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줄이탈에 점포 폐점까지…허리띠 졸라맨 면세업계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이 폐점을 앞뒀다.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10월 영업 면적을 대폭 줄였는데도 입점 브랜드들이 잇달아 이탈하면서 점포 운영이 어려워진 것이다. 면세점 주요 고객인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줄고 고환율 기조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올해 면세점 업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몰 내에 있는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2026년까지 영업을 할 수 있게 허가를 받은 특허권을 반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부산점 폐점을 검토하고 있다"며 "특허권 반납을 위해 세관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점은 최근 꾸준히 영업을 축소해왔다. 작년 10월 영업 면적을 25% 줄인 데 이어 같은해 12월에는 영업일을 주 7일에서 5일로 단축했다.
브랜드 줄이탈에 점포 폐점까지…허리띠 졸라맨 면세업계
부산점이 폐점 수순을 밟게 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면세점의 '큰 손'이었던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올라 면세점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방문객 수도 줄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부산은 지리적 특성상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데, 엔화가 약세를 보이며 일본인 매출이 많이 빠졌다"며 "불경기 영향으로 크루즈 관광객도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관광시장도 침체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면세점 매출은 계속 하락세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4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2% 감소했다. 한 달 전보다는 8.7% 적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도 매출 하락이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엄 사태로 국내 정치 상황이 불안해지고 킹달러가 지속되며 지난달 면세점 방문객 수가 10~11월 대비 20%가량 줄었다"며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1월에 있는 설·춘절 등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면세업계는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감축하며 '버티기'에 돌입하고 있다. 현대면세점의 경우 올해 본사 이전을 검토 중이다. 현재 강남구 대치동 무역센터점에 있는 사무실을 동대문점으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대면세점이 운영하는 시내 면세점은 무역센터점과 동대문점 등 두 곳이다.

부진한 사업도 정리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2월 서울 명동에서 운영하던 오프라인 쇼룸 '나우인명동(구 LDF하우스)'을 1년 만에 폐점했다.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고객을 겨냥한 팝업스토어로 문을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마일리지 적립 서비스인 'LDF 트래블 마일리지'도 다음 달 종료한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