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개국에서 치러진 유럽 선거는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나라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광풍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작년 6월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1위(2차 투표 3위)를 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등에서도 극우 정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에도 포퓰리즘이 밀어닥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크다. ‘불신’과 ‘침체’라는 포퓰리즘 바이러스 활성화 조건이 한국에서도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승자독식 선거제도, 팬덤 정치 등에 기인한 대결적 정치 구도는 40% 중도층을 포용하지 못한 채 양극단 간 갈등을 증폭하고 있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점령한 극단의 정치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기 침체, 양극화 심화 등 포퓰리즘이 득세할 경제적 환경도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포퓰리즘이 한 번 시작되면 성장 잠재력 훼손 등 국내 경제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중대선거구제 개편, 지역·직능·세대별 등 다양한 비례대표 배분 등을 통해 한국 정치의 ‘정서적 내전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경목/안상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