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에 그칠 수 있다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1% 후반대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소비심리 급락이 이같은 전망의 이유로 꼽힌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7%로 집계됐다. 계엄 사태 이전인 작년 11월 말 1.8%에서 0.1%포인트 하락했다. IB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9월말 2.1%에서 10월말 2.0%로 내린 후 3개월 연속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28일 제시한 전망치(1.9%)는 물론 정부의 지난 2일 전망치(1.8%)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IB들이 국내 기관에 비해 한국의 경제상황을 더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엔 JP모간이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3%로 0.4%포인트나 낮췄다. JP모간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한층 더 짙어진 내수 불황을 결정적 변수로 지목했다. 박석길 JP모간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경제심리지수가 전반적으로 꽤 큰 폭으로 하락했고, 올해 1월 들어서도 의미 있게 상향 반전할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까지 데이터를 확인하고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내수 불확실성이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여 올해 1분기 수치까지 낮췄고, 그 결과로 연간 수치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심리지수는 88.4로 11월(100.7)보다 12.3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3월 18.3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카드데이터를 중심으로 소폭의 소비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JP모간 외에도 HSBC가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7%로 조정했다. 다른 여섯개 기관은 아직 성장률 전망을 조정하지 않았다.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11월 말 예측과 같았다.

성장률 둔화가 가시화하면서 정부와 한은의 정책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는 예산을 조기집행하는 동시에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오는 1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 추가 인하를 고민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전례 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다만 기자들과 만나 "지금 어느 방향으로 결정된 게 없다"며 "(금융통화위원회 직전까지)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