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 무어 깜짝 수상, '쇼군' 최다 수상... 화제의 골든 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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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골든 글로브 시상식 분석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넷플릭스 작품 '에밀리아 페레즈'와 A24 작품 '브루털리스트' 두 작품이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자가 되는 변호사, 리타의 이야기를 다루는 뮤지컬 영화다. 영화는 뮤지컬 부문에서 최고 작품상과 여우 주연상 (조이 살디나) 을 포함 총 네 개의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또 다른 화제작 '브루털리스트'는 세 시간 반에 가까운 러닝타임의 에픽 영화로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건축가로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최고 작품상과 남우 주연상(에이드리안 브로디), 최고 감독상을 포함 네 개의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두 작품 모두 3월에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유력 후보작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제작의 작품과 A24 제작의 작품이 나란히 올해 골든 글로브의 메이저 키워드가 되었다는 사실은 현재의 미디어 산업의 지형에서 주목해야 할 기록이다. 이들의 활약은 넷플릭스는 배급과 스트리밍 뿐에 더해 제작사로서 명실상부 할리우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방증, 그리고 상업영화의 일반 관객보다는 시네필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아트하우스 영화들에 집중하던 A24는 폭스나 파라마운트 등의 전통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밀리지 않는 메이저 제작사로 부상했다는 증거이다.
그 외 주목할 만한 수상이라면 '서브스턴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데미 무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과 영혼'의 청초한 몰리 역할로 국내에서도 사랑받았던 그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할리우드의 메인 여배우로 활약했지만, 이번 여우주연상은 놀랍게도 그녀의 첫 수상이다.
▶[관련 리뷰] 화려한 스타였던 ‘늙은’ 여배우…‘젊음’에 대한 집착으로 괴물이 되어 간다 젊음에 집착하는 50대의 여배우, ‘엘리자베스’ 캐릭터는 잦은 성형수술로 타블로이드의 커버를 장식했던 데미 무어 본인의 삶을 캐리커처 한 듯한 인물로 무어에게 이번 작품의 도전은 적지 않은 용기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팝콘 배우 (popcorn actress)’라고 사람들이 그녀를 칭했을 때 이런 상은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던 데미 무어의 수상 소감은 그렇기에 그녀의 어떤 대표작보다도 더 감동적이다.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최다 수상 (네 개 부문)을 기록한 '쇼군' 역시 올해 골든 글로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대부분이 일본 배우 캐스트로 이루어진 이번 '쇼군' 시리즈의 압승은 지난 골든 글로브의 인종 차별적 전통과 이슈를 바로 잡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골든 글로브는 작품의 51% 이상이 비영어 (대사)로 제작되면 자국 (미국) 작품이어도 자동으로 ‘외국어영화상/외국어드라마상’ 부문으로 분류되는 기준으로 많은 산업 관계자와 관객들에게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골든 글로브는 NBC로부터 방영을 취소당하고, 주요 스폰서들과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의 보이콧을 받는 등 곤혹을 감내해야 했고 이후로 여러 가지 쇄신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쇼군>의 최다 수상은 골든 글로브의 그러한 흑역사에 대한 반성이자, 인종과 국가를 불문하고 좋은 작품과 창작자를 존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관련 뉴스] 日시대극 '쇼군', 오징어게임 이기고 골든 글로브 4관왕
▶[관련 칼럼] 디즈니+ 10부작 ‘쇼군’… 야성의 시대 일본식 '국뽕' 6부까지만 보자
특히 일본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의 수상은 모든 이슈를 초월해서 반가운 소식이다. 타다노부는 '이치 더 킬러'(미이케 다카시, 2001), '녹차의 맛'(이시이 카츠히토, 2006) 등 2000년대 초반에 부상했던 작가주의 일본 장르 영화들에서 가장 활약했던 주역이자, 이제는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국민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2010년대부터 '미드웨이' '사일런스' '토르'를 포함한 다양한 할리우드 대작들에서 주요한 캐릭터를 맡으며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제작 국가와 장르, 스케일을 넘나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로 타다노부의 수상은 어쩌면 다소 늦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이번 골든 글로브 수상은 그러한 맥락에서 주연상과 공로상을 함께 인정받은 것과 같은 귀한 수상이 될 것이다.
'오징어 게임 2'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수상을 하지 못했지만, 올해 골든 글로브는 많은 유의미한 성취와 변화를 보여주었다. 특히 성 정체성과 인종의 다양성을 강조한 이번 시상식의 수상작들, 그리고 이러한 철학을 지지하는 넷플릭스와 A24의 압승은 현재 산업에 속해 있는 모든 창작자와 결정권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귀중한 ‘추이’가 아닐까 한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에밀리아 페레즈'는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자가 되는 변호사, 리타의 이야기를 다루는 뮤지컬 영화다. 영화는 뮤지컬 부문에서 최고 작품상과 여우 주연상 (조이 살디나) 을 포함 총 네 개의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또 다른 화제작 '브루털리스트'는 세 시간 반에 가까운 러닝타임의 에픽 영화로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건축가로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최고 작품상과 남우 주연상(에이드리안 브로디), 최고 감독상을 포함 네 개의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두 작품 모두 3월에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유력 후보작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제작의 작품과 A24 제작의 작품이 나란히 올해 골든 글로브의 메이저 키워드가 되었다는 사실은 현재의 미디어 산업의 지형에서 주목해야 할 기록이다. 이들의 활약은 넷플릭스는 배급과 스트리밍 뿐에 더해 제작사로서 명실상부 할리우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방증, 그리고 상업영화의 일반 관객보다는 시네필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아트하우스 영화들에 집중하던 A24는 폭스나 파라마운트 등의 전통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밀리지 않는 메이저 제작사로 부상했다는 증거이다.
그 외 주목할 만한 수상이라면 '서브스턴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데미 무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과 영혼'의 청초한 몰리 역할로 국내에서도 사랑받았던 그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할리우드의 메인 여배우로 활약했지만, 이번 여우주연상은 놀랍게도 그녀의 첫 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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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최다 수상 (네 개 부문)을 기록한 '쇼군' 역시 올해 골든 글로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대부분이 일본 배우 캐스트로 이루어진 이번 '쇼군' 시리즈의 압승은 지난 골든 글로브의 인종 차별적 전통과 이슈를 바로 잡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골든 글로브는 작품의 51% 이상이 비영어 (대사)로 제작되면 자국 (미국) 작품이어도 자동으로 ‘외국어영화상/외국어드라마상’ 부문으로 분류되는 기준으로 많은 산업 관계자와 관객들에게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골든 글로브는 NBC로부터 방영을 취소당하고, 주요 스폰서들과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의 보이콧을 받는 등 곤혹을 감내해야 했고 이후로 여러 가지 쇄신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쇼군>의 최다 수상은 골든 글로브의 그러한 흑역사에 대한 반성이자, 인종과 국가를 불문하고 좋은 작품과 창작자를 존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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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본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의 수상은 모든 이슈를 초월해서 반가운 소식이다. 타다노부는 '이치 더 킬러'(미이케 다카시, 2001), '녹차의 맛'(이시이 카츠히토, 2006) 등 2000년대 초반에 부상했던 작가주의 일본 장르 영화들에서 가장 활약했던 주역이자, 이제는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국민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2010년대부터 '미드웨이' '사일런스' '토르'를 포함한 다양한 할리우드 대작들에서 주요한 캐릭터를 맡으며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제작 국가와 장르, 스케일을 넘나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로 타다노부의 수상은 어쩌면 다소 늦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이번 골든 글로브 수상은 그러한 맥락에서 주연상과 공로상을 함께 인정받은 것과 같은 귀한 수상이 될 것이다.
'오징어 게임 2'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수상을 하지 못했지만, 올해 골든 글로브는 많은 유의미한 성취와 변화를 보여주었다. 특히 성 정체성과 인종의 다양성을 강조한 이번 시상식의 수상작들, 그리고 이러한 철학을 지지하는 넷플릭스와 A24의 압승은 현재 산업에 속해 있는 모든 창작자와 결정권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귀중한 ‘추이’가 아닐까 한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