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소니의 부활에서 배워야 할 것
일본 국민 기업인 소니그룹의 주가는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3417엔을 기록했다. 1958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치다. 시가총액은 20조7187억엔(약 194조원)에 달한다. 시총 규모로 도요타,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에 이어 3위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1위 삼성전자(325조원)의 59.6%까지 따라붙었다.

실적은 어떨까. 1956년 창사 이후 최고 전성기다. 소니가 작년 11월 발표한 2024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실적 추정치는 매출 12조7100억엔(약 119조원), 영업이익 1조3100억엔(약 12조2600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3000억엔 줄지만 영업이익은 1000억엔가량 늘어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3년 연속 ‘매출 10조엔·영업이익 1조엔 이상’의 실적 신기록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게임 관련 매출만 年 37조

기억 속에 남아있는 10년 전 소니의 굴욕적인 모습과 상반된 실적이다. 2010년대 초 전자(電子) 왕국 소니에는 ‘몰락’ ‘추락’이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붙었다.

2000년 초반 디지털 전환에 뒤처지면서 주력인 전자 사업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적자 경영에 허덕이며 사상 첫 무배당 결정을 내린 게 2014년 7월이다. 같은 해 일본증권거래소(JPX) 닛케이400지수에서 제외되는 수모도 겪었다. 화학, 노트북, 2차전지 사업을 차례차례 매각하고 주력인 TV와 스마트폰 사업도 축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말 그대로 기둥뿌리가 다 뽑혔던 소니의 부활은 그래서 더 놀랍다. 10년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현재 소니의 주력 사업부문은 게임·네트워크 서비스다. 우리가 잘 아는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사업부다.

이 부문의 연간(2024년 4월~2025년 3월) 예상 매출은 전년보다 2200억엔 증가한 4조4900억엔으로 전체 매출의 35.3%를 차지한다. 영업이익도 3550억엔으로 27.1%에 해당한다. 명실상부 세계 최대 게임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사업 융합으로 '대변신' 이뤄내

소니는 기존 게임 기업의 모습과도 확연히 차이 난다. 게임 외에 음악(13.7%), 영화(11.9%) 사업부문 매출 비중이 25.6%다. 게임 부문과 합치면 범(汎)콘텐츠 매출 비중은 60.9%로 높아진다.

인기 지식재산권(IP)인 스파이더맨으로 영화도 제작하고 게임도 만들고 OST도 유통하며 층층이 부가가치를 높이는 구조다.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독점적 하드웨어(플레이스테이션), 콘텐츠(게임·영화·음악), 구독 플랫폼(PS 플러스)을 갖춘 거의 유일한 기업이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가진 애플과 달리 소니의 핵심인 콘솔게임 사업은 전 세계 60% 이상의 점유율(2022년 기준)을 지키고 있다.

디지털 전환 실패로 무너졌던 소니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글로벌 디지털 전장의 선두군에 다시 서 있다. 두터운 팬덤의 하드웨어, 매력적인 IP 콘텐츠, 록인(lock-in) 효과를 내는 플랫폼의 화학적 융합이 새로운 소니 왕국의 성을 쌓고 있다.

소비자의 인식과 취향마저 파편화하는 디지털 시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은 여전히 유효한 기업의 생존 코드다. 소니가 먼저 걸었던 지난 10년의 길 곳곳에 그 복잡한 방정식의 해법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