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가 13년 만에 올해 등록금을 4.85% 인상하기로 했다. 대학 재정난으로 유능한 교원 채용이 어려워지고 시설이 노후화되는 등 교육 여건이 계속 열악해지고 있어서다. 서강대가 주요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향후 비슷한 움직임이 다른 대학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3일 서강대에 따르면 서강대는 지난달 26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 학부 등록금을 4.85% 올리는 안을 의결했다. 학교 측은 재정 악화로 인한 인재 영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직원위원 A씨는 “현재 기업에서 근무 중인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를 학교 교원으로 초빙하려고 했으나 큰 임금 격차로 거절당했다”며 “전국 대학들이 AI 분야 유능한 인재를 경쟁적으로 모시려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학생들 역시 학교 측 입장에 공감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학생위원 B씨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등록금 인상은 투자”라며 “현재 학교 시설이 너무 열악해 일부 학생은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 정도”라고 했다.

교육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국가장학금 일부 유형을 지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동결을 압박해왔다. 주요 대학이 ‘울며 겨자 먹기’로 10년 이상 등록금을 올리지 못한 이유다. 서강대는 이번 등록금 인상으로 국가장학금을 받던 학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이들의 장학금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등록금 추가 인상분의 구체적인 사용처로 △장학금 보전 54% △시설 개선 26% △교원 확충 및 우수 교원 확보 20% 등이 제시됐다.

서강대가 이번에 총대를 메면서 주요 대학도 줄줄이 등록금을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말 교육부가 전체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장학금 규제를 완화하는 ‘당근책’도 제시했으나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작년 전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간 757만원으로 미국 사립대 등록금(4만2162달러)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대학가에서 “대학 등록금이 강아지 유치원보다 싸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고재연/강영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