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휴보'. / 사진=한경DB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휴보'. / 사진=한경DB
삼성전자는 지난해 마지막날(12월31일)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까지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도 신설해 ‘로봇’을 새해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1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0.22%를 590억원에 매입했다. 같은해 3월 278억원을 들여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콜옵션 계약을 맺어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을 열어놨는데, 로봇 사업에 본격 뛰어들 시점이라 판단해 이번에 콜옵션을 행사한 것이다.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되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해 “휴보 아빠”란 별명으로 불리는 오준호 KAIST(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등 휴보 랩 연구진이 2011년 설립했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원천기술을 확보해 삼성전자가 보유한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도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휴머노이드 경쟁에 뛰어들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2세대 아틀라스가 로봇 손 모양을 바꿔 부품을 꺼내는 모습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국내 기업들을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들은 ‘넥스트 AI’로 로봇을 점찍었다. 골드만삭스는 10년 뒤 휴머노이드 시장이 380억달러(약 55조9000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생성형 AI 개발 분야에서 불붙은 경쟁이 AI 탑재 휴머노이드로 옮겨가는 형국이다.
출처=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출처=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전기차 선두 업체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서가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올해 말까지 자사 전기차 생산라인에 1000대 배치하고, 내년부터는 대외 판매에도 나설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테슬라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피규어02’는 BMW 공장에 투입돼 사람처럼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회사 측은 피규어02가 △하루당 1000건의 작업 처리 △작업 속도 4배 증가 △신뢰도 7배 향상 등의 발전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휴머노이드 경쟁이 뜨거워지는 것은 이 시장이 미래 먹거리일 뿐 아니라 현 시점에서도 ‘돈’이 되기 시작했기 때문.
피규어AI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피규어02'가 BMW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모습. / 출처=피규어AI 유튜브
피규어AI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피규어02'가 BMW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모습. / 출처=피규어AI 유튜브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에게 1억달러씩 유치하고 엔비디아(5000만달러) 인텔(2500만달러) LG이노텍(850만달러) 삼성전자(500만달러) 등에게도 투자 받았던 피규어AI는 벌써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브렛 애드콕 피규어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피규어02를 고객사에 공급해 법인 설립 2년7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회사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 피규어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인간과 추론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가 적용된 로봇을 고객사에 납품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직접적인 휴머노이드 개발 외에도 AI 시대 선두주자로 떠오른 엔비디아 역시 휴머노이드에 들어가는 AI 칩과 소형 컴퓨터 등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