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강달러 꺾이자…유가 6거래일 상승세도 꺾였다[오늘의유가]
6거래일 연속 오르던 국제유가가 6일(현지시간) 상승세를 마감했다. 달러가 미국 경기 지표 부진으로 약세를 보였고 유럽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54% 내린 배럴 당 73.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3월물은 0.27% 내린 배럴 당 76.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말부터 6거래일 연속 오르던 유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WTI는 지난달 26일 69.62달러에서 지난 5일 74.14달러로, 같은기간 브렌트유는 73.26달러에서 76.64달러로 상승하며 약 두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파에 따른 미국 난방유 수요 증가, 중국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이 기간 유가를 끌어올렸다.
트럼프發 강달러 꺾이자…유가 6거래일 상승세도 꺾였다[오늘의유가]
유가 하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 관세 공약을 완화할 것이라는 보도가 영향을 미쳤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당선인의 참모들이 당초 공약인 '10~20% 보편관세 부과' 대신 '미국·경제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치는 품목'에만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 넘게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지만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66% 내린 108.24로 마감했다. 달러가 약해지면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구매자는 달러로 표시되는 원유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해상 석유 및 가스 시추 플랫폼인 에스더가 보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씰 비치 부두에서 사람들이 서 있다. AFP
해상 석유 및 가스 시추 플랫폼인 에스더가 보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씰 비치 부두에서 사람들이 서 있다. AFP
미국 경제지표들도 부정적이었다.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미국 상품 신규주문은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상업용 항공기 수요가 약세를 보이면서다. 세계 양대 여객기 제조사이자 미국 최대 제조업체 중 하나인 보잉은 지난해부터 파업 및 안전 문제로 인해 항공기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침체에 빠진 독일이 예상보다 큰 물가 상승 폭을 기록한 것도 유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독일 물가상승률은 2.9%로 시장 예상치인 2.6%을 뛰어넘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지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ECB가 유럽 경기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려 해도 독일 물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카르스텐 브레제스키 ING 글로벌매크로 책임자는 "인플레이션 괴물을 정복한 여름 축제는 시기상조"라며 "ECB에 스태그플레이션의 유령을 가져왔다"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해 경제 성장과 에너지 수요를 둔화시킬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재점화가 유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