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슬픔을 공부하는 사회
새해가 밝았다. 또다시 새로운 다짐과 목표를 세우며 달력의 첫 장을 넘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시간은 그렇게 말끔하지 않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빚어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은 우리에게 깊은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이 비극 앞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 떠나간 이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얼마나 깊은 상처 속에 있을지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그들의 슬픔을 떠올리면 마음 한편이 무너져 내린다.

나는 슬픈 일이 생길 때마다 마땅한 위로를 찾지 못해 침묵할 뿐이다. 살면서 계속되는 슬픔의 반복을 목도하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위로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나의 공감 능력을 키우고 위로를 더 잘하는 방법은 없을까 자문해 본다.

신형철 작가는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말한다. ‘인간에게 특정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바로 결함이라는 것. 그러므로 슬픔이 제대로 공감받고 위로받고 반복되지 않도록 해결을 위해 애써주는 것’이라고.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비로소 인간다워진다. 누군가의 고통을 헤아리며,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공감은 자라난다.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지만, 어쩌면 가장 깊은 위로는 각자의 표현 방식으로 애도하는 것이 아닐까. 손을 잡아주고, 눈을 마주치고, 흔들리는 마음을 조용히 나누는 순간들이 상처를 감싼다. 위로는 거창한 말이나 행동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다만 곁에 있어 주고, 상처 입은 마음을 조용히 감싸주는 것이 위로의 본질이다.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그의 슬픔을 나의 몫으로 여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슬픔에 관해 공부해야 한다. 타인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서로의 아픔에 귀 기울이며, 연대하고 더 나은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아픔은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 나의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연결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더 깊은 연대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아파하며 위로할 때, 우리는 비로소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는 힘을 얻게 된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는 지겹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다. 그러니 평생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슬픔에 관한 공부일 것이다”라는 문구가 가슴 한편에서 계속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