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이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를 막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미 법원에 제소했다. 일본 기업이 미국 대통령을 제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여부는 사법부로 넘어가게 됐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며 “바이든 대통령 등을 연방항소법원에 제소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인수 중단 명령을 무효화한 뒤 재심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제소 대상엔 미 재무부 산하 대미외국투자위원회(CFIUS)와 이 위원회 의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도 포함됐다.

일본제철이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난 3일 바이든 대통령이 중단 명령을 내린 US스틸 인수 계획에 대한 심사다. 이번 인수 건은 CFIUS가 심사해왔다. 일본제철은 인수 심사가 미국 헌법상 올바른 절차를 위반한 데다 불법적인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본제철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노동조합 지지를 받아 승리한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의 지배를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CFIUS 심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일본제철은 이번 인수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철강기업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로렌코 곤칼베스, 데이비드 매콜 미국철강노동조합(USW) 회장도 펜실베이니아주 서부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일본제철은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북미 철강 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불법적 시도의 일환으로 USW 집행부와 공모해 인수를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미국 2위 철강 기업으로, 당초 US스틸 인수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일본제철에 밀렸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 및 USW가 바이든 대통령과 ‘일본제철의 인수를 막으면 대선에서 지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합의한다’는 등의 내용을 여러 차례 주고받은 증거가 있다는 게 일본제철 입장이다. 모리 다카히로 일본제철 부회장은 “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하겠다”며 “정치적 개입과 조직적인 불법행위 등에 굴하지 않고 인수를 완료하겠다는 변함없는 결의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