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세상, 최고의 해방 '이승윤'…귀와 마음 씻겨준 '역성'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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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지난달 27~29일 콘서트 '역성' 개최
강렬한 기타 연주에 무대 누빈 '록스타'
세상 향한 반항에 짙은 감성 곡까지
멘트 최소화…시원시원한 목소리로 27곡 소화
강렬한 기타 연주에 무대 누빈 '록스타'
세상 향한 반항에 짙은 감성 곡까지
멘트 최소화…시원시원한 목소리로 27곡 소화
청재킷을 걸치고 어깨에는 기타를 맸다. 하의는 헐렁한 트랙팬츠를 입었다. 터덜터덜 무대에 오른 록스타는 세상을 호령하듯 시원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힘 있는 밴드 사운드에 올라타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는 가수 이승윤의 모습은 마치 관객들을 딴 세상에 가져다 놓은 듯했다.
이승윤은 지난달 27~29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콘서트 '역성(YEOK SEONG) : 끝을 거슬러'를 개최했다. 지난해 '역성'이라는 타이틀로 진행한 전국투어의 마침표를 찍는 공연이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리고 음악성까지 인정받은 이승윤은 록 장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각종 록 페스티벌을 섭렵하며 자유분방한 '날 것'의 에너지를 뿜어냈던 그의 정체성은 지난해 '역성'이라는 이름의 앨범과 공연으로 완성형을 이뤘다.
'리턴매치'에 이어 '도킹', '우주 like 섬띵 투 드링크', '흩어진 꿈을 모아서', '웃어주었어'까지 쫙 뻗어나가는 이승윤의 보컬, 강렬한 밴드 연주 등이 시작부터 강한 쾌감을 안겼다.
"삶은 원일까 아니면 구일까 / 구하고 원하다 보면 / 구원 속에 속한다 그래 / 근데 나는 마름모야 / 심지어 삐뚜루 서 있지"
무대를 누비는 건들건들한 몸짓, 그와 대조되는 정성스럽게 뱉어내는 가사 하나하나. 그 어느 것도 이 순간을 얽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록스타' 이승윤의 모습이었다. 오프닝이 끝났지만 환호는 끊이지 않았다. 관객들은 이승윤의 이름을 연호하며 여운을 만끽했다.
이승윤은 "이 공연은 '역성'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공연이다. '역성'이라는 이름으로 지난달까지 전국투어를 했다"면서 "한 달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10년 만에 뵙는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관련 목소리를 냈던 것에 대한 언급으로 볼 수 있는 말이었다.
이승윤은 "이 공연은 아무런 메시지도, 서사도 없다"면서도 "작정하고 왔다. 여기 와주신 분들 개개인의 고민이나 슬픔, 기쁨, 행복, 분노, 울화통, 희망을 내가 작정하고 역성을 들어드리러 왔다. 이 공연장 밖으로 나가면 다사다난한 삶을 살아야겠지만 이 시공간에서만은 여러분 편"이라고 말해 박수받았다. 짜릿한 밴드 연주와 레이저, 날카로운 이승윤의 보컬로 완성된 '인투로'가 펼쳐지자 관객들은 일제히 몸을 흔들며 강력한 해방감을 만끽했다. '검을 현'을 부를 땐 "칵 투"라는 가사에 맞춰 우렁찬 떼창이 세상을 향한 반항이자 호통처럼 다가왔다.
'영웅 수집가', '게인 주의'까지 록 사운드에 푹 젖어 들어 고된 마음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시적 허용', '사형선고', '캐논' 등 분위기를 바꿔 차분한 연주로 메시지와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짠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승윤이 써 내려간 곡들은 독창적인 가사로 더욱 빛을 발하는데, 스크린에 전곡의 가사가 띄워져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시적으로 표현된 각종 비유와 은유 속에서 직설적이고 솔직한 메시지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이승윤은 "이번 공연은 최대한 멘트를 줄였다"고 했다. 음악만으로 보여줄 것, 말할 것이 차고 넘치는 그에게는 가만히 서서 말하는 시간마저 사치인 것처럼 느껴졌다.
"요즘 '음악이란 게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특히 많이 해요. '음악이란 뭘까? 특히나 내 음악은 뭘까'라는 생각들인데요. '너의 노래가 의미가 있다'고 말해주셔서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오늘도 너무 감사합니다. 한 달 사이에 팬이 많이 사라졌는데 전 그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해요. 제 음악을 어느 시기에 들어주신 그분들에게 감사하죠. 여기 오신 분들에게는 곱하기 1000으로 감사합니다."
'꿈의 거처'를 부르던 이승윤은 돌출무대로 걸어 나와 객석 좌, 우, 정면을 각각 바라보며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보통 역성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부분 실패하고, 낙담하고, 좌절한다. 지금부터 우리의 역성을 시작해 보자"는 당찬 포부와 함께 거친 밴드 사운드가 터져 나왔다. 레이저가 객석을 훑으며 공연 속에 진짜 공연이 열리는 기분으로 2부가 시작됐다.
다시 등장한 이승윤은 '역성', '끝을 거슬러', '폭포'까지 내달렸다. 기타를 연주하며 노랫말을 신중히 뱉어내는 그의 목소리는 그 어느 소설보다도 진한 설득력을 가졌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내고도 "6곡을 달리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격정적인 기타 솔로 플레이로 환호를 끌어내기도 했다.
'날아가자'를 부르며 스탠딩석으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모습은 '아티스트 이승윤'의 기질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했다. 관객들과 같이 뛰어놀고, 바닥에 드러누워 관중 속에서 현장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기도 했다. '비싼숙취'까지 두 곡을 소화하는 동안 공연장 2층까지 객석 곳곳을 전부를 돌았다. '폭죽타임'을 선보일 땐 무대 상·하단부에서 불꽃이 회오리쳐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이승윤은 "공연을 보러 온다는 건 엄청난 비(非)일상이지 않냐. 최근 1, 2년 사이에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음악이라는 건 비일상의 순간을 채워주기 위해서 하는 거다"라면서 "무대에서 드릴 수 말이 이것뿐이다. 여러분의 일상을 응원하겠다"고 말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이승윤은 지난달 27~29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콘서트 '역성(YEOK SEONG) : 끝을 거슬러'를 개최했다. 지난해 '역성'이라는 타이틀로 진행한 전국투어의 마침표를 찍는 공연이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리고 음악성까지 인정받은 이승윤은 록 장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각종 록 페스티벌을 섭렵하며 자유분방한 '날 것'의 에너지를 뿜어냈던 그의 정체성은 지난해 '역성'이라는 이름의 앨범과 공연으로 완성형을 이뤘다.
'리턴매치'에 이어 '도킹', '우주 like 섬띵 투 드링크', '흩어진 꿈을 모아서', '웃어주었어'까지 쫙 뻗어나가는 이승윤의 보컬, 강렬한 밴드 연주 등이 시작부터 강한 쾌감을 안겼다.
"삶은 원일까 아니면 구일까 / 구하고 원하다 보면 / 구원 속에 속한다 그래 / 근데 나는 마름모야 / 심지어 삐뚜루 서 있지"
무대를 누비는 건들건들한 몸짓, 그와 대조되는 정성스럽게 뱉어내는 가사 하나하나. 그 어느 것도 이 순간을 얽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록스타' 이승윤의 모습이었다. 오프닝이 끝났지만 환호는 끊이지 않았다. 관객들은 이승윤의 이름을 연호하며 여운을 만끽했다.
이승윤은 "이 공연은 '역성'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공연이다. '역성'이라는 이름으로 지난달까지 전국투어를 했다"면서 "한 달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10년 만에 뵙는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관련 목소리를 냈던 것에 대한 언급으로 볼 수 있는 말이었다.
이승윤은 "이 공연은 아무런 메시지도, 서사도 없다"면서도 "작정하고 왔다. 여기 와주신 분들 개개인의 고민이나 슬픔, 기쁨, 행복, 분노, 울화통, 희망을 내가 작정하고 역성을 들어드리러 왔다. 이 공연장 밖으로 나가면 다사다난한 삶을 살아야겠지만 이 시공간에서만은 여러분 편"이라고 말해 박수받았다. 짜릿한 밴드 연주와 레이저, 날카로운 이승윤의 보컬로 완성된 '인투로'가 펼쳐지자 관객들은 일제히 몸을 흔들며 강력한 해방감을 만끽했다. '검을 현'을 부를 땐 "칵 투"라는 가사에 맞춰 우렁찬 떼창이 세상을 향한 반항이자 호통처럼 다가왔다.
'영웅 수집가', '게인 주의'까지 록 사운드에 푹 젖어 들어 고된 마음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시적 허용', '사형선고', '캐논' 등 분위기를 바꿔 차분한 연주로 메시지와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짠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승윤이 써 내려간 곡들은 독창적인 가사로 더욱 빛을 발하는데, 스크린에 전곡의 가사가 띄워져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시적으로 표현된 각종 비유와 은유 속에서 직설적이고 솔직한 메시지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이승윤은 "이번 공연은 최대한 멘트를 줄였다"고 했다. 음악만으로 보여줄 것, 말할 것이 차고 넘치는 그에게는 가만히 서서 말하는 시간마저 사치인 것처럼 느껴졌다.
"요즘 '음악이란 게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특히 많이 해요. '음악이란 뭘까? 특히나 내 음악은 뭘까'라는 생각들인데요. '너의 노래가 의미가 있다'고 말해주셔서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오늘도 너무 감사합니다. 한 달 사이에 팬이 많이 사라졌는데 전 그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해요. 제 음악을 어느 시기에 들어주신 그분들에게 감사하죠. 여기 오신 분들에게는 곱하기 1000으로 감사합니다."
'꿈의 거처'를 부르던 이승윤은 돌출무대로 걸어 나와 객석 좌, 우, 정면을 각각 바라보며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보통 역성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부분 실패하고, 낙담하고, 좌절한다. 지금부터 우리의 역성을 시작해 보자"는 당찬 포부와 함께 거친 밴드 사운드가 터져 나왔다. 레이저가 객석을 훑으며 공연 속에 진짜 공연이 열리는 기분으로 2부가 시작됐다.
다시 등장한 이승윤은 '역성', '끝을 거슬러', '폭포'까지 내달렸다. 기타를 연주하며 노랫말을 신중히 뱉어내는 그의 목소리는 그 어느 소설보다도 진한 설득력을 가졌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내고도 "6곡을 달리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격정적인 기타 솔로 플레이로 환호를 끌어내기도 했다.
'날아가자'를 부르며 스탠딩석으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모습은 '아티스트 이승윤'의 기질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했다. 관객들과 같이 뛰어놀고, 바닥에 드러누워 관중 속에서 현장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기도 했다. '비싼숙취'까지 두 곡을 소화하는 동안 공연장 2층까지 객석 곳곳을 전부를 돌았다. '폭죽타임'을 선보일 땐 무대 상·하단부에서 불꽃이 회오리쳐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이승윤은 "공연을 보러 온다는 건 엄청난 비(非)일상이지 않냐. 최근 1, 2년 사이에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음악이라는 건 비일상의 순간을 채워주기 위해서 하는 거다"라면서 "무대에서 드릴 수 말이 이것뿐이다. 여러분의 일상을 응원하겠다"고 말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