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다 소개팅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워크맨' 캡처
다대다 소개팅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워크맨' 캡처
"훨씬 많은 사람을 적은 시간 안에 만날 수 있잖아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1:1보다 다대다 소개팅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대1 소개팅은 매주 하더라도 한 달에 4명밖에 못 만나지 않나"라며 "쓰는 시간, 비용에 비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하랴 돈 모으랴' 사람 만날 시간이 없는 요즘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전통적인 소개팅 방식인 1대1이 아닌 '다대다 소개팅'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입사와 동시에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직장인들의 높은 효율을 좇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입사하자마자 '결혼 적령기'…조급해 매주 다대다 소개팅해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다대다 소개팅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먼저 과거보다 높아진 첫 입사 연령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성인지데이터센터의 20~34세 청년층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비기간제상용 신입사원의 나이는 여성과 남성 모두 30세에서 34세 사이였다.

신입사원으로 잘 뽑히는 '적정 나이' 역시 증가했다. 취업 플랫폼 인크루트 HR 리포트 'THE HR'에 따르면 2024년 신입사원의 적정 나이는 남성 30세, 여성 27.9세로 지난해에 비해 남성 0.6세, 여성 0.3세 증가했다. 2023년 신입사원 적정 나이는 남성 29.4세, 여성 27.6세였다.

직장인 B씨는 "취업 준비가 워낙 오래 걸리다 보니 첫 직장을 결혼 적령기인 30살에 입사했다"면서 "늦게 입사한 만큼 빨리 실적도 내고 승진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어서 연애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주변 친구들이 다 결혼하다 보니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매주 다대다 소개팅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많은 사람 만나 좋아요"

로테이션 소개팅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숏박스' 캡처
로테이션 소개팅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숏박스' 캡처
"소개팅을 100번 넘게 해본 사람들이 답답해서 만들었습니다. 하루 16명 이성과의 만남이라 효율적이고 2시간 동안 진행되기에 주말 하루를 다 날릴 필요가 없어요."

유료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는 한 회사는 자사의 다대다 소개팅 프로그램을 이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용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원하는 조건 등을 고르면 모임을 주최하는 호스트가 여러 명의 상대방을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이 업체의 '로테이션 소개팅' 프로그램을 보면 2시간 진행, 16대16 소개팅을 기준으로 3만5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다대다 와인 파티에 참여하기 위해선 11만원을 내야 한다. 1대1 소개팅을 주선하는 앱의 서비스 이용료가 통상 1만~2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한 번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 사이에서는 호평이 잇따랐다.

직장인 C씨는 "예전에는 주변 사람들이 주선하는 소개팅을 많이 받았었는데 점점 소개가 들어오는 것도 줄었다"면서 "2번 다대다 소개팅에 참여해 봤는데 아직 매칭이 성공한 적은 없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D씨는 "결혼정보회사에 지불하는 비용에 비하면 저렴하다"고 밝혔다. 다른 이용자는 "요즘은 1대1보다 다대다 소개팅이 대세"라고 전했다.

"가벼운 만남 싫어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면 비용만 지불하면 계속해서 소개팅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는 만큼 상대적으로 가벼운 만남이 될 수 있다거나, 만족스러운 상대를 만나기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는 등 단점을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직장인 E씨는 "10번째 나왔다는 사람도 있었고 이번 달에만 비용을 거의 몇십만 원을 썼다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그런 분들은 일회성 만남 자체에 좀 중독돼서 계속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많이 만날 수 있는 건 좋은데, 1대1보다 깊이가 떨어진다", "결혼 생각 없이 그냥 놀러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직장인들이 소개팅 앱을 찾는 현상에 대해 "직장인들은 일단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직장 동료로 너무 제한적이다 보니 결혼 적령기인 직장인들은 자신이 능동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선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명예교수는 "앱의 가장 큰 특징이 자신의 정보도 제공하고 동시에 상대방의 정보도 사전에 볼 수 있다는 점인 만큼 '매칭'이 잘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다만 불특정 다수가 연결되는 것인 만큼 그것에서 오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플랫폼 차원에서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이민형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