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 심판의 변론준비기일이 3일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수사 기록을 확보해달라는 국회 측 요청을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 측은 “증거로써 철저히 다투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재동 헌재 소심판정에서 수명재판관인 정형식·이미선 재판관 주관으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2차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변론준비기일은 본격적인 변론에 앞서 쟁점과 증거 목록을 정리하는 자리다. 당사자 출석 의무는 없어 통상 양측 대리인만 참가해 진행한다.

재판부는 이날 국방부 및 검찰, 경찰 등 수사 기록에 대한 국회 측 기록인증등본 송부촉탁 신청을 받아들였다. 수사기관에 수사 기록을 촉탁하지 말아 달라는 윤 대통령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수사 기록이 탄핵심판 사건의 증거로 채택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국회 측이 제출한 언론 보도·영상 일부와 국회 회의록, 헌재 결정문 등도 증거로 채택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다투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게 소추 절차와 관련해 국회가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라며 “(국회 회의록 채택에 대해) 이의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소추의 적법 요건부터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와 관련한 답변서를 이날 오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답변와 관련해 "네 가지 적법요건 주장의 첫번째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 두번째는 일사부재의 원칙이 위반된 것, 세번째는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것, 네번째는 보호이익 결여로 탄핵심판의 필요성이 없는 점을 주장하느냐”고 물었고, 윤 대통령 측은 그렇다고 했다.

재판부가 윤 대통령 측에게 요구한 계엄 포고령 1호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록은 이날까지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윤 대통령 측은 “(국방부와 행정안전부에) 재판부 직권으로 사실조회 신청을 하면 된다”고 답했다.

국회 탄핵 소추 의결서에 적시된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이유’ 등에 대한 답변서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방대하고 입증할 것도 많고 해서 변론기일에 주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너무 많아서 나중에 하겠다고 하시지만, 어느 정도 내 가시면서 하시란 말씀”이라며 “그래야 심리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언론이 워낙 저희를 적대적으로 대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에 한 줄 기사 나가는 건 조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이렇게 고립된 약자가 되는 건 처음 겪어봤다”며 “한 마디만 나가면 난도질을 당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국회 측은 “피청구인 측은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의결서에 대한 답변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며 “지연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상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윤 대통령 측은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가져다가 개진하는 것”이라며 “왜곡하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1차 정식 변론 기일을 오는 14일로, 2차 변론 기일은 16일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2차 기일은 피청구인 본인이 나오지 않을 것을 대비해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