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사내벤처 ‘딥아이’ 연구원들이 인공지능(AI) 비파괴 검사방법 국제인증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사내벤처 ‘딥아이’ 연구원들이 인공지능(AI) 비파괴 검사방법 국제인증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 공공 연구소의 기술 성과를 사업화 한 ‘연구소기업’ 수가 19년 만에 2000개를 돌파했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최근 2000번째 연구소기업인 딥아이가 설립됐다. 2006년 1호 콜마비앤에이치 이후 19년 만이다. 딥아이는 한국수력원자력, 미래과학기술지주, 한국과학기술지주에서 출자받아 인공지능(AI) 기반 비파괴 검사 기술을 확보했다. 최근엔 미국 전력연구원(EPRI)의 성능시험(AAPDD) 인증을 세계 최초로 획득했다. 딥아이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전 검사 기술을 국산화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연구소기업은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 및 대학이 보유한 기술의 직접 사업화를 위해 자본금의 10% 이상을 출자해 연구개발특구 안에 설립하는 기업을 말한다. 취·등록세를 면제받고 법인세는 3년간 100%(이후 2년간 50%) 감면받는다. 재산세는 최대 7년간 100%(이후 3년간 50%) 감면해준다.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 성과 사업화 한 '연구소기업'…설립 19년 만에 2000개 돌파
연구소기업은 2020년 1000호 탄생 이후 올해 2000호까지 전국 19개 광역 및 강소 연구개발특구에서 확산되는 성과를 거뒀다. 1호 연구소기업인 콜마비앤에이치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통해 132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100억원대 기술료 수입을 거둬 기술 사업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269호 연구소 기업 큐어버스는 최근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5037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 성과 사업화 한 '연구소기업'…설립 19년 만에 2000개 돌파
2011년 LG생명과학(현 LG화학) 진단사업부 출신 손미진 박사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바이오칩(생체정보 감지 소자) 기술을 이전받아 설립한 수젠텍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해 해외 수출에 성공하고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유전체분석솔루션 기업인 신테카바이오도 상장에 성공했다. 이밖에 스마트 배터리 충전기 등을 생산하는 에너지캠프, AI(인공지능) 회의록 서비스를 내놓은 마인즈랩 등 다양한 연구소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에너지캠프는 대경공동기술지주 출자회사로 설립 후 3년 만에 매출이 2800% 이상 증가해 과학계에서 화제가 됐다.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 성과 사업화 한 '연구소기업'…설립 19년 만에 2000개 돌파
연구소기업은 생존율이 높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지원 기업 이력·성과조사’ 자료에 따르면 연구소기업의 3년차 생존율은 일반기업(41.5%)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86.8%다. 5년차의 경우 일반기업이 28.5%, 연구소기업이 75%다. 또 연구소기업은 창업부터 IPO까지 평균 7.6년이 걸렸다. 일반 창업기업 평균(13년)보다 약 1.7배 빠르고 글로벌 평균인 6.3년에도 근접했다. IPO를 통한 자금회수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뜻이다.

다만 일부 연구소기업은 연구개발특구에 주소만 둔 채 사실상 수도권에서 편법 운영을 하기도 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계에선 R&D 성과를 상용화하는 연구소기업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기술사업화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우리나라 기술사업화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위 정도로 거의 바닥 수준”이라며 “연구성과의 기술 이전부터 창업과 스케일업, 글로벌 진출까지 함께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인센티브와 평가 체계를 개선해 출연연구소 직원들이 기술사업화에 적극 참여하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아 ‘국가 R&D 기술사업화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