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5일 선거 결과를 반영한 2년 임기의 새 미국 의회가 3일(현지시간) 출범했다. 공화당은 201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과 상·하원 우위를 모두 차지하는 ‘레드 스윕’을 달성했다. 하지만 상원(100명 중 53명)과 하원(435명 중 219명) 모두 과반을 살짝 넘기는 아슬아슬한 우위여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원하는 대로 주요 정책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정책’부터 의결 추진

'레드스윕' 달성하고도 웃지 못하는 美 공화당... 치열해진 한표 싸움[이상은의 워싱턴나우]
'레드스윕' 달성하고도 웃지 못하는 美 공화당... 치열해진 한표 싸움[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의회 개회를 앞두고 스티브 스캘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36페이지에 달하는 의회 규칙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마지막에 언급된 12개 주요 법안 추진 계획이다.

12개 법안은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의제를 반영하고 있다.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연방정부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려면 미국 시민권에 대한 증명을 요구하도록 국가유권자등록법을 개정하는 내용이다. 앞서 민주당이 선거 기준을 완화해서 부정한 표를 다수 획득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민자 통제에 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공화당은 성범죄·가정폭력을 저지르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외국인은 입국할 수 없으며 입국했더라도 추방 대상이 되도록 이민국적법을 개정하고, 경찰 등 법 집행관에 대한 폭행도 추방 대상 범죄로 규정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절도 혐의로 기소된 외국인을 국토안보부 장관이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셰일오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파쇄 공법(프래킹)에 대한 일시중지(모라토리엄) 조치를 금지해서 프래킹이 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법안과 낙태 시도 후 생존한 아동에 대해 의료인이 적절한 진료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일반 여성과 함께 스포츠 경기에서 다투지 않도록 체육분야에서 ‘성별은 출생시 생식생물학과 유전학에만 근거해 인정한다’는 법안도 주요 의제에 들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한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우리는 의회의 공화당 지도부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혁·정책 공약 이행을 순조롭게 하고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는 공격적인 계획을 준비했다”고 정책 패키지를 설명했다.

○‘이탈표 단속’이 관건

문제는 공화당 내에서도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제각기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면서 의원들이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대로 일사불란한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상원은 지난 11월 선거에서 민주당 자리 4개를 공화당이 가져와 53석을 확보했다. 하원도 과반이 218명인데 맷 게이츠 의원(전 법무장관 지명자) 사퇴로 현재 확보한 의석은 219석에 불과하다.

겨우 두 세명의 이탈표만으로도 투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만큼, 한 표의 무게가 훨씬 무거워졌다. 지도부와 거래를 해서 지역구에 유리한 정책 등을 얻어내려는 ‘캐스팅 보트 지향’ 의원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가운데)이 지난해 12월20일 연방정부 예산안이 통과된 후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가운데)이 지난해 12월20일 연방정부 예산안이 통과된 후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미 하원의장 재선출 문제를 놓고 공화당 내에서는 전선이 나뉘고 있다. 칩 로이 의원 등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작년 말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폐지하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안건을 제안했다는 이유로 존슨 의장 재선출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토머스 매시 의원(공화당)이 이미 반대를 확언했기 때문에 존슨 의장은 오는 5일 의장 선거에서 나머지 218명 전원의 표를 얻어야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피트 해그세스 국방장관 지명 등에 대해서도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다. 임기가 6년인 상원은 2년 임기 하원보다 더 ‘마이웨이’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당론에서 이탈하는 표가 나올 수 있는 것은 민주당 쪽도 마찬가지다. 존 페터먼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민주당)은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의제에 동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악시오스 등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가 공화당에 기울면서 동료 민주당 상원의원인 3선 밥 케이시 의원이 공화당의 데이비드 맥코믹 의원에게 자리를 뺏긴 것이 그의 정치적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해석하고 있다. 양당의 중간 지점에서 일종의 회색지대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