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장애인 조카 키우는 고모의 그림일기
작가가 조카를 만난 것은 2012년 1월의 일이었다. 하나 있는 오빠가 아들을 낳았다는데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카는 출산 과정의 의료 사고로 영구적이고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

방송작가로 일하던 고모는 하루이틀 조카를 돌봐주다가 어영부영 ‘육아의 요직’을 맡아버린 지경까지 이르렀다. 벌써 조카는 중학교 입학을 바라보고 있다.

신간 <내 사랑 조카>는 12년간 조카를 길러온 기록이다. ‘평범한 고모의 특별한 그림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의 주제는 표지의 소개글 하나로 정확히 압축된다. ‘장애인 조카와 철부지 고모의 상부상조 성장기’다. 작가는 말한다. “조카를 그리며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조카를 키운 줄 알았는데, 조카가 나를 키웠더라고요.”

그림은 아마추어치고는 수준급이다. 조카와 조카를 둘러싼 환경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고모는 어느 날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어져서 6년 전부터 미술학원에 다니며 배웠다고 한다. 아이가 커나가는 것과 함께 그림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책을 보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