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코발트 광산의 노동자들 /AFP연합뉴스
콩고 코발트 광산의 노동자들 /AFP연합뉴스
“우리는 우리 무덤 속에서 일하고 있소.”

갱도 붕괴 사고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한 소년의 아버지가 말했다. 사고를 당한 뤼시앙은 15세 때 콩고 남부 카술로에 있는 코발트 광산에서 일했다. 성인 남자와 10대 소년을 합쳐 50명 남짓 되는 인원이 60m가 넘는 지하 갱도에서 곡괭이로 터널을 파던 중 붕괴가 일어났다. 대부분 죽고 뤼시앙은 살아남았다. 수술은 겨우 한 번 받았다. 두 다리는 뼈가 으스러져 쇠막대기로 간신히 고정한 상태였다. 그날 몸이 아프지 않았다면 같이 갱도에 들어갔을 아버지가 말했다. “제 아들이 이 상태로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얘 인생은 만신창이가 됐어요.”

<코발트 레드>는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의 생생한 현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먼지가 가득해 숨을 쉬기 힘들지만, 땅을 파지 않으면 먹을 구하기 힘든 곳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의 독성 환경에서 하루 10시간 일하더라도 대부분 하루에 1달러 혹은 2달러를 버는 곳이다. 책을 쓴 싯다르트 카라는 영국학사원 글로벌 교수이자, 노팅엄대 부교수다. 뉴욕 메릴린치에서 투자 은행가로 일하던 그는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던 중 ‘현대판 노예 제도’에 눈을 뜨게 됐고, 진로를 바꿔 세계를 돌아다니며 현대 노예제와 아동 노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코발트 레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콩고 광산 지역을 현장 조사한 결과물이다.

고대부터 청색 안료를 만드는 데 쓰였던 코발트는 휴대전화, 노트북, 태블릿,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 이온 배터리 핵심 원재료다. 코발트 세계 생산량의 75%가 콩고에서 나온다. 콩고의 인권 침해와 아동 노동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2016년 국제앰네스티와 아프리워치는 애플, 소니 등 대형 전자회사가 자사 제품에 쓰이는 코발트가 아동 노동 착취의 산물은 아닌지 기본적인 점검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산업계는 개혁을 약속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저자는 “20년 가까이 연구했지만, 글로벌 코발트 공급망의 최하위에서 벌어지는 것보다 더 극단적인 약탈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 무덤 속에서 일한다”…콩고 코발트 광산의 비극 [서평]
채굴엔 산업 채굴과 손으로 이뤄지는 장인 채굴이 있다. 산업 채굴은 대형 기계로 흙과 돌과 광석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자갈로 분쇄하고 가공 처리해 가치 있는 광물을 추출한다. 에너지가 많이 들고 수익률이 낮은 대규모 사업이다. 반면 장인 채굴은 사람이 직접 터널을 파고 들어가 가치 없는 흙과 돌은 남겨두고 광석만 추출한다. 이런 장인 채굴은 산업 채굴보다 고등급 코발트를 t당 10~15배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콩고 코발트 채굴의 30%가량이 장인 채굴로 이뤄지고 있다. 절충안으로 기계로 파낸 돌무더기 속에서 아이들이 가치 있는 광석을 골라내게 하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하루에 1~2달러다. 한 달에 5~6달러나 하는 초등학교 수업료를 내줄 수 있는 가정은 이 지역에 거의 없다. 부모는 물론 아이들까지 광산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게 일해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사고와 죽음이 반복될 뿐이다. 책에 나오는 여성 노동자 프리실은 채굴장에서 함께 일하던 남편을 호흡기 질환으로 떠나보냈다. 그가 살아 있을 때 아이를 가져보려 했지만 두 차례나 유산했다. 프리실은 이렇게 말한다. “내 아기들을 데려가 줘서 신께 감사합니다. 여기선 태어나지 않는 게 더 낫죠.” 터널 붕괴 사고로 부모를 잃은 15세 소녀 엘로디도 있다. 매춘하다 아이를 낳게 됐고, 현재 채굴장에서 일하고 있다.

책은 섣불리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줄 뿐이다. 저자가 콩고에서 만난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 나라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 콩고에서는 매일 한 명의 어린이가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위해 죽어간다고요.”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