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관광객들이 중국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수속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관광객들이 중국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수속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그 돈이면 일본 간다고 했는데 이제 중국 가야겠어요."

중국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한국인 여권 소지자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면서다. 비자 발급 비용과 절차가 필요 없어진 데다 여행 경비도 저렴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여행지로 떠올랐다. 중국 언론은 한국인 관광객이 4배 이상 급증했다며 무비자 정책 효과를 알리고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요 여행사의 중국 패키지 송출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이상 크게 늘었다. 하나투어의 지난해 12월 중국 송출객 수는 7만8600명으로 2023년 같은달(3만5400명)보다 2배 이상, 모두투어 송출객도 9913명으로 2배 가까이(2023년 12월 5631명) 증가했다.

무비자 정책 효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한국인 여행객의 중국 검색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경닷컴이 글로벌 여행 애플리케이션(앱) 스카이스캐너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 지난해 11~12월 검색량은 전년 대비 각각 130%, 77% 증가했다.

스카이스캐너 관계자는 "중국은 비교적 환율 영향이 적고 비행시간이 짧은 단거리 여행지로 비용 부담이 적어 여행객에게 최근 주요 여행지 옵션으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대련, 칭다오 등이 최근 한 달 사이 높은 검색량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 비해서도 비용이 저렴하다. 한국인 여행객에게 관심도가 높은 중국 상하이와 일본 도쿄 항공편 가격을 비교해보면 왕복 40만원대(대형 항공사 기준)로 비슷하지만 숙소 비용에서 차이가 컸다. 4성급 호텔 기준 상하이는 1박에 10만원 이하 객실도 많지만 일본은 10만~20만원대로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칭다오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30대 직장인 A씨는 "5성급 호텔인데도 10만원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 항공료만큼 들던 비자 발급 비용이 없어져 가성비 여행지가 됐다"고 말했다.
출처=중국중앙TV(CCTV) 캡처.
출처=중국중앙TV(CCTV) 캡처.
현지에서도 한국인 관광객 방문 증가에 주목했다. 중국 언론은 한국인 여행객이 늘었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중앙TV(CCTV)는 지난 5일 중국이 한국 대상으로 무비자 관광 정책을 시행한 뒤 상하이 시내가 한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고 보도했다. CCTV는 특히 주말을 이용해 짧은 여행을 다녀가는 '밤도깨비 여행'이 한국인 사이 유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선 3일에는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 발표를 인용해 한국발 중국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42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트립닷컴은 "무비자 정책 효과로 한국인 여행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주로 하얼빈, 청두, 상하이 등이 행선지"라고 귀띔했다.

중국은 무비자 시범 정책 적용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통상 양국이 서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상호주의' 원칙이지만 일부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국가들 상대로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도 입국 비자를 면제했다. 우리 정부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적용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영향이 적은 데다 비자 면제로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여행객에게 중국이 대안으로 떠올랐다"며 "한동안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