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가득 메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공수처,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1시 36분께 언론 공지를 통해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돼 1시30분쯤 (영장)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직후 윤 대통령 체포 저지 집회 무대에 올라 있던 한 남성은 "절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는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에 윤 대통령 체포는 없다"고 외쳤다. 무대 앞을 가득 메운 수백여명의 인파(경찰 비공식 추산 600여명)가 기쁨의 함성을 지르면서 축제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무대 위에 오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윤 대통령을 지켜낸 것이다. 헌법 위에 있는 게 국민 저항권"이라며 "윤 대통령이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 국민 저항권을 발동할 것이다. 국가애도기간에 공수처가 내란을 일으키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때 역시 지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중지에 환호하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 / 사진=이민형 기자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중지에 환호하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 / 사진=이민형 기자
윤 대통령 지지자 이모(70·남)씨는 기자와 만나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기쁘다"며 "애초에 영장도 불법이었다는 걸 온 세상이 다 아는데, 이럴수록 국민 저항만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김모(74·남)씨는 "속이 뻥 뚫린다. 대통령 체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식이 통하는 올바른 국가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윤 대통령이 올바른 방식으로 계엄을 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84세 남성은 "젊은 사람들이 안 나오니까 나이 든 사람이 열불 나서 나왔다. 노인네들이 이 나라 세웠는데, 얼마 후면 우린 죽는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세상을 남겨주려고 나온 것"이라며 "후대에 조금이나마 좋은 세상을 준 것 같아 오늘 기분이 너무 좋다. 사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깨닫길 바라는 마음에 편한 자리 박차고 나와서 계엄령 내린 것 아니냐"고 했다.

앞서 공조본은 이날 한남동 관저 경내에 진입해 박종준 경호처장에게 체포·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박 처장은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했다. 결국 공수처는 이날 오전 6시 13분 개시한 체포영장 집행을 7시간여 만에 중지했다. 공조본은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대단히 불공정하고 월권적인 부당한 행위"라며 "이제라도 중단된 것이 다행이지만, 앞으로 이런 시도는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도주의 가능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수사가 상당히 진척돼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다"며 "현 상황에서는 불구속 수사가 보장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홍민성/이민형/유채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