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얼룩진 핏자국 남은 오겜2, 그러나 결국 양심의 이야기다"
"유혈이 낭자하지만, 결국 작품이 말하려는 건 인간의 선함이죠"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리즈의 주연 배우 이정재(사진·52)가 지난 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공개된 오징어게임2에 대해 "촬영을 하면서 양심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며 "시즌2에서 기훈이 다시 게임을 하게 되는 것 또한 그의 양심 때문"이라고 했다.

"왜 지난 시즌 엔딩에서 기훈이는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까요, 목숨을 걸고 한 게임에서 우승해 통장에 456억원이 있는데 말이죠. 계속 생각해도 양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양심을 회피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어떠한 행동까지 이뤄내는 그런 선한 인물이 지금 이 시대,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정재 "얼룩진 핏자국 남은 오겜2, 그러나 결국 양심의 이야기다"
시즌1의 성공으로 기대가 컸던 탓일까. 오징어게임 새 시즌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 '개연성이 떨어진다', '기훈의 캐릭터가 너무 무겁고 어두워졌다' 등의 아쉬움이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시즌2로 끝이 났다면 아쉬웠을텐데, 시즌3가 남아있어서 중간 채점을 받는 느낌"이라며 "보완할 부분은 보완하고, 보여줄 게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즌2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들이 시즌3에서는 보다 선명히 매듭지어 질 것이라고 밝혔다. 시즌2에서 기훈은 게임에서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한다. 마치 '데우스 엑스 마키나' 포지션으로 게임 참가자들을 리드하지만, 이를 여러 인물과 주변 상황에 의해 계속해서 방해 받는다. 게임의 목적은 사람을 살리는게 아닌 죽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훈은 좌절한 리더가 되면서 바닥까지 끌어내려져요. 그렇게 시즌 2가 끝나죠. 시즌3에서는 밑바닥까지 온 기훈이 어떻게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펼쳐나갈지 지켜보시면 될 겁니다."
이정재 "얼룩진 핏자국 남은 오겜2, 그러나 결국 양심의 이야기다"
기훈의 '흑화'에 대해서는 "시즌1 후반부터 그렇게 이미 돼 있었고, 시즌2에서는 캐릭터의 목적성이 강하게 설정돼 있어서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기훈이 안쓰러워요. 시즌3까지 잘 마무리되면 원래의 해맑은 기훈의 모습을 되찾을까요. 그나마 시즌2에서는 친구 정배(이서환 분)가 시즌1에서의 기훈과 비슷한 포지션이에요. 웃음을 주는 캐릭터죠. 저까지 밝으면 캐릭터가 겹치니까 이런건 어쩔 수 없이 나눠야 합니다. 제가 아쉽긴해요. 하하"

성기훈은 단연 그의 인생 캐릭터다.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메가 히트를 치면서 이정재는 크리틱스 초이스 등 여러 해외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고, 기세를 몰아 할리우드 영화에도 진출했다. 배우 인생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셈이다. 그래서 황동혁 감독과의 호흡은 더욱 의미가 깊다. 이정재는 황 감독을 두고 "천재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다방면에서 해박하다"며 "무엇보다 기훈처럼 선한 마음에서 상황을 바라보려는 심정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황 감독 장기가 신 안에서도 변화를 많이 주는거예요. 배신의 배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들. 그런 촘촘함이 놀라워요. 시즌3에서는 그런 큰 흐름과 작은 흐름의 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심리 게임이 될 거예요."

시즌2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딱지맨' 역을 맡은 배우 공유를 두고 "그간 공유 씨가 보여준 캐릭터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오징어게임을 통해 보여줘서 참 놀라웠다"고 말했다. "촬영할 때,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모두가 알았어요. 그만큼 그의 연기가 워낙 강렬해서 현장에서도 환호했죠. 프론트맨으로 나온 병헌이 형은 시즌1에서도 잠깐 호흡맞추긴 했지만 이번에 길게 함께하면서 추억을 많이 쌓았죠"

시즌2 촬영을 하면서 느낀 부담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촬영장에 돌아오니 그 지옥같은 상황을 다시 연기해야 하는게 꽤 큰 부담으로 다가오더군요. 세트장에 처음 들어갈 때는 침대가 456개 있고 사람들로 가득차다가, 마지막 촬영 때는 침대3개, 연기자 3명이 됐죠. 침대가 사라지니 바닥이 보이고 일년동안 촬영한 흔적들이 보여요, 피의 얼룩같은 것들요….(웃음) "

특히 시즌2의 1화가 가장 심정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1화에서는 기훈이 오징어게임에 다시 참가하기 전 게임 주최측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즌2 1화가 13개 화 중에 가장 부담스럽고,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해야겠다고 느꼈어요. 3년 만에 사람들을 다시 오징어게임 세계로 돌아오게 해야하니까요."

오징어게임 시리즈로 글로벌 톱스타가 된 이정재, 50대에 접어든 그는 배우뿐 아니라 감독으로도 꽃을 피우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흥행 시기와 맞물려 2022년 영화 '헌트'로 감독에 데뷔한 것. 작품은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에게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까지 안겼다. 최근에도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그는 "이제야 황 감독이 이빨 여섯 개가 빠진 이유를 잘 알겠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감독 일을 하니까 잠을 잘 못자고 건강이 안 좋아질 정도로 과로를 하게 되더군요. 지금도 시나리오를 쓰고있어요. 스토리가 한번 생각나면 전체 틀거리가 잡히더군요. 이번에는 한미 합작 영화를 개발 해보려고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요."

최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