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리 "요리는 기억과 감정, 영혼이 들려주는 이야기"
“셰프라면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야기는 레시피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요리하는 사람의 기억과 감정, 영혼으로부터 나오죠.”

7일 재미 셰프 에드워드 리(사진)는 요리 에세이 <스모크&피클스> 국내 출간 기념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 ‘아이언 셰프’에서 우승하며 현지에서 스타 셰프로 자리 잡은 에드워드 리는 지난해 넷플릭스 요리 대결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에드워드 리는 “이 책은 11년 전 딸이 태어난 해에 처음 쓴 요리책”이라며 “요리에 관한 철학과 내 정체성의 뿌리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레시피와 이에 얽힌 에세이가 함께 실렸다.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겪은 성장 과정과 요리사로서 경력을 시작한 이야기 등을 따라 소, 돼지, 양, 해산물, 피클 등 가정에서 다룰 수 있는 음식 재료를 이용한 요리를 소개한다. 에드워드 리는 “요리는 단순한 조리 행위가 아니라 문화와 정체성, 가족 인간관계를 탐구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책에 실린 첫 요리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준 ‘냄비밥’이다. 밥솥에 비해 조리가 까다로운 냄비밥은 에드워드 리에게 가난과 혼란, 전쟁으로 점철된 할머니의 일생을 떠올리게 했다. 냄비밥으로 누룽지를 만드는 레시피도 나와 있다. 에드워드 리는 “할머니는 된장찌개, 깍두기, 장조림 등을 정해진 레시피가 아니라 손맛으로 요리했다”며 “나도 기억으로부터 그 손맛을 끄집어내서 요리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리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기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글을 쓰기 위해 새벽마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고 한다. 밤 11시부터 새벽 3시 사이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나에게 요리 외 최고의 예술을 꼽자면 글쓰기”라며 “늘 시간에 쫓기는 요리와 달리 글쓰기는 시간을 걱정하지 않고 오로지 혼자서 집중할 수 있어 좋아한다”고 밝혔다.

직업인으로서 셰프는 개인 시간을 갖기도 어렵고 성공도 보장되지 않아 쉬운 길이 아니지만, 요리뿐 아니라 그릇 닦기, 테이블 정리 등 모든 과정을 즐기고 사랑한다고 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