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시즌2 촬영 현장에서 황동혁 감독이 디렉팅하는 모습.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 촬영 현장에서 황동혁 감독이 디렉팅하는 모습. /넷플릭스
“다들 사는 게 힘들잖아요. 그 분노를 우리는 남녀로, 세대로 갈라치며 삿대질해요. 약자들끼리 서로 헐뜯는 거죠. 이런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성기훈(이정재)은 ‘싸워야 할 것은 시스템’이라고 외치는 겁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리즈를 연출한 황동혁(54) 감독은 최근 공개된 시즌2를 한 마디로 “거대한 풍차에 달려드는 돈키호테처럼, 깰 수 없는 권력에 도전하는 이야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이야기가 자본주의가 만든 무한 경쟁에 초점을 뒀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인간을 비이성으로 몰아가는 보이지 않는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세계관을 키웠단 것이다. 지난 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황 감독은 “대의민주주의 같은 제도, 다수결의 결정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공개된 ‘오징어게임2’는 일주일 만에 4억876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2021년 10월 첫 주(9월 27일~10월 3일)에 5억7176만 시간을 기록하며 역대 주간 기준 1위를 기록한 시즌1에 이은 2위다. 각본부터 연출까지 시리즈를 책임지고 있는 황 감독은 이에 대해 소감으로 “한국에서 나온 비영어 작품을 전 세계가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강렬한 충격을 줬던 전작과 달리 “날카로움을 잃었다”는 혹평도 적잖다. 등장인물이 많아지며 서사가 힘을 잃었다거나, 질질 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다소 덤덤하게 “현재로선 받을 만한 합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즌1과 달리 유명세를 탄 시즌2는 기대감이 컸던 만큼,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것”이라며 “귀담아들을 (평가) 내용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징어게임 스틸.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스틸. /넷플릭스
다만 황 감독은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분명히 살아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OX 투표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하고 전투 신을 넣은 게 대표적이다. 그는 “전편이 자본주의 경쟁사회 폐해를 다뤘다면 시즌2는 망가진 사회를 바꿀 수 있을지 묻는다”며 “투표로 가능한가, 아니면 혁명이라도 해야 하는가, 결국 불가능한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자기 이익만 좇고 피해 보지 않으려고만 한다”면서 “바보 같지만, 모두를 위한 이상을 꿈꾸는 그런 인물들의 애처로운 마지막 반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코인에 중독된 젊은 세대, 미혼모, 성소수자 등 소외당하는 캐릭터를 대거 등장시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황 감독은 “시즌1이 선한 자들과 악당의 대립이란 단선적 이야기라면 시즌2에선 인터넷 도박, 코인, 마약이 퍼진 MZ세대 등 사회 속 작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특전사 출신의 트랜스젠더로 극 중 ‘신 스틸러’란 평가를 받는 현주(박성훈)에 대해선 “가장 소외되고 비난받는 인물”이라며 “우리 사회가 이들을 궁지로 내몰고 안 좋은 시선으로만 보는 게 아닌지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치아가 7개나 빠질 만큼 시리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했다고 밝힌 황 감독은 이날 시즌2 서사의 종착점인 시즌3을 두고 “마음의 준비를 해도 좋다”고 밝혔다. 오는 6월 공개되는 시즌3에 대해 황 감독은 “좌절과 죄책감에 사로잡힌 성기훈이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을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인간이란 존재의 바닥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만큼 큰 충격이 있다”고 예고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