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가스 끊긴 유럽…한겨울에 '덜덜'
옛 소련 시대부터 50여년간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에 공급돼 오던 러시아 가스가 새해 첫날 끊겼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미리 대비책을 마렸해뒀지만, 몰도바의 일부 분리주의 지역에서는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현지시간) AP·로이터·dpa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유럽 여러 나라들에 공급해오던 가스가 이날 오전에 끊겼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맺어뒀던 계약에 따라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이 파이프라인으로 유럽에 가스를 공급해왔으나,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를 공급해온 파이프라인 경로는 이것 말고도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까지 이어지는 '노르트스트림',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치는 '야말-유럽', 흑해를 북동-남서로 가로지른 후 튀르키예를 거쳐 불가리아까지 가는 '튀르크트림' 등 3개가 더 있었다. 이 중 노르트스트림과 야말-유럽을 통한 러시아 가스 공급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에 끊겼다.

튀르크스트림은 운영이 계속되고 있어 EU 회원국인 헝가리와 비회원국인 튀르키예, 세르비아 등에는 러시아 가스 공급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까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는 천연가스의 거의 4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으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2027년까지 0으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요 EU 회원국 대부분은 노르웨이와 미국으로 천연가스 수입선을 대폭 전환하고 다양화해둔 상태다.

최근까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오스트리아와 친러시아 성향의 정부가 집권 중인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도 대체 수입선을 마련했다.

다만 EU 가입 신청을 했으나 아직 회원국이 아닌 몰도바의 경우는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몰도바 중앙정부는 에너지 소비를 3분의 1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에너지원의 38%는 국내 생산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62%를 이웃 나라인 루마니아로부터 수입키로 했다.

몰도바 중앙정부 대변인 다니엘 보다는 이날 몰도바의 에너지 공급이 안정적인 상태이며 열발전소들도 정상 가동되고 있다며, 혹한기를 넘기기에 충분한 가스를 비축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군 1천500명이 주둔 중인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는 주민 45만명이 한겨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당국은 이날 새벽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일반 가정의 난방·온수용 가스 공급을 끊고 병원 등 일부 필수 시설에만 유지하고 있다.

당국은 주민들에게 따뜻하게 옷을 입고 가족이 한 방에서 지내고, 창문과 발코니 문에 담요나 두꺼운 커튼을 걸고 전열기를 쓰도록 권고하면서, 위험성을 이유로 가스 난로나 전기 난로의 사용을 금지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의 일부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몸을 데울 수 있는 '난방 지점'을 당국이 마련중이다. 나무 땔감을 어디 가면 구할 수 있는지 도와주는 안내전화도 개설됐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쿠치우르간에 있는 발전소는 러시아 가스가 끊겨 석탄 발전을 하고 있으나, 석탄 비축분은 50일분밖에 없다고 BBC는 전했다.

이 발전소는 몰도바 전역에서 쓰이는 전력의 80%를 공급하며, 이에 따라 트란스니스트리아뿐만 아니라 몰도바 전역에 전력난이 우려된다는 게 BBC의 설명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