 그런 착잡하고 복잡한 심정으로 논란이 나올 때마다 지켜봤다. 시청자들이 판단할 문제같다. 제 소견으로는 '써도된다'는 생각으로 캐스팅을 한 거다. 오달수 씨 연기를 좋아해서 작품을 하고 싶었고, 이 역이 잘 어울려서 한거다. 친구도, 친척도 아니고, 복귀를 도우려 한 것도 아니다. 이미 복귀를 하기도 했고. ▲ 게임 밖에서 이뤄지는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비평도 많았다.
할 거 같은데 하지 않는 맥거핀으로 봤으면 좋겠다. 시즌3까지 봐 줬으면 좋겠다.
▲ 성기훈에게 답답함을 호소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성기훈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시청자들은 알 수 있는 힌트를 조금씩 준건데 그게 '이것도 몰라'라는 역효과가 나온 거 같다. 시즌2에서 진지하게 바뀌긴 했지만 기훈은 기본적으로 선하지 않나. 돈케호테같은 인물을 그리고 싶다. 기훈의 반란도 그런 느낌이라 생각했다.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같은, 그런 의미로 묘사하고 싶었다. 답답함이 있는 건 사실이다. '작은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도 조금씩 망가지는 기훈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게 시즌3까지 이어질 성기훈의 주요 변화 지점이기도 하다. 바닥을 치고 변화하는 기훈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
▲ 공유의 연기에 대해서는 호평이 이어졌다.
시즌2에서 1화는 무조건 딱지남에 대한 얘길 하고 싶었다. 그의 서사를 자세하지 않아도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다. 공유 씨는 영화 '도가니'를 같이 했고, 딱지남으로 시즌1에 특별출연을 해서 다시 한번 나오게 됐다. 그런데 저도 놀랐다. 정말 이 캐릭터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연기하더라. 에너지가 어마어마했다. 공유 배우의 첫 악역이라고 하더라. 전형적인 악역이 아니고 미스터리한 악역이라 잘 해보고 싶다는 본인 의지도 강했다. NG가 거의 없었다.
▲ 배우 박성훈이 연기한 현주 캐릭터도 주목받았다.
이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메이저는 아닐 거다. 다들 마이너하다. 구석에 몰린 사람, 핍박에 몰린 사람, 이 시대 한국 사람은 누굴까 생각했다. 성소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랜스젠더 문제가 많이 보도되기도 했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나 이런 분들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트랜스젠더가 서양에서는 폭넓게 인정되는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안좋은 시선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분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오징어게임' 안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스스로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좋은 시선으로 보여주면, 국내에서도 그 관점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주인공은 게임인데, 어떻게 구성했을까.
시즌1에서 영상화하기 좋은 게임, 캐릭터를 이미 다 썼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다. 시즌1에서 하고 싶었다 탈락한 게임 리스트를 다시 뒤져보고, 점검했다. 처음엔 단체전이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오징어게임2' 시그니처는 영희고, 그래서 첫 게임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다시 했다. 이를 통해 기훈이 경험자로서 할 수 있는게 있도록 했다. 이후 단체로 하는 게임을 해야겠다 싶어서 5인6각을 넣었다. 한국 게임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나로 하기엔 작지만, 그걸 묶으면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둥글게 둥글게'는 유치원부터 많이 하지 않나. 그런데 단순하지만 잔인하다. 어릴때 그 게임을 하면서 그런 경험 없나. 누군가 뜯어내고, 인원수 맞추려 싸우고, 약한 사람이 소외되기도 한다. 묘한 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철수의 공개로 시즌3에서 어떤 게임을 할 지 여러 예측이 나오고 있다.
스포일러라 어떤 게임도 말하지 못한다. 철수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너무 많은 분석과 예측을 해서 놀랍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어떻게든 맞춰서 '성지순례' 이런걸 하려고 하는 거 같다. (웃음)
▲ '오징어게임2'에 대한 비판은 그게 '오징어게임'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저는 '오징어게임'을 만들고, 홍보하고, 다시 '오징어게임'을 만들었다. 계속 이 안에 있어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정도인지, 그런 것도 모르고 산 거 같다. '이렇게 관심이 컷구나' 이런걸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 '왕관의 무게'라고 하는데, 제가 일자목이라 목도 아프고 그렇지만, 그 왕관으로 얻은 영광이 있기에 질책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섭섭한 지점은, 이 우울한 한국에서 세상에 '그래도 한국이 괜찮은 나라다'라는 걸 알려주는 그런 콘텐츠인데, 국내에서 가장 각박한 평가를 받는 거 같다. 똥개도 집에 가면 50%는 먹고 들어간다는데, 집에 왔는데 더 안절부절하고 마음이 안편한 거 같다.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 그럼에도 좋은 기록 중이다. 골든글로브도 공개 전에 노미네이트됐고. 넷플릭스에선 뭐라던가.
넷플릭스 측에서는 "아주 좋은 기록이다", "추이를 지켜보자고 하다" 하시더라. 감사하다. 전세계에서 이렇게 사랑을 받았구나 싶었다.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제가 뭘 만들어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싶다. 골든글로브는 한 호흡으로 썼다가 나누게 될 때, 시상식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완결이 안났고,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드러나지 않아서.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려면 하고자 하는 얘기가 완벽하게 드러나야하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노미네이트가 된 것만으로도 충격을 받고 놀랐다. 어쨋든 1년 동안 나온 기라성같은 작품 중 6개 안에 들은 거니까. 수상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시즌3로 노려보려 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황 감독은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 인터뷰에서 탑의 캐스팅과 연기력 논란에 "배우니 최승현이라 하겠다"며 "최승현 씨가 그렇게 용서받지 못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2'는 넷플릭스 흥행 역사를 새로 쓴 '오징어게임'의 후속 이야기를 담았다.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았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오징어게임2'는 12월 넷째 주(23∼29일) 시청 시간은 4억8760만 시간으로 집계됐다.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같은 기간 영어권 TV 부문, 영어·비영어권 영화 부문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시청 시간이다.
공개 첫 주 기준으로 2021년 9월 넷째 주(20∼26일)에 전작 '오징어게임1' 이 세운 4억4873만시간의 기록을 깨고 최장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오징어게임1'의 5억7176만 시간에 이어 역대 2위다.
하지만 '오징어게임2'는 공개 후 탑이 마약을 하는 래퍼 타노스 역을 맡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대마초 전과가 있는 탑이 '약쟁이 래퍼'를 연기한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 여기에 탑의 과장된 표정 등 미흡한 연기력까지 도마에 올랐다.
황 감독은 시즌1에 이어 '오징어게임2'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까지 맡았다. 시즌2에서는 코인 투자, 전세 사기, 온라인 도박 등으로 큰 빚을 지게 되는 젊은 시대가 증가하는 현시대의 초상을 새로운 참가자들의 모습에 투영하며 시즌1과 차별화를 꾀했다. 황 감독은 탑의 캐스팅도 이 부분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젊은 친구들 얘기를 하고 싶었다. 가상화폐, 코인 이런 것들을 반영하는 그룹을 만들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타노스라는 캐릭터도 나왔다"며 "오랫동안 오디션을 했고, 제 기준으로는 할만한 친구를 찾진 못했다"면서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때 누군가가 가져온 리스트 중에 최승현 씨가 있었다"며 "'연기를 안 한지 오래되지 않았냐'라고 했는데, '연기를 하던 친구고, 랩도 할거고, 그래서 물망에 올려달라'고 해서 제작사 통해 연락을 했다"고 부연했다.
탑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후 "반응을 보고 화들짝 놀라긴 했다"며 "이렇게 용서받지 못한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용서 못받아서 안되겠다'고 감독으로 내칠 수 없었다"며 "그래서 잘 만들어서 보여주자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황 감독과 일문일답 ▲ 시즌2에 대한 만족도가 궁금하다. 시즌2 공개 후 여러 반응이 나오지 않았나.
시즌2는 개인적으로 만들면서도 좋았고, 결과물도 좋았다. 시즌1은 단선적인 이야기다. 성기훈이 게임에 들어와 어떻게 살아남는가, 그리고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번엔 확장됐다. 심리 싸움도 있고, 많은 집단도 있고, 디테일한 관계가 잘 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는 만족도가 높다. 그럼에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아무래도 한 호흡의 이야기인데 변곡점에서 끝나니 그런 거 같다. 결말에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야기의 질로 봤을 때 시즌2가 좋다. 시즌2에서 시즌1가 주는 놀라움을 그대로 재현할 순 없고, 그 부분이 사라진 것에 대한 절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평가한 분도 있고, '이건 더 좋네' 한 부분도 있다. 받을 정도의 평가를 받는 거 같다. 로튼토마토 반응이 시즌1은 (만족도가) 90%대였는데, 지금은 80% 정도다. 비율로 보면 10명 중 1명 정도 떨어져 나간 거다. 모든 걸 시즌1처럼 충격적으로 만족시키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 받아들이기 힘든 평가가 있었나.
각자의 입장에서 보고, 불만이 있는 거에서 보는 거라서. 다만 이게 확장된 얘기라 생각하고 작업을 했다. 아예 다른 얘길 만들어버리면, '이건 다 어디갔어' 하는 분들도 있을거 같았다. 그래서 새로운 걸 추가하면서 변화를 준건데, 뉴욕타임스에서 '그걸 바뀐게 없다'고 하니 당황했다.
▲ 국내에서 제기된 비판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한 건 탑이었다.
연기자니 탑을 최승현 씨라고 하겠다. 승현 씨의 이력에 대해 해외 시청자들은 잘 알지 못하니, 외국에서는 그런 비판이 나오지 않을테고, 국내에선 캐스팅 발표 당시부터 우려와 비난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그 부분은 감수하고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까서 보여드려서, 다시 평가를 받고, 그때 나오는 질문에 답을 드린다는 생각을 했고, 많은 분들의 반응을 봤다.
▲ 탑의 비중이 꽤 큰데, 홍보 일정에서 다 빠졌다. 논란때문일까.
처음 작업을 할땐 시즌3까지 같이 했고, 전체를 봤을 땐 비중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워낙 튀는 캐릭터라 비중이 있게 느껴졌을 거 같다. 승현 씨와 홍보를 하려다 여론이 안좋아 뺀 건 아니다. 비난이 캐스팅 당시부터 있었고, '홍보를 같이하긴 힘들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했다. 이 친구는 공백이 길고, 쌓인게 많아서 더 깊이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 나서기 전에 뭔가 준비해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연기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시즌1 때에도 만화적인 과장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한국에선 얘기가 있었다. 의도된 인물이고, 그게 해외에서는 사랑을 받았다. 타노스도 만화적이고 과장된 캐릭터라 대한 불호는 있을 거라 생각했다. 스스로 취해있고, 래퍼들 중 약간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모티브로 만든 거였다. 제가 만든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특히 한국에서는 과잉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싶지만, 외국에서는 타노스에 대한 호감이 많다. 그런 캐릭터를 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는 거 같다.
▲ 타노스는 강렬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라 배우들이 굉장히 탐낼만한 인물이였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시즌2를 시작할 때 젊은 친구들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가상화폐, 코인 투자 이런 것들을 반영하는 그룹을 만들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타노스라는 캐릭터도 나온 거다. 힙합을 하고, 마약까지 하는. 오랫동안 오디션을 했고, 제 기준으로는 할만한 친구를 찾진 못했다. 그때 누군가가 가져온 리스트 중에 최승현 씨가 있었다. '연기를 안한지 오래되지 않았냐'라고 물었는데, '연기를 하던 친구고, 랩도 할거고, 그래서 물망에 올려달라'고 해서 제작사 통해 연락을 했다. 기대는 안했다. 말 그대로 대마초 때문에 모든걸 그만둔 친구가 자신과 닮아있는, 약으로 망한 래퍼 역을 할 수 있을까 싶더다. 그런데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오디션 겸해서 (대본)리딩을 했고, 가능성을 봤다. 긴장을 해서 땀에 절어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기대하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용서받지 못한지 몰랐다. 캐스팅할 때 찾아봤다. 대마초로 잡혀간 분들이 어떻게 복귀했는지. 한 4년 정도 걸리더라. 그런 분들이 2000년대에도 쭉 있었고. 사실은 '이정도면 어느정도 사람들이 용인하지 않을까'해서 진행했던 건데, 반응을 보고 화들짝 놀라긴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복귀안하겠다' 이런 멘트도 해서 '일을 키워놓았구나' 싶더라. 그런데 '용서 못받아서 안되겠다'고 감독으로서 내칠 수 없었다. 그래서 잘 만들어서 보여주자고 한 거다. 복귀 후 뭘 보여주고 용서를 받는 건데, 그 판단에 함께하게 된 거다.
▲ 최승현 외에 오달수 배우도 미투로 문제가 됐다.
제가 법관은 아니라 판단은 힘들지만, 기소되지 않고 사건이 끝나지 않았나. 그 사건의 디테일과 경중을 판단할 위치는 아니지만 정확하게 뭔가 잘못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작품에도 나오고 있었다. 활동을 하고 계셨기에 '이렇게 비난받을 일인가', '아직도 이렇게 용서를 못받나' 이런 생각을 했다. 승현 씨, 달수 씨가 둘 다 나와서 더 시너지가 된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하지, 기준이 있는 게 아니니까. 문제를 삼으면 삼고, 넘어갈 수 있다면 넘어갈 수 잇는데 그런 착잡하고 복잡한 심정으로 논란이 나올 때마다 지켜봤다. 시청자들이 판단할 문제같다. 제 소견으로는 '써도된다'는 생각으로 캐스팅을 한 거다. 오달수 씨 연기를 좋아해서 작품을 하고 싶었고, 이 역이 잘 어울려서 한거다. 친구도, 친척도 아니고, 복귀를 도우려 한 것도 아니다. 이미 복귀를 하기도 했고. ▲ 게임 밖에서 이뤄지는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비평도 많았다.
할 거 같은데 하지 않는 맥거핀으로 봤으면 좋겠다. 시즌3까지 봐 줬으면 좋겠다.
▲ 성기훈에게 답답함을 호소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성기훈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시청자들은 알 수 있는 힌트를 조금씩 준건데 그게 '이것도 몰라'라는 역효과가 나온 거 같다. 시즌2에서 진지하게 바뀌긴 했지만 기훈은 기본적으로 선하지 않나. 돈케호테같은 인물을 그리고 싶다. 기훈의 반란도 그런 느낌이라 생각했다.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같은, 그런 의미로 묘사하고 싶었다. 답답함이 있는 건 사실이다. '작은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도 조금씩 망가지는 기훈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게 시즌3까지 이어질 성기훈의 주요 변화 지점이기도 하다. 바닥을 치고 변화하는 기훈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
▲ 공유의 연기에 대해서는 호평이 이어졌다.
시즌2에서 1화는 무조건 딱지남에 대한 얘길 하고 싶었다. 그의 서사를 자세하지 않아도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다. 공유 씨는 영화 '도가니'를 같이 했고, 딱지남으로 시즌1에 특별출연을 해서 다시 한번 나오게 됐다. 그런데 저도 놀랐다. 정말 이 캐릭터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연기하더라. 에너지가 어마어마했다. 공유 배우의 첫 악역이라고 하더라. 전형적인 악역이 아니고 미스터리한 악역이라 잘 해보고 싶다는 본인 의지도 강했다. NG가 거의 없었다.
▲ 배우 박성훈이 연기한 현주 캐릭터도 주목받았다.
이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메이저는 아닐 거다. 다들 마이너하다. 구석에 몰린 사람, 핍박에 몰린 사람, 이 시대 한국 사람은 누굴까 생각했다. 성소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랜스젠더 문제가 많이 보도되기도 했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나 이런 분들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트랜스젠더가 서양에서는 폭넓게 인정되는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안좋은 시선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분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오징어게임' 안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스스로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좋은 시선으로 보여주면, 국내에서도 그 관점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주인공은 게임인데, 어떻게 구성했을까.
시즌1에서 영상화하기 좋은 게임, 캐릭터를 이미 다 썼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다. 시즌1에서 하고 싶었다 탈락한 게임 리스트를 다시 뒤져보고, 점검했다. 처음엔 단체전이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오징어게임2' 시그니처는 영희고, 그래서 첫 게임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다시 했다. 이를 통해 기훈이 경험자로서 할 수 있는게 있도록 했다. 이후 단체로 하는 게임을 해야겠다 싶어서 5인6각을 넣었다. 한국 게임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나로 하기엔 작지만, 그걸 묶으면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둥글게 둥글게'는 유치원부터 많이 하지 않나. 그런데 단순하지만 잔인하다. 어릴때 그 게임을 하면서 그런 경험 없나. 누군가 뜯어내고, 인원수 맞추려 싸우고, 약한 사람이 소외되기도 한다. 묘한 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철수의 공개로 시즌3에서 어떤 게임을 할 지 여러 예측이 나오고 있다.
스포일러라 어떤 게임도 말하지 못한다. 철수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너무 많은 분석과 예측을 해서 놀랍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어떻게든 맞춰서 '성지순례' 이런걸 하려고 하는 거 같다. (웃음)
▲ '오징어게임2'에 대한 비판은 그게 '오징어게임'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저는 '오징어게임'을 만들고, 홍보하고, 다시 '오징어게임'을 만들었다. 계속 이 안에 있어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정도인지, 그런 것도 모르고 산 거 같다. '이렇게 관심이 컷구나' 이런걸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 '왕관의 무게'라고 하는데, 제가 일자목이라 목도 아프고 그렇지만, 그 왕관으로 얻은 영광이 있기에 질책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섭섭한 지점은, 이 우울한 한국에서 세상에 '그래도 한국이 괜찮은 나라다'라는 걸 알려주는 그런 콘텐츠인데, 국내에서 가장 각박한 평가를 받는 거 같다. 똥개도 집에 가면 50%는 먹고 들어간다는데, 집에 왔는데 더 안절부절하고 마음이 안편한 거 같다.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 그럼에도 좋은 기록 중이다. 골든글로브도 공개 전에 노미네이트됐고. 넷플릭스에선 뭐라던가.
넷플릭스 측에서는 "아주 좋은 기록이다", "추이를 지켜보자고 하다" 하시더라. 감사하다. 전세계에서 이렇게 사랑을 받았구나 싶었다.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제가 뭘 만들어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싶다. 골든글로브는 한 호흡으로 썼다가 나누게 될 때, 시상식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완결이 안났고,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드러나지 않아서.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려면 하고자 하는 얘기가 완벽하게 드러나야하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노미네이트가 된 것만으로도 충격을 받고 놀랐다. 어쨋든 1년 동안 나온 기라성같은 작품 중 6개 안에 들은 거니까. 수상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시즌3로 노려보려 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