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2' 강애심 "'네 멋대로 해라' 양동근 팬, 내 아들이라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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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 금자 역 배우 강애심
배우 강애심이 모자 호흡을 맞춘 양동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강애심은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 인터뷰에서 "제가 캐스팅된 후 양동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 얘길 듣고 '더 이상 복을 안 받아도 되겠다' 싶더라. 제가 '네 멋대로 해라' 팬이라 방영 10년, 20년 후에 상영회를 하는 것도 알았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그 드라마 카페도 가입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행복했다"며 "그런데 양동근은 정작 '그런 카페가 있었냐' 이러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징어게임' 시리즈는 456억원의 상금을 걸고 게임을 펼치는 456명 참가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오징어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을 담았다.
강애심이 연기한 금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을 지키려는 의지와 고집을 가진 인물. 아들의 빚을 갚겠다는 일념으로 참가한 게임에서 아들 용식(양동근 분)도 게임에 참여했다는 걸 알고 당황한다.
연극 '빨간시', '다윈의 거북이',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비롯해 영화 '오픈 더 도어', '두 여자의 방'과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비밀은 없어', '멜로가 체질' 등 어느덧 데뷔 42년차를 맞이한 베테랑 배우 강애심은 금자를 연기하며 아들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지만, 쓴소리와 '등짝 스매싱'도 거침없는 한국식 모성애를 선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임신한 참가자 준희(조유리 분)의 몸상태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밖에 나가면 우리 집에 놀러오라"며 "김치찌개 끓여 먹자"는 '한국의 정'을 보여준다.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양동근은 "본래 용식은 더 날카롭고 자기 멋대로인 캐릭터였는데, 금자의 귀여운 모습에 동화돼 같이 귀여워졌다"고 말했다.
강애심은 "처음 대본리딩부터 둘이 같이했다"며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의 순수함과 선함의 느낌에 그냥 녹아들었다. 제가 그렇게 느껴지니 상대도 그렇게 느껴지는지 처음 리딩 때부터 합이 잘 맞았다"면서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이어 "그리고 제가 좀 귀여운가 보다. 일부러 장착한 건 아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다음은 강애심과 일문일답. ▲ '오징어게임2'를 어떻게 봤을까.
너무 재밌었다. 시나리오도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논스톱으로 읽었다. (황동혁 감독이) 천재다 싶었다. 1편을 잘 만들어서 재밌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전체적인 구상이 회마다 끝나는 것도 현명하게 하신 거 같고, 다양한 인물이 나오지만 나름대로 타당성이 부여돼 지루할 틈이 없었던 거 같다. 그리고 O, X 게임도 매번 나오지만, 심리가 작용해서 '어떻게 할까' 생각을 갖게 했다. 다 재밌었다.
▲ 시즌1이 잘 돼 합류하면서 부담감이 없었나.
그런 걸 느낄 틈도 없이 그저 행복했다. 이렇게 거대한 작품에 나오는 게. 구름 속을 나는 느낌이었다.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 특히 공기 연습을 진짜 열심히 했다. 제가 직접 연기하긴 했는데, CG 도움도 약간 받았다. 제가 바보 공기를 했다. 오른손이 뻣뻣하다. 공기는 손이 유연해야 하는데. 결국 열심히 연습했음에도 5개를 얹었는데 4개만 꺾기로 잡았다. 그래서 1개를 교묘하게 CG 도움을 받았다.
▲ 감독의 요구 사항이 있었을까.
제가 먼저 물어봤다. 왜 날 캐스팅했냐고. 그런데 감독님이 제 독백 연기를 보고 충분히 하실 거 같았다고 하시더라. 저도 아들 하나 있는 엄마로서 연기자로서 극복하고, 또 다른 인물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서 부담 없는 역할이었다. 단지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 속에서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그 마음이 현실에서 얻기 힘드니 영화에서 봤을 때 느낌, 표정 등을 기억하며 연기했다.
▲ 아들 역에 양동근이 캐스팅된 건 언제 알았나.
제가 캐스팅된 후 양동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얘길 듣고 '더 이상 복을 안 받아도 되겠다' 싶더라. 팬이었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방영 10년, 20년 후에 상영회를 하는 것도 알았다. 그 드라마 카페도 가입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행복했다. 그런데 양동근은 정작 '그런 카페가 있었냐' 이러더라.(웃음)
▲ 양동근이 처음 준비했던 용식은 날카로운 인물이었는데, 귀여운 엄마라 캐릭터가 귀엽게 순화됐다고 하더라.
처음 대본리딩을 둘이 같이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의 순수함과 선함의 느낌에 그냥 녹아들었다. 제가 그렇게 느껴지니 상대도 그렇게 느껴지는지 처음 리딩 때부터 합이 잘 맞았다. 사람이 만나면 젖어 들어가는 게 있지 않나. 그리고 제가 좀 귀여운가 보다.(웃음) 일부러 (귀여움을) 장착한 건 아니다.
▲ 실제로 만난 양동근은 어떻던가.
발음이 똑 부러진다거나 발성이 좋은 건 아닌데도 한마디 한마디가 들린다. 어떤 사람은 목소리도 좋고 발음도 정확한 거 같은데 안 들리는 거 같은데 이 사람은 안 그렇다. 제가 그 친구의 태도, 대사 느낌에 시너지를 받아서 감정 이입이 더 심도 있게 나온 거 같다.
▲ 카메라 밖에서도 모자처럼 지냈나.
아들이라기엔 동근 씨가 나이가 많다. 그냥 제가 팬이라 좋아했다. 우리 둘이 홍어를 그렇게 좋아한다. 홍어에 막걸리를 많이 먹으러 다녔다. 특별히 더 챙겨준 건 없다. 좀 늦을 때 걔 거 챙겨주는 정도다.
▲ 실제 아들의 반응은 어떤가.
우리 아들은 올해 서른셋인데 대답할 땐 단답형이다. 여자친구랑 봤다고 하는데, 저랑은 안 봤다. 말이 없다. 그런데 양동근 씨도 그러더라 '진짜 우리 엄마한테는 살갑게 못 한다'고. 그래서 아들들이 다 똑같구나 싶었다.
▲ 게임장에서 가장 연장자였다.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
그러진 않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할 때 전력 질주하면서 '내가 평소에 운동을 안 했구나' 하는 아쉬움이 잠깐 있었을 뿐이다. 5인6각도 심리적으로 '안 하면 죽어' 이러니까, 전혀 안 힘들더라. 몰입이 되니까 다른 에너지가 나왔는지 힘들지 않았다.
▲ 시즌1부터 좋아했다고 하는데,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그 세계관에 입성한 느낌이 어땠나.
그 세계에 들어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기했다. 더 큰 세트장에서 촬영했을 법한 이정재, 이병헌 씨도 고개를 둘러보더라.
▲ 공개된 캐스팅을 보며 어땠나.
다 신기했다. 다 친해지고 싶더라. 촬영장에서 모니터하는데, 저도 뒤에서 그들을 바라봤다. 너무 좋았다. 성격들도 좋고. '오징어게임2'가 가진 기운이 있다.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이 어딨겠나. 어떨 땐 나의 나쁜 점이 발현될 수도 있는 거고. 모두 순수했다.
▲ 특히 아들 양동근 다음으로 조유리와도 호흡을 많이 맞췄다.
나에게 딸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저에겐 딸이 없으니까. 그런데 엄마들은 다 오지랖을 떠니까.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이런 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조유리는) 정말 똑똑하고 현명해서 느낌을 알아듣더라. 화장실 안에서 펑펑 우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잘하더라.
▲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하이라이트 보면서 울더라. 지금도 과몰입한 걸까.
아직도 그렇다.(눈물) '둥글게 둥글게'에서 아들을 보내면서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다 들어가서 OK 사인이 나고 들어왔더니 이병헌 배우가 ''붉은 수수밭'의 공리 같았다'고 하더라. 기분이 너무 좋더라. 그런데 다시 찍었다.(웃음) 두려움 같은 게 없이 멋지게 아들을 떠나보내는 아련함만 있어서. 두려움이 보이도록 다시 했다. ▲ 오영수가 시즌1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시즌2에서는 강애심이다'라는 반응도 나오더라. 같이 언급되면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싶다.
전혀 다른 캐릭터다. 감히 제가. 극 안에서 존재감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 한국의 모성애를 보여준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떤가.
그건 제가 그렇게 말하고 다닌다. 다른 참가자들에게 '나가서 김치찌개 끓여서 같이 먹자'고 하는데, 그게 'K-맘', '한국의 오지랖' 아닌가. 또 오지랖을 부리며 난다긴다하는 이병헌에게도 야단치는데, 너무 통쾌했다.(웃음)
▲ 실제로는 어떤 엄마인가.
실수를 많이 하는 엄마다. 제가 유아교육과 출신이다. 아이를 인격적으로 훌륭한 아이로 키운다고 굉장히 강요를 많이 했다. 얼마 전부터 사이가 편안해진 거 같다. 이제 아들 마음을 이해하는 엄마가 된 거 같다. 인제야. 미성숙한 엄마였다.
▲ 금자가 아닌 강애심이라면, 아들을 위해 게임을 하러 들어갈 수 있나.
대신 죽어라 하면 하는데, 게임은 별개 같다. 죽는 걸 모르면 가는데, 알고는 못 간다(웃음). 내가 죽는다고 자식이 죽는 건 아니니까.
▲ 애드리브로 완성된 장면도 있나.
주로 행동이다. 손을 휘두른다거나. 현주에게 '왜 뒤를 보지 말라고 하나' 물어보면서 주책스러운 제스처를 보이는 장면 등도 애드리브로 했다. 화장실 간다고 문열어 달라고 요청한 건 오히려 대사가 잘렸다.
▲ 1981년 연극 '더넥스트'로 데뷔해서 오랫동안 연기를 했지만, '오징어게임2'를 통해 새로 도전한 것도 있을까.
엄청난 홍보 스케일을 보면서 '내가 진짜 이런 것도 하네' 이런 생각을 했다. 미국도 다녀오고. 제작발표회 겸 월드프리미어 행사도 하고. '내가 이런 자리에도 서는구나' 싶었다.
▲ 소속사도 없고 SNS도 운영 안 한다.
SNS는 동근 씨가 만들어 준다고 했는데, 제가 안 했다. 그리고 소속사가 없는 건, 제가 연극이 우선이라 그렇다. 소속사 분들을 만나 '전 연극이 먼저인데, 그래도 저를 원하시냐'하니 안됐다. (웃음) 지금도 연극이 우선이다. 연극이 가장 마음이 편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유명세를 경계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있다. 그게 하나의 거품이 아닌가. '오징어게임2' 같은 작품도 나이 먹고 이렇게 해서 다행이다 싶다.
▲ 그렇게 연극을 사랑하는데, '오징어게임' 시리즈 촬영 기간이 길어져서 어떡했나.
연극 하나를 고사했다. 너무 미안했다. 연출에게 직접 전화했는데 '아니다. 이건 꼭 해야 한다'고 하더라. (웃음) '오징어게임' 시리즈 촬영이 끝나고 연극 2편을 했는데, 작년 연말에 더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쉽다. 올해엔 하고 싶다. 연극 외에 드라마, 영화에서는 '오징어게임2' 출연 소식이 알려진 후 출연 제안도 오기는 하는데, 스케줄 간만 오는 거 같다. 정해진 건 하나 정도다.
▲ 윤여정과 같이 나이와 상관없이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징어게임2' 이후 목표나 꿈이 커진 부분이 있을까.
글로벌 진출을 살짝 꿈꾼 순간도 있지만, 포기했다. 영어 단어 외우려고 해도 쉽지 않더라. 그런데 요즘은 파파고가 있더라. 굳이 뭐.(웃음) 이번에 미국 가서도 택시 기사님과 파파고로 대화했다. 외국에서 글로벌 스타가 돼 외국 작품을 찍고 하는 건 못할 거 같다. 하지만 우리말로 연기해도 된다고 하면 당연히 간다. 나이를 먹으면 서포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걸 적절히 해나가면서 무대에서 오래 연기하고 싶다.
▲ 시즌3에 대한 관전 포인트를 짚어줄 수 있을까.
시즌2에서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데 잘 안 보이는 느낌이 있다. 다음 시즌에서는 그분들의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기대해 달라.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강애심은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 인터뷰에서 "제가 캐스팅된 후 양동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 얘길 듣고 '더 이상 복을 안 받아도 되겠다' 싶더라. 제가 '네 멋대로 해라' 팬이라 방영 10년, 20년 후에 상영회를 하는 것도 알았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그 드라마 카페도 가입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행복했다"며 "그런데 양동근은 정작 '그런 카페가 있었냐' 이러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징어게임' 시리즈는 456억원의 상금을 걸고 게임을 펼치는 456명 참가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오징어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을 담았다.
강애심이 연기한 금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을 지키려는 의지와 고집을 가진 인물. 아들의 빚을 갚겠다는 일념으로 참가한 게임에서 아들 용식(양동근 분)도 게임에 참여했다는 걸 알고 당황한다.
연극 '빨간시', '다윈의 거북이',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비롯해 영화 '오픈 더 도어', '두 여자의 방'과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비밀은 없어', '멜로가 체질' 등 어느덧 데뷔 42년차를 맞이한 베테랑 배우 강애심은 금자를 연기하며 아들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지만, 쓴소리와 '등짝 스매싱'도 거침없는 한국식 모성애를 선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임신한 참가자 준희(조유리 분)의 몸상태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밖에 나가면 우리 집에 놀러오라"며 "김치찌개 끓여 먹자"는 '한국의 정'을 보여준다.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양동근은 "본래 용식은 더 날카롭고 자기 멋대로인 캐릭터였는데, 금자의 귀여운 모습에 동화돼 같이 귀여워졌다"고 말했다.
강애심은 "처음 대본리딩부터 둘이 같이했다"며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의 순수함과 선함의 느낌에 그냥 녹아들었다. 제가 그렇게 느껴지니 상대도 그렇게 느껴지는지 처음 리딩 때부터 합이 잘 맞았다"면서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이어 "그리고 제가 좀 귀여운가 보다. 일부러 장착한 건 아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다음은 강애심과 일문일답. ▲ '오징어게임2'를 어떻게 봤을까.
너무 재밌었다. 시나리오도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논스톱으로 읽었다. (황동혁 감독이) 천재다 싶었다. 1편을 잘 만들어서 재밌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전체적인 구상이 회마다 끝나는 것도 현명하게 하신 거 같고, 다양한 인물이 나오지만 나름대로 타당성이 부여돼 지루할 틈이 없었던 거 같다. 그리고 O, X 게임도 매번 나오지만, 심리가 작용해서 '어떻게 할까' 생각을 갖게 했다. 다 재밌었다.
▲ 시즌1이 잘 돼 합류하면서 부담감이 없었나.
그런 걸 느낄 틈도 없이 그저 행복했다. 이렇게 거대한 작품에 나오는 게. 구름 속을 나는 느낌이었다.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 특히 공기 연습을 진짜 열심히 했다. 제가 직접 연기하긴 했는데, CG 도움도 약간 받았다. 제가 바보 공기를 했다. 오른손이 뻣뻣하다. 공기는 손이 유연해야 하는데. 결국 열심히 연습했음에도 5개를 얹었는데 4개만 꺾기로 잡았다. 그래서 1개를 교묘하게 CG 도움을 받았다.
▲ 감독의 요구 사항이 있었을까.
제가 먼저 물어봤다. 왜 날 캐스팅했냐고. 그런데 감독님이 제 독백 연기를 보고 충분히 하실 거 같았다고 하시더라. 저도 아들 하나 있는 엄마로서 연기자로서 극복하고, 또 다른 인물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서 부담 없는 역할이었다. 단지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 속에서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그 마음이 현실에서 얻기 힘드니 영화에서 봤을 때 느낌, 표정 등을 기억하며 연기했다.
▲ 아들 역에 양동근이 캐스팅된 건 언제 알았나.
제가 캐스팅된 후 양동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얘길 듣고 '더 이상 복을 안 받아도 되겠다' 싶더라. 팬이었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방영 10년, 20년 후에 상영회를 하는 것도 알았다. 그 드라마 카페도 가입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행복했다. 그런데 양동근은 정작 '그런 카페가 있었냐' 이러더라.(웃음)
▲ 양동근이 처음 준비했던 용식은 날카로운 인물이었는데, 귀여운 엄마라 캐릭터가 귀엽게 순화됐다고 하더라.
처음 대본리딩을 둘이 같이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의 순수함과 선함의 느낌에 그냥 녹아들었다. 제가 그렇게 느껴지니 상대도 그렇게 느껴지는지 처음 리딩 때부터 합이 잘 맞았다. 사람이 만나면 젖어 들어가는 게 있지 않나. 그리고 제가 좀 귀여운가 보다.(웃음) 일부러 (귀여움을) 장착한 건 아니다.
▲ 실제로 만난 양동근은 어떻던가.
발음이 똑 부러진다거나 발성이 좋은 건 아닌데도 한마디 한마디가 들린다. 어떤 사람은 목소리도 좋고 발음도 정확한 거 같은데 안 들리는 거 같은데 이 사람은 안 그렇다. 제가 그 친구의 태도, 대사 느낌에 시너지를 받아서 감정 이입이 더 심도 있게 나온 거 같다.
▲ 카메라 밖에서도 모자처럼 지냈나.
아들이라기엔 동근 씨가 나이가 많다. 그냥 제가 팬이라 좋아했다. 우리 둘이 홍어를 그렇게 좋아한다. 홍어에 막걸리를 많이 먹으러 다녔다. 특별히 더 챙겨준 건 없다. 좀 늦을 때 걔 거 챙겨주는 정도다.
▲ 실제 아들의 반응은 어떤가.
우리 아들은 올해 서른셋인데 대답할 땐 단답형이다. 여자친구랑 봤다고 하는데, 저랑은 안 봤다. 말이 없다. 그런데 양동근 씨도 그러더라 '진짜 우리 엄마한테는 살갑게 못 한다'고. 그래서 아들들이 다 똑같구나 싶었다.
▲ 게임장에서 가장 연장자였다.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
그러진 않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할 때 전력 질주하면서 '내가 평소에 운동을 안 했구나' 하는 아쉬움이 잠깐 있었을 뿐이다. 5인6각도 심리적으로 '안 하면 죽어' 이러니까, 전혀 안 힘들더라. 몰입이 되니까 다른 에너지가 나왔는지 힘들지 않았다.
▲ 시즌1부터 좋아했다고 하는데,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그 세계관에 입성한 느낌이 어땠나.
그 세계에 들어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기했다. 더 큰 세트장에서 촬영했을 법한 이정재, 이병헌 씨도 고개를 둘러보더라.
▲ 공개된 캐스팅을 보며 어땠나.
다 신기했다. 다 친해지고 싶더라. 촬영장에서 모니터하는데, 저도 뒤에서 그들을 바라봤다. 너무 좋았다. 성격들도 좋고. '오징어게임2'가 가진 기운이 있다.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이 어딨겠나. 어떨 땐 나의 나쁜 점이 발현될 수도 있는 거고. 모두 순수했다.
▲ 특히 아들 양동근 다음으로 조유리와도 호흡을 많이 맞췄다.
나에게 딸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저에겐 딸이 없으니까. 그런데 엄마들은 다 오지랖을 떠니까.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이런 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조유리는) 정말 똑똑하고 현명해서 느낌을 알아듣더라. 화장실 안에서 펑펑 우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잘하더라.
▲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하이라이트 보면서 울더라. 지금도 과몰입한 걸까.
아직도 그렇다.(눈물) '둥글게 둥글게'에서 아들을 보내면서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다 들어가서 OK 사인이 나고 들어왔더니 이병헌 배우가 ''붉은 수수밭'의 공리 같았다'고 하더라. 기분이 너무 좋더라. 그런데 다시 찍었다.(웃음) 두려움 같은 게 없이 멋지게 아들을 떠나보내는 아련함만 있어서. 두려움이 보이도록 다시 했다. ▲ 오영수가 시즌1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시즌2에서는 강애심이다'라는 반응도 나오더라. 같이 언급되면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싶다.
전혀 다른 캐릭터다. 감히 제가. 극 안에서 존재감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 한국의 모성애를 보여준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떤가.
그건 제가 그렇게 말하고 다닌다. 다른 참가자들에게 '나가서 김치찌개 끓여서 같이 먹자'고 하는데, 그게 'K-맘', '한국의 오지랖' 아닌가. 또 오지랖을 부리며 난다긴다하는 이병헌에게도 야단치는데, 너무 통쾌했다.(웃음)
▲ 실제로는 어떤 엄마인가.
실수를 많이 하는 엄마다. 제가 유아교육과 출신이다. 아이를 인격적으로 훌륭한 아이로 키운다고 굉장히 강요를 많이 했다. 얼마 전부터 사이가 편안해진 거 같다. 이제 아들 마음을 이해하는 엄마가 된 거 같다. 인제야. 미성숙한 엄마였다.
▲ 금자가 아닌 강애심이라면, 아들을 위해 게임을 하러 들어갈 수 있나.
대신 죽어라 하면 하는데, 게임은 별개 같다. 죽는 걸 모르면 가는데, 알고는 못 간다(웃음). 내가 죽는다고 자식이 죽는 건 아니니까.
▲ 애드리브로 완성된 장면도 있나.
주로 행동이다. 손을 휘두른다거나. 현주에게 '왜 뒤를 보지 말라고 하나' 물어보면서 주책스러운 제스처를 보이는 장면 등도 애드리브로 했다. 화장실 간다고 문열어 달라고 요청한 건 오히려 대사가 잘렸다.
▲ 1981년 연극 '더넥스트'로 데뷔해서 오랫동안 연기를 했지만, '오징어게임2'를 통해 새로 도전한 것도 있을까.
엄청난 홍보 스케일을 보면서 '내가 진짜 이런 것도 하네' 이런 생각을 했다. 미국도 다녀오고. 제작발표회 겸 월드프리미어 행사도 하고. '내가 이런 자리에도 서는구나' 싶었다.
▲ 소속사도 없고 SNS도 운영 안 한다.
SNS는 동근 씨가 만들어 준다고 했는데, 제가 안 했다. 그리고 소속사가 없는 건, 제가 연극이 우선이라 그렇다. 소속사 분들을 만나 '전 연극이 먼저인데, 그래도 저를 원하시냐'하니 안됐다. (웃음) 지금도 연극이 우선이다. 연극이 가장 마음이 편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유명세를 경계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있다. 그게 하나의 거품이 아닌가. '오징어게임2' 같은 작품도 나이 먹고 이렇게 해서 다행이다 싶다.
▲ 그렇게 연극을 사랑하는데, '오징어게임' 시리즈 촬영 기간이 길어져서 어떡했나.
연극 하나를 고사했다. 너무 미안했다. 연출에게 직접 전화했는데 '아니다. 이건 꼭 해야 한다'고 하더라. (웃음) '오징어게임' 시리즈 촬영이 끝나고 연극 2편을 했는데, 작년 연말에 더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쉽다. 올해엔 하고 싶다. 연극 외에 드라마, 영화에서는 '오징어게임2' 출연 소식이 알려진 후 출연 제안도 오기는 하는데, 스케줄 간만 오는 거 같다. 정해진 건 하나 정도다.
▲ 윤여정과 같이 나이와 상관없이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징어게임2' 이후 목표나 꿈이 커진 부분이 있을까.
글로벌 진출을 살짝 꿈꾼 순간도 있지만, 포기했다. 영어 단어 외우려고 해도 쉽지 않더라. 그런데 요즘은 파파고가 있더라. 굳이 뭐.(웃음) 이번에 미국 가서도 택시 기사님과 파파고로 대화했다. 외국에서 글로벌 스타가 돼 외국 작품을 찍고 하는 건 못할 거 같다. 하지만 우리말로 연기해도 된다고 하면 당연히 간다. 나이를 먹으면 서포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걸 적절히 해나가면서 무대에서 오래 연기하고 싶다.
▲ 시즌3에 대한 관전 포인트를 짚어줄 수 있을까.
시즌2에서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데 잘 안 보이는 느낌이 있다. 다음 시즌에서는 그분들의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기대해 달라.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