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레스트리 리솜 리조트에서 자율주행 배송로봇이 음료를 싣고 객실로 이동하고 있다. 
 호반호텔앤리조트 제공
충북 제천 레스트리 리솜 리조트에서 자율주행 배송로봇이 음료를 싣고 객실로 이동하고 있다. 호반호텔앤리조트 제공
디지털 전환(DX) 분야 스타트업이 앞다퉈 호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투숙객 안내부터 룸서비스, 침구 세탁과 폐기물 처리까지 여러 분야에서 정보기술(IT)이 접목되는 모양새다.

세탁 테크 스타트업 런드리고는 국내 5성급 호텔인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와 세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런드리고는 원래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서 덩치를 키운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배송비 부담과 소규모 물량 등으로 큰 수익을 내지 못하자 기업 간 거래(B2B)에 뛰어들었고, 3조원에 달하는 국내 호텔 세탁 시장을 첫 타깃으로 삼았다.

런드리고 호텔앤비즈니스 관계자는 “세탁물 입출고와 거래명세서를 수기로 관리하는 등 아날로그 위주이던 기존 운영방식에 기술을 적용해 모바일 웹을 통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런드리고를 이용하면 호텔은 세탁물 입고부터 출고까지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호텔이 DX 스타트업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중대형 호텔들이 앞다퉈 로봇 도입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글래드호텔은 서울 여의도점의 객실 서비스를 로보티즈가 만든 호텔용 로봇 ‘집개미’에 맡겼다. 투숙객이 요청하면 각 방에 수건, 생수, 와인잔 등을 갖다준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8개 호텔에 LG전자의 배송·안내 로봇을 투입했다. 베어로보틱스가 개발한 호반호텔앤리조트의 로봇은 엘리베이터뿐만 아니라 자동문과 스피드게이트도 넘는다.

호텔은 통상임금의 1.5배를 줘야 하는 야간근무가 많은 게 특징이다. 2500만원짜리 로봇 한 대를 도입하면 연봉 3500만원 안팎의 컨시어지 인력을 대신할 수 있다고 호텔업계는 설명한다. 호텔 특성상 구조와 규격, 서비스 기준이 표준화돼 있어 다른 상업공간보다 IT 적용도 쉬운 편이다. 한 DX 스타트업 관계자는 “호텔은 비슷한 형태의 객실이 수백~수천 개 있고 스타트업이 한 번에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스마트 플랫폼 스타트업 두왓은 강원 강릉 세인트존스호텔과 계약해 투숙객이 룸서비스 신청부터 호텔 내 식당 예약, 체크아웃 등을 앱으로 모두 할 수 있도록 했다. 폐기물 스타트업 리코는 호텔 뷔페 잔반과 객실의 폐지 등을 수거한다. 폐기물 신고를 위한 행정서류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실시간으로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