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형 금융회사가 한국 진출을 위해 대거 외국환업무 취급기관(RFI) 등록을 진행 중이다. 독일 최대 은행 코메르츠방크, 프랑스 2위 투자은행 나티식스, 캐나다 2위 은행 토론토도미니언(TD), 글로벌 3대 신탁은행인 미국 노던트러스트 등이 주인공이다. 아시아권에서도 대만 은행들이 RFI 등록을 신청했다.

탄핵 사태로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희소식이다. RFI 등록이 마무리되면 해당 금융사는 국내 지점 없이도 원화 환전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외국인은 원화 매수 없이 간편하게 국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주식, 채권 등 한국물 투자 저변 확대가 기대된다.

이런 움직임은 환율 급등, 주가 급락에도 원화 자산의 매력도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한국과 한국물의 신뢰는 생각 이상으로 탄탄하다. 무디스, S&P,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나란히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보다 우위에 놓고, 탄핵 이후에도 신용 강등에는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 동향에서도 이런 시각이 엿보인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조4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하반기 들어 매도세가 두드러졌지만 상반기 두 시장 합쳐 23조284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순매수를 기록한 덕분이다. 채권시장 움직임도 비슷하다. 외국인은 원화 채권 보유 잔액을 27조원 늘려 261조원으로 늘렸다. 3년 만기 국채 선물도 6조4000억원(5만7617계약)어치 순매수하며 기대를 드러냈다.

탄핵 이후 상황이 급변 중인 점은 경계해야 한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주식을 2조3000억원어치, 국채는 14조원어치 넘게 팔아치웠다. 오름세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동요 중인 투자심리의 반영이다. 하지만 호재도 있다. 11월부터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돼 70조원 안팎 신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환율이 1주일가량 횡보하며 지난 주말(3일) 증시에선 외국인이 모처럼 1조원대 대규모 현·선물 순매수를 기록했다. 경제는 심리에 좌우된다. 신중하되, 과도한 비관론도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