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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대 영국 런던의 로이드 커피하우스 전경. (사진=로이드 홈페이지)
1600년대 영국 런던의 로이드 커피하우스 전경. (사진=로이드 홈페이지)
커피가 17세기 영국에 처음 소개된 직후 에드워드 로이드가 1668년 런던에 문을 연 커피하우스는 당대의 석학들이 모여 진귀한 커피를 마시며 학문을 논하고, 영국 경제를 주름잡던 선주들과 선원들이 모여 항해와 무역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최고의 인기 장소였다.

당시 선주들은 향신료 등을 실은 무역선이 성공적으로 입항하면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었지만, 난파 등의 변수로 입항에 실패하면 파산에 이를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해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절실했다. 이에 이들은 사업이 성공했을 때를 가정한 수익금의 일부를 갹출해 기금을 조성하고, 사업이 실패했을 때 모아뒀던 기금으로 손해를 보전해 주는 사업을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원시적 형태의 보험 제도다. 초기 단계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지던 보험 제도는 로이드 커피하우스에 의해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커피하우스 한 구석에 간판을 달고 시작한 로이드 보험사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 보험사 중 하나로 성장했고, 영국 보험법에는 '로이드법'(Lloyd’s Act)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험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보험은 동질적 위험에 놓인 사람들이 통계적 기초에 의해 산출된 일정 보험료를 내 기금을 마련하고, 예측하지 못한 보험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위험에 대비하는 제도다. 따라서 보험 제도는 내부 구성원 간, 즉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들 사이의 수지 균형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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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법 있지만 피해액 갈수록 늘어

영리 목적을 위해 고의로 보험 사고를 내거나 허위 보험 사고를 신고해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 사기는 고스란히 보험사의 손해로 이어지고, 이는 보험료로 전가되기 마련이다. 결국 다수의 보험 가입자가 경제적 손해를 입게 되는 셈이다. 보험금을 소위 '눈먼 돈' 취급하는,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보험 사기는 보험 자체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켜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회적 위해를 끼치는 경우도 많다. 급기야는 보험 사고를 유발시키기 위한 또다른 파생 범죄의 위험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한국은 2016년 '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해 보험 사기를 처벌해 왔다. 그러나 보험 사기 법정형(10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이 일반 사기 법정형(10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 보니 국내 보험 사기 적발 금액은 해가 갈수록 늘어만 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험 사기 적발 금액은 1조 1164억 원에 달한다. 같은 해 적발 인원도 10만9522명으로 2019년부터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의사, 보험모집인, 자동차정비업자 등 보험 관련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이용해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도 늘었다. 보험 사기의 지능화로 적발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점도 큰 사회 문제로 지적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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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양형 기준 강화됐지만…

2017~2022년 사법연감 통계를 보면 보험 사기는 제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30~40%에 달해 10% 전후 수준을 보이고 있는 일반 사기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반면 유기징역 실형 선고 비율은 약 20%대로, 50% 이상인 일반사기에 비해 낮다. 양형에서 차이가 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일반 국민이 보기엔 보험 사기의 처벌 수준이 낮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대법원은 여러 주요 범죄들에 대해 사안에 따라 적절한 형량을 정하는 기준인 '양형 기준'을 정해 발표하고 있는데, 보험 사기의 양형 기준의 경우 일반 사기와 동일한 요건과 기준으로 구성돼 있어 범죄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8월 마침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보험계약에서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로 기망행위를 한 경우'와 '실질적 피해회복으로 보기 어려운 피해액의 단순 공탁'을 양형 감경 인자에서 빼고, '보험 등 전문직 종사자가 사기에 가담한 경우'는 가중 인자에 넣는 등 보험 사기의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마련했다. 이 수정안은 올해 3월 최종 의결이 예정돼 있다. 그간 보험업계와 법조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 의식과 개선 요청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물론 아직도 더 개선할 부분은 많다. 양형 기준 수정안만으로 보험 사기의 처벌 기준이 곧바로 올라간다거나 단기간 내에 보험 사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단정짓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보험 사기를 일반 사기와 달리 하고, 그 양형 기준을 강화한 것을 시작으로 서서히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법원의 태도는 사회적으로도 보험 사기에 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더 나아가 일반 사기의 법정형과 큰 차이가 없이 실효성이 의심되는 보험사기방지법에 대한 개정 작업도 새해에는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하태헌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수료한 후 공중보건의사로 근무 중 사법시험에 합격하였으며, 판사로 임관하여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등 법원 주요 요직을 거쳤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로스쿨(LL.M)에서 미국회사법을 공부하였고, 의료인 출신이면서 부장판사 경력을 가진 국내 유일의 변호사로서, 의료인과 법관 출신으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법무법인 세종에서 주요 민형사 송무, 기업분쟁, 금융분쟁, 가상자산, 제약바이오 사건 등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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