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밀·콩 가격이 미국 내 풍작으로 떨어지자 곡물가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증권(ETN) 주가가 오르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글로벌 곡물가가 하향 안정화된 후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6일 ‘KB 인버스 2X 밀 선물 ETN’은 5.27% 오른 3만8155원에 마감했다. 이 ETN은 국제 밀 선물 가격의 하루 수익률을 역으로 두 배 추종하는 ‘곱버스’형 상품이다. 지난해 10월 4일부터 이날까지 약 3개월 동안 44.80% 상승했다. 콩 선물에 기반한 인버스형 ETN인 ‘하나 인버스 2X 콩 선물 ETN(H)’도 같은 기간 14.15% 올랐다.

국제 밀·콩 선물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다. 3월이 만기인 미국산 밀 선물 가격은 작년 10월 1일 종가가 부셸당 599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 3일에는 부셸당 529.25달러까지 하락했다. 미국산 콩 선물(3월 만기) 가격도 작년 10월 초 부셸당 1057.25달러에서 최근 991.75달러로 내려왔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올겨울 이상기후 현상인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국제 곡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니냐가 일어나면 북미와 남미 지역에 가뭄이 들어 곡물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내 작황이 오히려 호조를 보이면서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ING리서치는 “작년 10월 초 미국 밀 작황은 좋지 않았지만 11월 들어 크게 개선됐다”며 “미국 밀 생산량이 전년보다 9%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미·중 무역 분쟁 우려로 중국이 미국산 곡물 수입을 줄이는 것도 미국산 곡물 가격이 하락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잭 라리머 S&P글로벌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막대한 대두 비축량을 구축했고 대두 수입처를 미국에서 차차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으로 돌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올해 밀 가격은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말 러시아의 밀 파종 시기가 늦어지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재고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