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모습. 사진=연합뉴스
새해 벽두부터 치킨, 과자 등 식료품 가격에 이어 건전지, 화장품까지 주요 생활필수품 가격이 줄줄이 뛰고 있다. 유통업계는 원재료 가격부터 인건비까지 크게 늘어 가격 인상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심상찮은 물가 인상 조짐에 우려를 나타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아아이더스에프앤비는 지난달 30일을 기점으로 푸라닭 치킨 브랜드에서 바질페스타와 제너럴 핫 치킨, 파불로 치킨을 제외한 치킨 메뉴 10종 가격을 최대 1000원 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원재료, 임대료, 배달앱(수수료) 등 외식 산업에서 지속적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며 "가맹점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커피빈은 앞서 지난해 12월26일부터 카페 모카, 더블 초콜릿 등 초콜릿 파우더가 포함된 음료 메뉴를 200원씩 올렸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가격 급등에 따른 것이다.

과자 제조사들은 최근 초콜릿과 팜유 등 가격 인상을 이유로 제품가 인상을 결정해 대형마트와 편의점 소비자 가격에 순차 반영됐다.

편의점 가격 기준 전날부터 초코송이(50g)는 1000원에서 1200원, 참붕어빵(6입)은 4200원에서 4500원, 톡핑 아몬드초콜릿(43g)과 오징어땅콩(98g)은 1500원에서 1600원, 단백질바프로(70g)는 2500원에서 2700원으로 각각 올랐다. 해태제과도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올렸다.

바프, 머거본 등 견과류 역시 가격이 뛰었다. 바프 허니버터아몬드 등 40g 제품은 2200원에서 2500원으로 300원씩 올랐고, 머거본 꿀땅콩(70g)은 1900원에서 2000원으로 100원 인상됐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초콜릿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초콜릿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아오츠카 또한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용 증가를 이유로 새해 첫날 포카리스웨트와 데미소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원 올렸다. 이에 따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동아오츠카의 오란씨파인비타민C와 나랑드사이다는 각각 1400원에서 1500원이 됐다. 포카리스웨트 캔(240㎖)과 데미소다(150㎖) 가격도 각각 1600원에서 1700원으로 100원 인상됐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생리용품 템포(10입) 가격은 6800원에서 7900원으로, 미장센 샴푸(680㎖)값이 1만7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손세정제인 아이깨끗해 가격은 7900원에서 8900원으로 각각 껑충 뛰었다. 편의점의 에너자이저 건전지 17종 가격은 100∼500원씩 올랐고 숙취해소제인 HK컨디션스틱 또한 3300원에서 3900원이 됐다.

국내 실적이 부진한 화장품 업계 역시 잇달아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나섰다.

LG생활건강의 오휘는 전날 '더퍼스트', '프라임', '미라클 모이스처', 'W익스트림' 등 주요 라인의 제품 가격을 최대 6000원 인상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11개 제품, 어퓨 7개 제품의 가격을 전날부터 최대 2000원 올렸다. 아모레퍼시픽 자회사 에뛰드는 단색 섀도우 '룩 앳 마이 아이즈' 가격을 기존 5500원에서 전날 6000원으로 500원 인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팜유, 로부스타 커피 등 각종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해 새해 식음료와 생필품 가격이 지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도 고물가 속에 같은 제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한 '가격 전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