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이민제한땐 고용·소비 모두 줄어” >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경제 석학들이 ‘인플레이션과 거시경제’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 교수, 존 코크런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박신영 특파원
< “트럼프, 이민제한땐 고용·소비 모두 줄어” >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경제 석학들이 ‘인플레이션과 거시경제’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 교수, 존 코크런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박신영 특파원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 석학들이 재정지출 확대, 관세 부과, 이민자 추방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트럼프노믹스)에 우려를 나타냈다. 트럼프노믹스가 재정적자 확대, 수입품 가격 인상, 노동력 부족 등 부작용을 일으켜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3~5일(현지시간) 열린 ‘2025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재정 적자와 관련해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세금 인하가 있을 텐데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재정적자 증가를 허용할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국채 발행 물량 증가로 채권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샤팟 야르 칸 시러큐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 세션에서 “미국은 대중국 관세 부과에 따른 수입품 가격 인상으로 생산 비용이 올라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킴벌리 클라우징 UCLA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세션에서 이민자 추방 문제를 다뤘다. 그는 대규모 이민자 추방 정책은 노동 공급을 감소시켜 경제 성장과 국내총생산(GDP)을 저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노믹스에 따른 중국의 경제 충격, 유럽의 성장 둔화 등 글로벌 경제에 관한 우려도 컸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현재 세계 경제 성장에 일부 실제적인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으며, 이것이 미국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美경제석학들 "트럼프의 관세폭탄…기업 수익성 악화 부메랑될 것"
연례총회 최대 화두…'트럼프 관세' 후폭풍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3~5일 개최된 ‘2025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세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들 세션에선 미국의 관세 부과가 오히려 기업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공통으로 언급됐다. 일부 학자는 기업 고용에도 영향을 미쳐 노동시장 충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역 불확실성, 경기침체 효과”

"트럼프 관세, 재정 적자…세계 경제에 실제적 위험"
4일(현지시간) 열린 ‘정책 불확실성과 경제 활동’ 세션에서는 관세 등 무역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셀린 푸아이 엑스마르세유대 교수는 수입 관세의 부문별 변동성과 미국의 주별 수입품 구성 등과 결합해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를 만들었다. 그는 이 같은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푸아이 교수는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주는 경기 침체와 함께 고용 감소를 겪었다”며 “내구재 생산 부문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밝혔다.

같은 세션에서 저스틴 피어스 미국 중앙은행(Fed)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인상은 소비자 가격에 완전히 전가돼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이를 부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대기업은 중국 외 국가에서 수입을 늘리고, 가격 협상력을 발휘해 단위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소기업은 그럴 만한 역량이 없다고 지적했다. 피어스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는 기업에 공급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오히려 비용은 증가하고 무역 거래가 파괴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약달러에 관심 둘 수도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로도 미국 무역적자를 기대만큼 해소하지 못하면 약달러 정책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 3일 ‘지정학적 분열’ 세션에 참여한 모리스 옵스트펠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무역적자를 줄이지도,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지도 못하면 정책 초점은 약달러로 이동할 것”이라며 “무역 파트너 국가가 미국의 경제적 목표를 지원하라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같은 세션의 필립 R 레인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회 위원은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국가 간 무역 및 경제 협력 관계가 끊어지고 분열되면 세계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세계 무역 파편화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는 세계 실질 GDP가 8~9% 감소하는 것”이라며 “선택적 디커플링이 심화하면 GDP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플레 우려로 금리 동결 가능성도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관세 등에 따른 중국의 경제 둔화를 우려했다. 그는 4일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유럽과 중국에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것을 봤다”며 “이것이 미국 경제에 계속해서 악재로 작용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상반기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데일리 총재는 “금리를 변경할 긴박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또 Fed가 지난해 12월 제시한 경제전망요약(SEP)에서 2025년에 두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우리가 갈 수 있는 합리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연간 8회 열리는 만큼 2회 금리 인하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올해 상반기에 동결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샌프란시스코=박신영/송영찬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