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월간 가계대출 증가폭이 1조원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만에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작년 8월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대출 제한 조치가 새해 들어 줄줄이 풀리고 있어 이달부터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734조135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7963억원(0.1%) 증가했다. 12월 가계대출의 월간 증가폭은 3월(-2조2238억원)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8월(9조6259억원)과 비교하면 12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에만 4861억원 감소해 7월(-171억원)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월 대비 줄었다. 중도금·잔금대출을 의미하는 ‘집단대출’ 잔액도 지난달 4976억원 줄었다.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한 이유는 은행권이 지난해 9월 이후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분양주택 전세대출을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대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올해 실행분 대출부터 기존 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있어 가계대출 증가폭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12월 1조4697억원 늘며 10월(1조923억원) 이후 두 달 연속 증가폭이 커졌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