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이 공시한 자사주 취득 결정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에 동참한 기업이 늘면서다. 제시한 매입 기한이 올 상반기까지인 경우가 많아 침체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사주 매입 공시, 작년 첫 14조 돌파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들이 직접 또는 신탁 방식으로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힌 신고금액은 총 14조4100억원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2년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11월 공시된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건(3조원)을 제외해도 기존 최대치인 2016년 총액(11조2832억원)을 넘겼다. 2023년(8조4477억원)과 비교하면 70.6% 급증했다.

지난해 2월 발표된 밸류업 정책에 따라 주요 상장사가 잇따라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영향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도 메리츠금융지주가 지난해 3월과 9월 각각 신탁 방식으로 5000억원, 현대차가 11월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직접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신한지주(8500억원)와 KB금융(8200억원), 네이버(4012억원) 등도 가세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자사주 매입 기한이 2~5월에 집중돼 있어 증시 반등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식시장에선 통상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주가가 저평가 상태일 때 이뤄진다는 인식이 있어 신규 투자자를 유입시키는 효과도 낳는다.

증권가에선 올해 자사주 매입 결정액이 2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강화는 세계적 흐름인 데다 최근 국내 증시가 침체돼 있어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라며 “삼성전자가 올해도 7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밸류업 공시 기업이 늘고 있어 20조원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까지 본 공시와 예고 공시를 통해 밸류업 정책에 참여한 기업은 102개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