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왼쪽),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형식(왼쪽),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2차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쟁점 및 증거·증인 등을 정리한 이날 심리에서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은 '형법상 내란죄 주장' 철회 여부 등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연 1차 변론기일에서 관련 쟁점을 △계엄 선포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1호 발표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군대를 동원해 영장 없이 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등 4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국회 대리인단은 이날 심리에서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인 점을 고려해 탄핵 소추안에서 형법상 내란죄 위반 소지가 있다는 부분을 철회하기로 했다. 형법상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헌법 위반에 한정해서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다.

당초 민주당 등 야 6당이 가결한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윤 대통령이 형법상 내란죄(형법 제87조, 제91조) 외에 직권남용권리행사죄(형법 제123조), 특수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44조)를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내란죄 주장을 철회하려면 "국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윤 대통령 측은 "청구인 측에서 필요하면 넣었다가, 뺐다가 하는 느낌이 든다"며 "정상적 적법 절차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때까지는 '내란죄'처럼 선동적인 형법 죄목으로 하다가, 탄핵심판이 시작되자 극히 추상적인 헌법으로 재구성하는 건 '소추권 남용'과 같은 극심한 혼란을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국회 측은 "내란죄를 철회하는 게 '내란죄가 아니다'라고 하는 말씀이 전혀 아니다. 내란죄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형사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고, 거기에서 입증될 것"이라며 "여기는 헌법재판소고, 탄핵심판 절차는 헌법 재판이다. 그 절차에 맞춰서 헌법위반 사실을 입증하고 다툴 것이라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절차의 적법 요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다. △국회 탄핵소추안이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윤 대통령 탄핵 소추가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는 점 △이미 계엄 이전으로 회복돼 탄핵 심판이 필요 없다는 점 등 4가지를 들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각하'를 주장하며 "동일 사유로 2번 탄핵 소추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탄핵 소추는 법률안과 다르다"며 "징계를 하려고 하다가 요건을 갖추지 못해 징계를 못했으면, 동일 사유로 징계를 못 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측을 향해 계엄을 선포한 이유와 국회에 군영을 투입한 경위·이유 등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윤 측은 "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증거자료까지 하면 너무 많아서 한마디로 하기 곤란하다"며 "왜 그렇게 됐는지 전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한 부분만 보고 불이익당하는 상황이 없어야 한다. 언론이 워낙 저희를..."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상상 초월로 고립된 약자 형태가 되어 있다"며 "대통령이 고립된 약자가 되는 경우는 이번에 처음 겪어본다. 한마디 나가면 저희는 난도질당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 국회 측이 요청한 '12·3 비상계엄 수사기록 확보' 요청을 채택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국회 측의 수사 기록 촉탁 신청과 관련해 "헌재의 기록 인증 등본 송부 촉탁은 헌법재판소법 10조 1항, 규칙 39조 1항, 40조 등에 따라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사기관에 12·3 비상계엄 사건 관련 수사 기록을 촉탁하지 말아 달라는 윤 대통령 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윤 측은 이에 "송부받은 기록에 대해 증거 채택 사실이 인정된다면 사실상 피청구인이 기록에 대해 사실을 다투는 셈이 되어서 입증 책임이 전환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탄핵심판에서 탄핵소추 사유 입증은 국회 측에 있으나, 수사 기록이 증거로 채택되면, 이를 반박해야 하는 책임이 대통령 측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재판관은 계엄군 투입 과정에 촬영된 선거관리위원회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국회 측에 전달할 방침도 밝혔다. 국회 측이 계엄 사태 증거로 제출한 일부 언론 기사와 방송영상 가운데 현장 상황을 증명하는 부분 역시 증거로 받아들였고, 공문서인 계엄 관련 국회 회의록도 채택했다.

윤 대통령 측은 "다투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게 소추 절차와 관련해 국회가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라며 "국회 회의록이 회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공문서로 적법한 증거 능력을 가진다는 데 동의할 수 없어 이의신청하겠다"고 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2차 변론기일을 끝으로 본격적인 심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헌재는 오는 14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2차 변론기일은 1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탄핵심판은 대상자인 윤 대통령이 원칙적으로 출석해야 하고,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다시 기일을 정해 출석하게 한다. 다만 윤 대통령이 2차 변론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궐석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다. 수명재판관인 이미선 재판관은 "피청구인 본인(윤 대통령)이 (1차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 탄핵심판 공개 변론 당시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변론기일에 직접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