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은 크리스마스 망친 스크루지"…시장 신뢰 잃은 Fed
‘크리스마스 분위기을 망친 스크루지’
한미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광수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전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새 별명이다. 시장이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파월 의장을 비꼬는 표현이다. 정 교수는 특히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고 말하면서도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위험성도 지적함으로써 금리인하에 사족을 달아 시장을 실망시켰다”고 비판했다.

시장 신뢰 못 얻는 Fed



정 교수는 3~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미국경제학회 참석에 앞서 2일(현지시간)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Fed의 최근 통화 정책을 묻자 이처럼 답했다. 그는 근래에 있었던 Fed의 통화 정책 몇 가지를 사례로 들었다.

정 교수는 “지난해 중반에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수그러들고 있었는데도 (Fed가)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를 저버린 것은 착오였다”며 “결국 선거철에 가까워서야 금리를 조절해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Fed가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해 12월 FOMC에서 금리 인하 결정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이 있다는 게 알려진 점도 Fed의 신뢰를 손상했다는 의견이다. 당시 Fed 내 일부 위원들이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판단, 금리 인하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美 경제 선진국 중 가장 좋아…올해 둔화할 수도


정 교수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기업들이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고 주식시장은 이들의 미래가치를 높이 쳐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S&P500의 경우 지난해 연간 23.3%가량 상승했다. 정 교수는 이같은 증시 강세장이 미국인들의 소비를 촉진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영리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의 연구를 인용해 “상승한 주식시장이 미국인들의 소비에 영향을 줬다”며 “주식 가치가 1달러 오르면 소비가 3센트 정도 자극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이민자 축출 단기 충격 크진 않을 듯



정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불법 이민자 축출과 관련해선 “노동력 확보에 차질을 빚어서 생산과 공급 수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수많은 불법 이민자들을 축출하면 그에 따른 수요 감소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상대 국가의 다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레버리지로 쓰일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만큼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서다. 정 교수는 “트럼프 관세 부과로 예상되는 소비자 물가 인상 리스크가 지난해 12월 FOMC의 매파적 결정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