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뉴스1
국민의힘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으로부터 폭행당한 한 경찰관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고 지적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불법 시위대에게 경찰이 폭행당한 건 어떻게 생각하냐"고 6일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이 가짜 논평을 냈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가 경찰 폭행을 가짜뉴스라고 매도한 덕분에 많은 국민이 경찰이 민노총 조합원에 의해 폭행당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오늘 오전 10시 24분 올라온 한국경제의 이 대표 발언 기사 상위 댓글에는 '이재명은 민노총의 무자비한 폭력행사엔 관심 없고 오로지 그 깔렸던 경찰이 혼수상태냐 아니냐에만 관심 있고'라는 구절이 있고,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불법 시위대에게 경찰이 폭행당했다. 이 대표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며 "경찰 폭행이 가짜뉴스인가. 혼수상태가 아니니 별일 아니라는 말이냐"고 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 / 사진=뉴스1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 / 사진=뉴스1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가짜뉴스로 가짜 논평을 냈다'는 이 대표의 말에 "어디가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 대표가 겨냥한 지난 4일 자 미디어특위 '진짜뉴스 발굴단'의 보도자료 요지를 설명했다. 경찰관이 혼수상태에 빠진 게 사실이라고 단정한 게 아니라,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으로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를 전했다는 게 이 위원장이 설명한 요지다.

이 위원장은 "요지는 '민노총 조합원이 경찰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에는 경찰청 직원 명의로 혼수상태설을 알리는 글과 진짜인지 의심스러워하는 댓글이 혼재돼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의견도 내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 경찰청장은 왜 서둘러 퇴근했는가'라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 대표는 해당 보도자료의 어느 부분이 '가짜뉴스'인지 확실히 밝히길 바란다"며 "민노총의 경찰 폭행 사건을 가짜뉴스라며 물타기 하려는 이 대표의 불순한 시도는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볼 필요가 있다. 어느 부분이 가짜뉴스인지 밝히지 못한다면 반대로 허위 사실을 적시해 저와 국민의힘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일 오후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대로에서 민주노총 등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4일 오후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대로에서 민주노총 등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위대한테 경찰이 맞아서 혼수상태가 됐다고 가짜뉴스 만들어서 국민의힘은 가짜 논평까지 내면서 밤새는 국민들을 폭도로 몰고 있는데, 꼭 신고해주길 바란다"며 당 지도부에 법적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이어 "고발로 끝내면 안 되고 금융치료, 손해배상도 좀 해달라. 변호사 등 법률지원단을 모집해 가짜뉴스로 피해를 보는 시위대 등의 소송 대리를 위임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갖춰달라"며 "그거 하면(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면) 엄청난 재산상 손실까지 본다는 걸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민노총 조합원 2명을 폭행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이를 가로막은 경찰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폭행당한 경찰관은 조합원이 무전기를 뺏어 던진 탓에 이마 윗부분에 3㎝가량의 자상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경찰관은 병원에서 처치 후 정상 퇴근해 신변에 이상이 없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민노총은 전날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전호일 민노총 대변인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했다. 경찰도 얼굴에 상처를 입고 치료를 받은 사실은 있지만, 혼수상태 주장은 허위라고 했다. 앞서 한 경찰청 소속으로 추정되는 이는 폭행 사건 당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우리 직원 머리 맞아서 혼수상태"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5일 양일간 한남동에서 열린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던 민노총 집회에서 3건, 체포를 반대하던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 집회에서 1건 등 총 4건의 경찰관 폭행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검거는 물론 끝까지 추적수사 후 사법조치해 폭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불법행위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