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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0.03%)는 상계동 비역세권 단지 위주로, 은평구(-0.02%)는 불광·응암동 위주로 하락하는 등 강북지역이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2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서울 매매가가 0.01%에서 0.0%로 보합 전환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노원구는 이번에도 피해가지 못했다. 2021년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됐을 때도 가장 먼저 직격타를 맞았던 지역이다. 아파트실거래가를 통해 단지별 시세를 보면 '상계주공' 형제들 중에서도 비역세권인 1단지와 5단지가 눈에 띈다. 이 단지 전용 58㎡은 지난달 6일 5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두 달 만에 3000만원 하락했다. '재건축 분담금 6억원' 충격에 시공사 계약을 해지한 상계주공5단지 시세도 줄곧 5억원을 웃돌다가 지난 10일 4억9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9월 이후 시세가 떨어진 단지는 상계동에 적지 않다. 실수요가 많은 중계동 학원가 인근 단지들도 거래 가뭄을 피해가지 못했다. 중계청구3차(780가구)와 건영3차(948가구)는 지난 10월 이후 거래가 없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이 제한된 시점부터 타격을 입고 있다"며 "원래 '갭투자(전세끼고 투자)'가 많은 지역인데 투자자들의 '똘똘한 한채'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수요가 예전 만큼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 30㎡대 소평 면적 가구 비중이 높다는 게 상계주공의 특징 중 하나다. 1987년 동아일보 '상·중계 시가…과천인구 3배로'라는 제목의 기사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서민주택난 해소라는 개발 목적 때문에 전체 건립가구의 94%인 6만3000여 가구가 25평 미만이며, 18평 미만도 4만8900여 가구나 돼 평균평수 15.7평인 소형아파트 단지의 특성을 갖고있다." 그 땐 서민주택난 해소를 위해 작게 지었지만, 지금 와선 서민 재건축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단지가 상계주공5단지다. 이 단지는 840가구가 전용 31㎡로만 구성돼 있다. 용적률이 93%에 불과한 5층 높이 단지인데도 재건축이 쉽지 않은 배경이다. 이 단지는 지난해 11월 GS건설과의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GS건설이 3.3㎡당 공사비로 650만원을 요구하면서 전용 59㎡ 분양 때 분담금이 최대 6억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통보됐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동북권 일대 재건축을 밀어주기 위해 내놓은 사업성 개선방안도 재건축을 추진하기엔 아슬아슬하다는 평가가 많다. 사업성 개선방안은 집값이 낮고, 소형면적 비중이 높은 단지일수록 분양가구수를 늘려 조합원의 분담금을 줄여주는 게 요지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을 높여주더라도 결국 공사비 증액분으로 투입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종상향 등의 조치가 없다면 재건축 때도 전용 59㎡ 중소형 면적 위주로 지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용 59㎡이나 전용 84㎡ 새 집을 받는 데 들어가는 분담금은 노원구 집 한 채를 더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가령 상계주공5단지 조합원은 기존 시공사였던 GS건설이 제시한 공사비(3.3㎡당 650만원)을 받아들였을 때 전용 59㎡ 분양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이 5~6억원에 달했다. 현재 시세(4억9000만원)에 분담금을 더하면 10억원을 웃돈다.
이 단지에서 '몸테크'를 하며 새 집에 입주할 때까지 기다릴 거면 인근 새 아파트인 포레나노원을 매수하는 게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상계동 일대 유일한 새 아파트인 포레나노원 전용 59㎡ 시세가 9억 안팎이기 때문이다. 이 단지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일단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조합원으로 손이 바뀠었고, 서울시의 새 정책에 따라 정비계획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보다는 사업성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주민공람안에는 총 11개 단지가 역세권 복합정비구역에 속해 있다. 복합정비구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난 상계주공6단지는 전용 58㎡ 시세가 지난해 5월 5억9900만원에서 반년 만에 6억9500만원까지 뛰었다. 복합정비구역의 대상 단지는 올해 상반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약점으로 지목되는 교통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지금도 40분이면 지하철 7호선을 타고 강남으로 출퇴근이 가능하다. 2030년께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완공되면 삼성동까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공사 중인 경전철 동북선은 2027년경부터 중계동 은행사거리역에서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을 거쳐 지하철 2·5호선 왕십리역을 연결한다.
중계역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노원구가 저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가 낮은 업무지구 접근성"이라며 "GTX-C 호재가 있는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 전용 59㎡ 분양가가 10억원이었는데도 경쟁률이 200대 1을 넘겼던 것을 보면 지금이 저평가된 구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2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서울 매매가가 0.01%에서 0.0%로 보합 전환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노원구는 이번에도 피해가지 못했다. 2021년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됐을 때도 가장 먼저 직격타를 맞았던 지역이다. 아파트실거래가를 통해 단지별 시세를 보면 '상계주공' 형제들 중에서도 비역세권인 1단지와 5단지가 눈에 띈다. 이 단지 전용 58㎡은 지난달 6일 5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두 달 만에 3000만원 하락했다. '재건축 분담금 6억원' 충격에 시공사 계약을 해지한 상계주공5단지 시세도 줄곧 5억원을 웃돌다가 지난 10일 4억9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9월 이후 시세가 떨어진 단지는 상계동에 적지 않다. 실수요가 많은 중계동 학원가 인근 단지들도 거래 가뭄을 피해가지 못했다. 중계청구3차(780가구)와 건영3차(948가구)는 지난 10월 이후 거래가 없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이 제한된 시점부터 타격을 입고 있다"며 "원래 '갭투자(전세끼고 투자)'가 많은 지역인데 투자자들의 '똘똘한 한채'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수요가 예전 만큼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평수 15.7평'이 낳은 결과
날이 갈수록 재건축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도 상계동 일대 집값이 가장 빠르게 떨어지고, 가장 늦게 오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분양가(집값)는 낮은데 공사비는 오르다보니 조합원의 분담금이 증가해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전용 30㎡대 소평 면적 가구 비중이 높다는 게 상계주공의 특징 중 하나다. 1987년 동아일보 '상·중계 시가…과천인구 3배로'라는 제목의 기사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서민주택난 해소라는 개발 목적 때문에 전체 건립가구의 94%인 6만3000여 가구가 25평 미만이며, 18평 미만도 4만8900여 가구나 돼 평균평수 15.7평인 소형아파트 단지의 특성을 갖고있다." 그 땐 서민주택난 해소를 위해 작게 지었지만, 지금 와선 서민 재건축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단지가 상계주공5단지다. 이 단지는 840가구가 전용 31㎡로만 구성돼 있다. 용적률이 93%에 불과한 5층 높이 단지인데도 재건축이 쉽지 않은 배경이다. 이 단지는 지난해 11월 GS건설과의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GS건설이 3.3㎡당 공사비로 650만원을 요구하면서 전용 59㎡ 분양 때 분담금이 최대 6억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통보됐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동북권 일대 재건축을 밀어주기 위해 내놓은 사업성 개선방안도 재건축을 추진하기엔 아슬아슬하다는 평가가 많다. 사업성 개선방안은 집값이 낮고, 소형면적 비중이 높은 단지일수록 분양가구수를 늘려 조합원의 분담금을 줄여주는 게 요지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을 높여주더라도 결국 공사비 증액분으로 투입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종상향 등의 조치가 없다면 재건축 때도 전용 59㎡ 중소형 면적 위주로 지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용 59㎡이나 전용 84㎡ 새 집을 받는 데 들어가는 분담금은 노원구 집 한 채를 더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가령 상계주공5단지 조합원은 기존 시공사였던 GS건설이 제시한 공사비(3.3㎡당 650만원)을 받아들였을 때 전용 59㎡ 분양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이 5~6억원에 달했다. 현재 시세(4억9000만원)에 분담금을 더하면 10억원을 웃돈다.
이 단지에서 '몸테크'를 하며 새 집에 입주할 때까지 기다릴 거면 인근 새 아파트인 포레나노원을 매수하는 게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상계동 일대 유일한 새 아파트인 포레나노원 전용 59㎡ 시세가 9억 안팎이기 때문이다. 이 단지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일단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조합원으로 손이 바뀠었고, 서울시의 새 정책에 따라 정비계획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보다는 사업성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도로 호재 잇따르고 종상향 호재도...."지금이 저평가"
지금이 오히려 '저평가'됐다는 의견도 있다. 재건축 사업성 개선이 확실한 역세권 단지는 비역세권과 엇갈리는 흐름이다. 서울시가 상계동 일대 전반을 재건축으로 갈아엎기 위해 준비 중인 상계·중계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은 숨은 호재로 꼽힌다. 역세권 복합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3종 주거지에서 준주거지(용적률 최대 400%)로 용도지역을 상향할 수 있게 된다.지난 8월 주민공람안에는 총 11개 단지가 역세권 복합정비구역에 속해 있다. 복합정비구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난 상계주공6단지는 전용 58㎡ 시세가 지난해 5월 5억9900만원에서 반년 만에 6억9500만원까지 뛰었다. 복합정비구역의 대상 단지는 올해 상반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약점으로 지목되는 교통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지금도 40분이면 지하철 7호선을 타고 강남으로 출퇴근이 가능하다. 2030년께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완공되면 삼성동까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공사 중인 경전철 동북선은 2027년경부터 중계동 은행사거리역에서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을 거쳐 지하철 2·5호선 왕십리역을 연결한다.
중계역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노원구가 저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가 낮은 업무지구 접근성"이라며 "GTX-C 호재가 있는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 전용 59㎡ 분양가가 10억원이었는데도 경쟁률이 200대 1을 넘겼던 것을 보면 지금이 저평가된 구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