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던진 경영 키워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 2.0 시대 개막’과 탄핵 정국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내수 침체, 중국의 추격 등 한국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사실상 똑같아서다. 다가올 ‘퍼펙트 스톰’에 대비하는 국내 기업들의 해법이 하나같이 근원 기술력 강화와 혁신에 방점이 찍힌 이유다.

기업인들이 올해 신년사에 담은 가장 많은 키워드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다. 삼성전자가 그랬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우리 사업의 근간인 기술과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인공지능(AI)과 품질 관련 조직을 한층 더 강화했다”며 “미래 기술 리더십과 철저한 품질 확보에 만전을 기하자”고 당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본원 경쟁력 강화를 외쳤다. 최 회장은 “지난해 AI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격변을 경험했다”며 “이런 어려운 환경일수록 우리 회사가 가진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SK만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수비’를 잘하는 것만으론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승리하려면 혁신을 통한 ‘공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부회장은 “지금은 기존 성공 방정식을 넘어선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새로운 제품과 사업, 혁신적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기술과 인재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사업’ 분야에서 혁신을 일궈내자고 말했다. 구 회장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든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LG가 됐다”며 “도전과 변화의 DNA로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고객에게 드리자”고 당부했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승부 포인트를 ‘차별화’에 뒀다. 그는 “배터리 분야에서 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 기술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인 쇄신을 선언했다. 그는 “혁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시장 기대를 총족하기 위한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조직과 시스템, 업무 관행까지 모두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우리는 지금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며 “각 사업부는 당장 실행 가능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 계획)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