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에 한 번 로켓 쏜 스페이스X…발사장 포화에 '우주공항' 뜬다
인공위성과 탐사선 등을 우주로 보낼 발사체(로켓)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미국 내 주요 로켓 발사장들이 포화상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소유한 발사장이 아니라 민간 수요에 맞춘 ‘국가 우주공항’을 건설하자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너선 맥도웰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박사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내 우주 로켓 발사가 145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31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A발사대에서 스타링크 통신위성 21기를 실은 팰컨9 로켓을 발사했다. 스페이스X는 작년 정찰·통신 위성이 주로 활동하는 지구 저궤도(2000㎞ 이하)를 향해 총 134회 로켓을 발사했다. 2.7일에 한 번꼴로 로켓을 쏘아 올린 것으로 2023년 96회보다 약 40% 증가했다.

발사 대부분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와 케네디우주센터, 캘리포니아주의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 등 3곳에서 이뤄졌다. 문제는 미국 정부와 민간에서 더 많은 발사를 계획하고 있어 병목 현상이 심화한다는 점이다. WSJ는 “우주 기업은 자체 위성, 고객 탑재물을 우주로 운반하면서 비행 횟수를 늘릴 계획”이라며 “이미 발사장이 포화 상태”라고 지적했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우주 발사체 시장 규모는 2022년 142억1000만달러에서 2030년 319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급한 대로 케이프커내버럴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의 발사 횟수를 늘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지만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뿐 아니라 민간 달 탐사선, 민간 국제우주정거장 발사 수요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발사장 포화 문제를 완화할 방법으로 ‘국가 우주공항’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 단순한 로켓 발사 개념을 넘어 재사용 발사체 특화 착륙장과 상시 우주 여행 인프라, 우주선 수송·정비를 아우르는 ‘스페이스 포트 컴플렉스’ 구축이 목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주도로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연내 밑그림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업계 관계자는 “기존 발사대는 정부 수요에 초점이 맞춰져 민간 수요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며 “발사체 크기별로 발사대를 구축하는 일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페이스X 전용 발사 시설인 ‘스타베이스’가 발사대 렌털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에 민간 우주로켓 발사를 위한 전용 발사장과 로켓-탑재체 조립 및 비행 시험 등을 수행하는 발사체기술사업화센터 구축이 예정돼 있다. 미국 내에서 거론되는 국가 우주공항과 유사한 인프라다. 다만 고흥은 발사 시 지구 중력의 저항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적도에서 거리가 먼 데다 일본, 중국 등 이웃 국가가 인접해 상시 발사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