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가족은 수많은 기복 이겨내게 한 힘... 커리어 그랜드슬램 향해 '또다른 동화' 도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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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金·명예의전당·메이저우승
'동화같은 2024년' 보내
보스골프 입고 새 시즌 도전
남편 정준씨 전폭적인 지지로 결혼 후 안정세
"평범하지 않은 아내 이해해줘 고마워"
커리어그랜드슬램 새 목표
"US오픈·KPMG 챔피언십 우승 정조준"
'동화같은 2024년' 보내
보스골프 입고 새 시즌 도전
남편 정준씨 전폭적인 지지로 결혼 후 안정세
"평범하지 않은 아내 이해해줘 고마워"
커리어그랜드슬램 새 목표
"US오픈·KPMG 챔피언십 우승 정조준"
"언니, 난 왜이렇게 기복이 심할까? 다시 올라갈 수 있을지 두려워."
2023년 9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8)가 언니 수라씨와 식사 중 이렇게 말했다. '천재소녀'로 불리며 골프계 최연소 기록을 모조리 휩쓴 그가 커트탈락을 이어가며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던 때였다.
지난해 8월 파리올림픽 여자골프 최종라운드 18번홀에서 리디아 고는 그린으로 이동하며 그날을 떠올렸다. 두번째 샷을 핀 2.3m 옆에 붙여 여유있게 금메달을 확정지은 상황. 그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스스로에게 갖고 있던 의심을 이겨낸 나 자신을 칭찬해줬다"고 활짝 웃었다.
파리올림픽 금메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당' 최연소 입회, 메이저대회 AIG여자오픈 우승까지 '동화같은' 순간으로 가득했던 2024년을 뒤로 하고 리디아 고가 새로운 시작에 나선다. 그는 이날 서울 도곡동 아이엠탐 본사에서 보스골프와 의류 후원을 발표하며 "저의 새 목표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위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LPGA투어에서만 21승을 올린 리디아 고는 ‘천재 소녀’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고, 여섯 살에 뉴질랜드로 건너갔다. 2012년 호주여자프로골프(ALPGA)투어 NSW오픈에서 14세에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그는 2014년 16세에 프로에 데뷔한 뒤 남녀 골퍼를 통틀어 최연소 세계랭킹 1위, 최연소 메이저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몇번의 크고 작은 슬럼프를 겪은 끝에 리디아 고는 지난해 최고의 시간을 보내며 세계랭킹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지난해에 대해 "2023년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신감을 잃었는데 시즌 전 가장 큰 목표로 뒀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그걸 통해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완성한 것이 정말 꿈만 같았다"며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감사한 한해였다"고 돌아봤다.
적지 않았던 슬럼프를 극복해낸 비결에 대해서는 "제가 인복이 많은 덕분"이라고 활짝 웃었다. 가족과 팀 등 늘 좋은 사람이 그를 도와주고 응원해줬기에 혼자 만들어낸 성취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를 통해서 앞으로 또 부진을 겪더라도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승부욕도 리디아 고를 지치지 않게 만드는 힘이다. 그는 "아버지와 내기골프를 쳐도 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며 "선수로 뛰는 동안은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수가 되고싶고, 그만큼 더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 골퍼들에게 결혼은 커리어의 하락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리디아 고는 2022년 결혼 이후 오히려 더 안정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배우자 정준씨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로, 대회 현장에서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리디아 고는 남편에 대해 "AIG오픈 경기 중에 '공이 부족할 것 같다'고 하자 호텔로 달려가 공을 직접 가져다줄 정도로 저를 지지해준다"며 "평범한 아내, 며느리가 아닌 것을 이해해주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파트너를 만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라면 저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난 연말 리디아 고는 또 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역대 최연소로 최고 시민 훈장(Dame Companion)을 받은 것. 그는 "제가 대표하는 나라가 저의 성과를 인정해주었다는 점에서 큰 영광이다. 평생 안고 갈 뜻깊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선수 생활의 새로운 동반자가 된 보스골프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보였다. 보스골프는 세계 골프웨어 시장에서 'PXG 신화'를 쓴 신재호 아이엠탐 회장이 2021년 야심차게 론칭한 브랜드다. 리디아 고는 "그간 레깅스, 후디만 입는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가 최근 몇년 사이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보스골프는 화이트, 블랙, 카멜 등 제가 좋아하는 색을 주로 쓰고 착용감도 편하다. 패션에 뛰어난 안목을 갖고 있는 신 회장님에 대한 믿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스(BOSS)라는 브랜드가 유명한 모델도 런웨이에 서길 원하는 브랜드인지라, 제가 그 격에 맞아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보스 옷을 입고 제 일을 열심히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인터뷰 뒤 곧바로 미국으로 향한 리디아 고는 3주간의 동계훈련 뒤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다. LPGA투어 5대 메이저대회 중 에비앙 챔피언십(2015년), ANA 인스피레이션(2016년·현 셰브론 챔피언십), AIG 여자오픈을 제패한 리디아 고는 US여자오픈과 KPMG 여자PGA챔피언십 중 한 대회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이상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한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 명예의 전당 등 꿈같은 일이 이뤄진 것처럼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목표도 한발 한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페어웨이.그린 안착률을 모두 73% 이상으로 치는 것을 목표로 동계훈련동안 몸을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2023년 9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8)가 언니 수라씨와 식사 중 이렇게 말했다. '천재소녀'로 불리며 골프계 최연소 기록을 모조리 휩쓴 그가 커트탈락을 이어가며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던 때였다.
지난해 8월 파리올림픽 여자골프 최종라운드 18번홀에서 리디아 고는 그린으로 이동하며 그날을 떠올렸다. 두번째 샷을 핀 2.3m 옆에 붙여 여유있게 금메달을 확정지은 상황. 그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스스로에게 갖고 있던 의심을 이겨낸 나 자신을 칭찬해줬다"고 활짝 웃었다.
파리올림픽 금메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당' 최연소 입회, 메이저대회 AIG여자오픈 우승까지 '동화같은' 순간으로 가득했던 2024년을 뒤로 하고 리디아 고가 새로운 시작에 나선다. 그는 이날 서울 도곡동 아이엠탐 본사에서 보스골프와 의류 후원을 발표하며 "저의 새 목표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위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LPGA투어에서만 21승을 올린 리디아 고는 ‘천재 소녀’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고, 여섯 살에 뉴질랜드로 건너갔다. 2012년 호주여자프로골프(ALPGA)투어 NSW오픈에서 14세에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그는 2014년 16세에 프로에 데뷔한 뒤 남녀 골퍼를 통틀어 최연소 세계랭킹 1위, 최연소 메이저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몇번의 크고 작은 슬럼프를 겪은 끝에 리디아 고는 지난해 최고의 시간을 보내며 세계랭킹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지난해에 대해 "2023년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신감을 잃었는데 시즌 전 가장 큰 목표로 뒀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그걸 통해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완성한 것이 정말 꿈만 같았다"며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감사한 한해였다"고 돌아봤다.
적지 않았던 슬럼프를 극복해낸 비결에 대해서는 "제가 인복이 많은 덕분"이라고 활짝 웃었다. 가족과 팀 등 늘 좋은 사람이 그를 도와주고 응원해줬기에 혼자 만들어낸 성취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를 통해서 앞으로 또 부진을 겪더라도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승부욕도 리디아 고를 지치지 않게 만드는 힘이다. 그는 "아버지와 내기골프를 쳐도 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며 "선수로 뛰는 동안은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수가 되고싶고, 그만큼 더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 골퍼들에게 결혼은 커리어의 하락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리디아 고는 2022년 결혼 이후 오히려 더 안정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배우자 정준씨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로, 대회 현장에서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리디아 고는 남편에 대해 "AIG오픈 경기 중에 '공이 부족할 것 같다'고 하자 호텔로 달려가 공을 직접 가져다줄 정도로 저를 지지해준다"며 "평범한 아내, 며느리가 아닌 것을 이해해주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파트너를 만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라면 저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난 연말 리디아 고는 또 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역대 최연소로 최고 시민 훈장(Dame Companion)을 받은 것. 그는 "제가 대표하는 나라가 저의 성과를 인정해주었다는 점에서 큰 영광이다. 평생 안고 갈 뜻깊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선수 생활의 새로운 동반자가 된 보스골프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보였다. 보스골프는 세계 골프웨어 시장에서 'PXG 신화'를 쓴 신재호 아이엠탐 회장이 2021년 야심차게 론칭한 브랜드다. 리디아 고는 "그간 레깅스, 후디만 입는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가 최근 몇년 사이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보스골프는 화이트, 블랙, 카멜 등 제가 좋아하는 색을 주로 쓰고 착용감도 편하다. 패션에 뛰어난 안목을 갖고 있는 신 회장님에 대한 믿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스(BOSS)라는 브랜드가 유명한 모델도 런웨이에 서길 원하는 브랜드인지라, 제가 그 격에 맞아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보스 옷을 입고 제 일을 열심히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인터뷰 뒤 곧바로 미국으로 향한 리디아 고는 3주간의 동계훈련 뒤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다. LPGA투어 5대 메이저대회 중 에비앙 챔피언십(2015년), ANA 인스피레이션(2016년·현 셰브론 챔피언십), AIG 여자오픈을 제패한 리디아 고는 US여자오픈과 KPMG 여자PGA챔피언십 중 한 대회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이상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한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 명예의 전당 등 꿈같은 일이 이뤄진 것처럼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목표도 한발 한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페어웨이.그린 안착률을 모두 73% 이상으로 치는 것을 목표로 동계훈련동안 몸을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