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음악과 명화가 만드는 '예술사의 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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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이미지
박찬이 지음
풍월당 / 576쪽|6만5000원
박찬이 지음
풍월당 / 576쪽|6만5000원
음악은 형체가 없다. 그런데도 종종 강렬한 시각 이미지로 다가온다. 스메타나의 ‘몰다우’를 들으면 한이 서린 블타바(몰다우)강이 눈앞에 그려진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4악장의 힘찬 음향 속에선 광대한 아메리카 대륙의 초원이 펼쳐진다. <음악과 이미지>는 음악·미술 칼럼니스트 박찬이가 쓴 책이다. 악기와 미술이 함께 이뤄온 예술사를 다룬다.
때론 악기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었다. 14~18세기 제작된 하프시코드엔 화려한 장식과 그림이 필수였다. 악기와 연주자는 ‘그림 속 주인공’으로 영생을 얻기도 했다. 드가, 피카소, 마티스 같은 화가는 악기를 배경으로, 혹은 연주하는 사람을 모델 삼아 음악을 시각예술로 형상화했다.
그림 속 악기는 잊힌 역사를 들춰내기도 한다. 4개의 현이 있는 요즘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달리 2~3개의 현을 지닌 레벡, 5개 이상 현의 중세 피들, 6~7개 현이 있는 비올라 다모레 등 옛 악기들을 통해 오랜 기간 켜켜이 쌓인 ‘축적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방랑자와 불한당 그리고 악마의 악기에서 왕이 사랑한 악기로 변신한 바이올린의 역사라든지 가슴 아래, 배 위쪽에 바이올린을 놓고 켜다가 쇄골, 목, 턱 아래로 옮긴 바이올린 연주 위치의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433개의 화려한 화보가 명료한 문체의 본문과 맞물려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한다. 혼자만 알기엔 아쉬운 내용을 가득 담은 콘텐츠 못지않게 책의 장정과 구성도 예술작품에 비할 만큼 화려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책’이라는 홍보 문구가 과해 보이지 않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때론 악기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었다. 14~18세기 제작된 하프시코드엔 화려한 장식과 그림이 필수였다. 악기와 연주자는 ‘그림 속 주인공’으로 영생을 얻기도 했다. 드가, 피카소, 마티스 같은 화가는 악기를 배경으로, 혹은 연주하는 사람을 모델 삼아 음악을 시각예술로 형상화했다.
그림 속 악기는 잊힌 역사를 들춰내기도 한다. 4개의 현이 있는 요즘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달리 2~3개의 현을 지닌 레벡, 5개 이상 현의 중세 피들, 6~7개 현이 있는 비올라 다모레 등 옛 악기들을 통해 오랜 기간 켜켜이 쌓인 ‘축적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방랑자와 불한당 그리고 악마의 악기에서 왕이 사랑한 악기로 변신한 바이올린의 역사라든지 가슴 아래, 배 위쪽에 바이올린을 놓고 켜다가 쇄골, 목, 턱 아래로 옮긴 바이올린 연주 위치의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433개의 화려한 화보가 명료한 문체의 본문과 맞물려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한다. 혼자만 알기엔 아쉬운 내용을 가득 담은 콘텐츠 못지않게 책의 장정과 구성도 예술작품에 비할 만큼 화려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책’이라는 홍보 문구가 과해 보이지 않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