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기업 육성으로 계속 강할 것"…美 저력에 집중하는 경제학자들 [미국경제학회 2025]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를 뜨겁게 달군 주제는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이유’였다. 미국 경제는 관세 부과와 재정적자, 마지막 구간에서 식지 않는 인플레이션 등 리스크에 쌓여있지만, 여전히 선진국 가운데 높은 성장률을 보여서다.
이 자리에 모인 경제학자들은 기술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투자문화와 그 결과물인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경제학회에서 목격된 AI 논의의 수준보다 예전보다 훨씬 구체화하고 진일보했다.
○AI 밴드왜건에 탄 투자자들
미국경제학회 마지막 날인 5일(현지시간) 만난 정광수 존스홉킨스대 교수(사진 왼쪽)는 학회 전반에서 드러난 AI 열풍을 ‘밴드왜건’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정 교수는 “다른 선진국의 실물 경제가 좋지 않은 가운데 미국이 AI를 필두로 매그니피센트7 기업들이 지식과 주식을 모두 이끌고 있다”며 “특히 주식시장에선 큰 밴드왜건이 지나가고 있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밴드왜건 효과란 사람들이 유행에 동조하거나 다수의 선택을 따르는 현상이다. AI 기술의 파급력이 알려지고 여기에 빅테크 기업들도 뛰어들자, 전 세계 투자자들도 덩달아 자금을 쏟아붓고 있어서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미국의 AI에 대한 민간투자는 2017년 이후 급증했다. 투자 규모가 감소했던 여타 주요국과 달리 2023년에도 전년 대비 22.1% 증가하며 670억달러를 기록했다.
장유순 인디애나주립대 교수(사진 오른쪽)는 미국만이 가진 독보적인 투자 문화도 미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버드대의 벤처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장 교수는 “이미 대학생들이 아이디어와 관련한 투자를 받기 위해 벤처캐피털을 찾아다니는 게 일상”이라며 “투자자들 또한 작은 아이디어에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돈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월별 창업 신청 건수는 팬데믹 이전 30만건 이하였지만 팬데믹 직후 50만건 가까이 올랐다가 최근 40만건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진일보한 AI 논의
지난해 미국경제학회에서 진행된 AI와 관련한 논의는 챗 GPT 활용법을 논의하는 데 그쳤다면 올해는 AI 기술이 향상하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소개됐다.
수잔 애시 스탠퍼드대 교수는 “AI 기술이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기업이 AI 서비스를 허가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AI 관련 서비스의 가격이 높게 책정될 경우 다양한 사람들이 혜택을 입기 힘들 가능성도 지적했다.
다만 이번 미국경제학회에서도 AI가 미치는 경제적인 효과를 책정할 방법론은 제시되지 않았다. 정 교수와 장 교수 모두 산업혁명부터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신기술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수치를 책정할 수 있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