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거지' 면하려다 이자에 무너져…14만 영끌족 '경매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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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임의경매 13만9847건…11년만에 최대
서울 아파트 경매도 2년 만에 '4배' 껑충
"올해도 경매 증가세…저가 매수 기회이기도"
서울 아파트 경매도 2년 만에 '4배' 껑충
"올해도 경매 증가세…저가 매수 기회이기도"
지난해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이 2013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집값 상승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이들이 고금리를 버티지 못한 결과다.
7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3만9847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10만5614건에 비해 32.4%, 2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했다.
임의경매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석 달 이상 갚지 못했을 때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2021년 6만6248건, 2022년 6만5586건 등 6만건 중반에 그쳤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임의경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만5419건으로 2023년 3만9059건에 비해 41.8% 급증했다. 2년 전인 2022년 2만4101건과 비교하면 2배가 넘어간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도 3267건으로 1956건에 그쳤던 2023년 1956건에 비해 67% 급증했다. 2022년 798건 대비로는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집값 상승기 아파트 매입 시기를 놓쳐 '벼락 거지'가 될까 서둘러 대출을 끼고 매수에 나섰던 이들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기준금리는 1%대였지만,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3.5%로 높아졌다.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증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대출 규제에 거래마저 위축되면서 퇴로가 막힌 영끌족은 경매로 내몰렸다. 수도권의 한 개업중개사는 "시장이 얼어붙어 급매물도 매수 문의가 오지 않는다"며 "영끌 당시보다 불어난 이자가 목을 죄어오고 집을 시세보다 낮게 처분하려 해도 팔리질 않으니 결국 버티고 버티다 경매로 끌려가는 것"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영끌족 매물이 경매로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탓에 낙찰가율은 높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는 7.38명으로 2023년 6.4명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낙찰가율도 92.1%를 기록했는데, 10월 97%를 고점으로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12월에는 91.8%를 기록했다. 올해도 매각 물건이 쌓이면서 낙찰가율은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매 신청 건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매각 물건이 쌓일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 낙찰가율이 80%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경매 물건이 늘고 낙찰가율도 낮아지면서 저가 매수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경매를 통해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기에 수요자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도 "갭투자가 불가능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매물도 경매 물건으로 대거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경매로 사들인 물건은 전세를 놓을 수 있기에 갭투자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아파트도 경매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120㎡가 감정가 38억9000만원에 경매로 나왔다. 시세 대비 1억원가량 저렴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같은 시기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119㎡도 경매가 열렸다가 시장 외면에 유찰됐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7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3만9847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10만5614건에 비해 32.4%, 2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했다.
임의경매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석 달 이상 갚지 못했을 때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2021년 6만6248건, 2022년 6만5586건 등 6만건 중반에 그쳤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임의경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만5419건으로 2023년 3만9059건에 비해 41.8% 급증했다. 2년 전인 2022년 2만4101건과 비교하면 2배가 넘어간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도 3267건으로 1956건에 그쳤던 2023년 1956건에 비해 67% 급증했다. 2022년 798건 대비로는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집값 상승기 아파트 매입 시기를 놓쳐 '벼락 거지'가 될까 서둘러 대출을 끼고 매수에 나섰던 이들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기준금리는 1%대였지만,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3.5%로 높아졌다.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증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대출 규제에 거래마저 위축되면서 퇴로가 막힌 영끌족은 경매로 내몰렸다. 수도권의 한 개업중개사는 "시장이 얼어붙어 급매물도 매수 문의가 오지 않는다"며 "영끌 당시보다 불어난 이자가 목을 죄어오고 집을 시세보다 낮게 처분하려 해도 팔리질 않으니 결국 버티고 버티다 경매로 끌려가는 것"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영끌족 매물이 경매로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탓에 낙찰가율은 높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는 7.38명으로 2023년 6.4명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낙찰가율도 92.1%를 기록했는데, 10월 97%를 고점으로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12월에는 91.8%를 기록했다. 올해도 매각 물건이 쌓이면서 낙찰가율은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매 신청 건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매각 물건이 쌓일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 낙찰가율이 80%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경매 물건이 늘고 낙찰가율도 낮아지면서 저가 매수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경매를 통해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기에 수요자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도 "갭투자가 불가능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매물도 경매 물건으로 대거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경매로 사들인 물건은 전세를 놓을 수 있기에 갭투자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아파트도 경매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120㎡가 감정가 38억9000만원에 경매로 나왔다. 시세 대비 1억원가량 저렴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같은 시기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119㎡도 경매가 열렸다가 시장 외면에 유찰됐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