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환경부가 공개한 올해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 방안의 핵심은 ‘배터리 성능이 좋고, 안전한 차량에 보조금을 더 준다’로 요약된다. 저렴하지만 주행거리가 짧은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장착한 수입차보다 비싸지만 성능이 좋은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제품을 장착한 국산 전기차를 우대한 셈이다. 그 덕분에 기아 EV6가 국가 구매보조금 최대 한도(580만원)를 다 받는 등 국산 전기차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보조금을 받게 된다. 반면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Y는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170만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배터리 성능·안전한 차에 더 준다

전기차 국가 구매보조금 최대 한도인 580만원을 다 받을 수 있는 차량 가격은 5300만원 미만이다. 작년(5500만원)보다 200만원 내려갔다. 5300만~8500만원은 절반인 29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고, 8500만원이 넘는 전기차는 한 푼도 못 받는다.

하지만 차값이 5300만원에 못 미친다고 580만원을 다 받는 건 아니다. 전기차 성능(최대 300만원), 안전 등 나머지 기준(최대 280만원)이 기준에 못 미치면 깎아내리는 구조다. 성능 부문의 핵심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다. 중·대형 승용차의 경우 지난해 400㎞에서 올해 440㎞로 강화됐다. 주행거리가 440㎞에 못 미치면 10㎞마다 8만1000원씩 깎는다. 경·소형 승용차는 주행거리 280㎞를 기준으로 10㎞마다 5만원씩 뺀다. LFP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30% 이상 긴 삼원계(NCM)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 유리한 구조다.

지난해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을 계기로 안전한 전기차에 보조금도 더 주기로 했다. 차량정보수집장치(OBDⅡ) 외에 ‘배터리 충전정보 제공’ ‘주차 중 이상 알림 기능’을 장착한 차량에 안전보조금 명목으로 50만원을 지원한다. 자동차 제조사가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충전량정보(SOC)를 완속충전기에도 제공하지 않을 경우 보조금을 한 푼도 안 주는 항목도 신설했다. 현재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브랜드는 테슬라뿐이다. 테슬라가 유예기간(6월 말)까지 가입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못 받는다.

○제조사 할인하면 보조금 추가

환경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별도로 추가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580만원보다 더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우선 자동차 판매사가 개별적으로 전기차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그에 해당하는 추가 보조금을 배정했다. 예컨대 5300만원 미만의 전기차에 대해 판매사가 추가 할인하면 500만원까진 20%, 500만원 초과 할인분엔 40%의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식이다.

또 6개월 한시적으로 기본가격 4500만원 미만 차량의 경우 할인액의 200만원 미만은 20%, 200만~400만원까지는 40% 추가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 등이 해당한다. 19~34세 젊은 층이 첫 차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보조금의 20%를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도 신설됐다. 저출생 문제 해소를 위해 다자녀 가구의 자녀수에 따른 구매 지원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행하기로 했다.

김재후/곽용희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