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4.7%→빅테크 폭락…하워드 막스 "닷컴버블 전과 비슷"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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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는 7일(미 동부시간)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두 가지 악재로 인해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먼저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젠슨 황의 CES 연설은 정말 '뉴스에 팔아라' 이벤트가 됐습니다. 어제 사상 최고가로 치솟았던 엔비디아는 6% 넘게 떨어졌습니다. 엔비디아처럼 최근 급등했던 팰런티어 테슬라 애플 등도 '매도' '중립'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미끄러졌습니다. 두 번째는 금리가 계속 오른 것입니다. 채용공고(11월)가 증가하고, 서비스업 경기(12월)가 개선되는 등 경제 데이터가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입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7%에 육박했습니다. '좋은 뉴스는 나쁜 뉴스'로 작용한 것이죠. 오는 10일 강한 12월 고용보고서가 나온다면 금리가 더 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 동부시간으로 어젯밤 9시 30분 있었던 젠슨 황의 CES 기조연설은 대단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AI를 뒷받침하는 AI 플랫폼 '코스모스'(Cosmos) 출시 ▲개인용 초소형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트' 5월 출시 ▲AI 아키텍처 '블랙웰'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용 그래픽카드 'RTX 50' 시리즈 출시 ▲블랙웰 칩은 본격 양산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젠슨은 스케일링 법칙이 경험적(empirical)이며,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사전 훈련, 사후 훈련, 테스트 단계에서의 컴퓨팅 문제가 더 많은 컴퓨팅을 통해 해결될 수 있으므로 이 법칙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딥워터 매니지먼트의 진 먼스터 매니징 디렉터는 "스케일링이 AI 칩에 막대한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황 CEO의 말이 맞다면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요가 대부분의 예상보다 몇 년 더 강력하게 지속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젠슨 황은 미래를 수백만 대의 로봇, 자율주행차, 자동화된 공장이 있는 곳으로 묘사했는데요. AI 붐이 조만간 멈출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시티그룹은 "2035년까지 13억 개의 AI 로봇이, 2050년까지 40억 개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월가 반응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웨드부시는 "젠슨 황의 발표는 그들의 엄청난 기술적 우위를 더욱더 확대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엔비디아는 AI 컴퓨팅 및 생태계에서 지속해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클라우드에서 기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스티펠은 "이번 발표는 엔비디아의 경쟁적 해자를 더욱 깊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는 예상되던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반도체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로보틱스 및 물리적 AI 테마 등장 ▲더 강력한 게임용 그래픽카드 ▲AI PC 시장 진입 가능성 등을 점쳤었죠.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젠슨 황의 기조연설은 예상에 부합했고 놀랄만한 발표는 없었다. 사실상 별다른 일이 아닌 사건(nonevent)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벤치마크는 "예상대로 젠슨 황은 AI 산업의 현황과 미래 방향, 그리고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리더십을 더 확대하는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많은 투자자가 블랙웰 양산에 대한 구체적 업데이트와 차세대 루빈에 대한 언급을 원했는데, 블랙웰에 대한 언급 대부분은 이미 시장에 알려진 것이었고, 루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2~0.3% 상승 출발했습니다. 엔비디아도 2% 오르면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상승세는 몇 분 가지 못했습니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11분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사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날 "반도체 주식들은 작년 CES 때도 개막 전날인 월요일에 엄청나게 움직였고, 엔비디아 주가(+6.43%)가 가장 주목할만했다. 하지만 이런 설정 이후 엔비디아는 4~5개월 동안 극도로 한정된 범위에 묶여있었다"라고 지적했었죠. 이른바 CES가 '뉴스에 팔아라'라는 이벤트가 됐다는 뜻입니다. 리츠홀트웰스의 조시 브라운 CEO는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명시할 것은 엔비디아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상승세를 보인 종목이다. 그러므로 하루 마이너스 5%를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많은 투자자가 젠슨 황의 키노트 발표가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주식을 샀다. 연설에 대한 기대는 확실히 충족됐다고 보지만 '알겠어, 거래는 끝났어. 이제 빠져나가자. 벌 건 벌었어" 이런 식의 매도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건 매우 흔하다. 소위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다(buy the rumor, sell the news)'라는 말처럼. 만약 오늘 움직임이 앞으로 20% 추가 하락하는 시작점이라면 그건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저는 오늘 약세를 그런 식으로 확대 해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최근 엔비디아는 많이 올랐습니다. 올해 들어 어제까지 일주일도 안 된 사이에 11% 상승했지요. 그래서 차익 실현이 나타난 것일 겁니다. 문제는 엔비디아만 아니라 대부분 빅테크가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식 매수를 권하는 게 직업인 월가에서도 빅테크에 대해 중립, 매도 등 부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테슬라에 대한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목표주가는 400달러에서 490달러로 높였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테슬라의 주가는 전기차, 로보택시, 옵티머스, 에너지 사업 등에서 대부분의 장기적 잠재력을 반영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촉매가 있다. 상반기 저비용 모델 출시, 하반기 또 다른 신형 모델 출시, 로보택시 출시, 완전자율주행 업데이트 등이다. 그런데 이를 실행하는 위험은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업계와의 경쟁 심화 및 중국과의 저가 경쟁, 전기차 수요 악화, 제품 출시 지연, EV 인센티스 변화 등의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모펫네이선슨도 애플에 대한 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목표가는 202달러에서 188달러로 낮췄습니다. 모펫네이선슨은 ″지난 몇 달 동안 실제 뉴스가 없는 상황에서 애플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는 사실이 많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실 애플과 관련된 뉴스는 많이 있었다. 그저 모든 것이 나빴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펫은 아이폰 16과 애플 인텔리전스(AI)에 대한 미온적 반응과 중국에서의 도전, 트럼프 관세가 애플의 공급망을 손상할 가능성 등을 악재로 들었습니다.
어제 모건스탠리는 팰런티어에 대해 "주가가 회사의 내재적 가치보다 너무 앞서서 거래되고 있어 투자등급을 정당화할 수 없다"라면서 투자등급을 비중축소로 낮추기도 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고객사들이 AI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술/역량이 향상될 가능성이 있어, 팰런티어가 현재 모멘텀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주식이 고평가된 상태라는 점에서 하락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술주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오전 10시 발표된 경제 데이터는 줄줄이 예상보다 좋게 나왔습니다. 노동부가 발표한 작년 11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서 채용공고 건수는 10월(783만9000건)보다 25만9000건 많은 809만8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5월(823만 건) 이후 가장 많습니다. 월가 예상(770만 건)도 상회했고요. 10월에도 증가했었는데요. 두 달 치 증가분 72만6000개는 2022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것이기도 합니다. 실업자 1인당 채용공고 수는 10월의 1.12개에서 1.13개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채용(hires)은 527만 건(-12만5000건)으로 감소하면서 채용률(hire rate)은 3.3%(-0.1%포인트)로 떨어졌습니다. 2013년 이후 최저입니다. 채용도 줄었지만, 퇴직도 감소했습니다. 자발적 퇴직(quit)은 307만 건(-21만8000건), 해고(layoff)는 177만 건(+1만7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웰스파고는 "11월 JOLTS 보고서는 채용공고는 6개월 최고치인 810만 건으로 증가하는 등 노동 수요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를 제공했다. 그런데도 이직과 해고는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 관망 상태에 있음을 시사한다. 자발적 퇴직 비율은 1.9%라는 이번 경기 사이클 최저로 떨어졌다. 고용주는 해고를 꺼리고 있지만, 신규 채용도 안 하고 있다. 해고율은 1.1%로 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졌고, 채용률은 3.3%로 최근 10년간 보지 못했던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11월 채용공고가 증가하면서 3개월 이동평균도 1년 만에 처음으로 소폭이지만 증가세로 돌아섰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1을 기록해 11월(52.1)보다 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지난 24개월 중 22개월째 확장 국면(50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세부 지수를 보면 생산은 53.7에서 58.2 신규 주문은 53.7에서 54.2로 높아졌습니다. 고용은 51.5에서 51.4로 살짝 낮아졌고요. 문제는 물가였습니다. 지불가격은 58.2에서 64.4로 무려 6.2포인트나 뛰었습니다. 64.4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컸던 202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것입니다. 관세에 대한 우려 탓일까요? ISM의 스티브 밀러 조사위원장은 "12월 서비스 PMI는 주로 생산, 납품 등의 강점으로 인해 상승했다. 많은 산업에서 낙관적 전망이 나왔지만, 기업에서 나온 가장 많은 발언은 관세에 대한 우려였다"라고 밝혔습니다. BMO는 "서비스 PMI는 경제가 2025년까지 견고한 기반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좋은 소식이지만, 탄탄한 경제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지불 가격이 64.4로 급등한 것이다. 202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자재 및 임금 비용이 오른 가운데 완고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여준다. 이는 이미 신중해진 미 중앙은행(Fed)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Fed는 금리 인하에 있어 더 느린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좋은 경제 데이터가 나온 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4분기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2.4%에서 2.7%로 높였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소폭 오름세를 보이던 국채 금리는 경제 데이터가 나온 뒤 5bp 안팎 뛰었습니다. 금리 상승세는 오후 1시에 국채 경매 결과가 나온 뒤에도 계속 높게 유지됐습니다. 390억 달러어치가 판매된 10년물 경매에서 발행 금리는 4.680%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678%에 비해 0.2bp 높게 형성됐습니다. 응찰률은 2.53배로 전월 2.70배보다 낮았고 해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수요도 61.4%(전월 70.0%)에 그쳤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최근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오늘 발행 수익률은 12월 경매보다 44.5bp나 높았고, 2007년 8월 이후 가장 높게 결정됐다. 그런데도 수요가 강하지 않았다. PMI에 나타난 것처럼 관세 걱정, 인플레이션 걱정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내일은 30년물 경매가 있습니다. 30년물은 해외 투자자 수요가 많은 국채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 베팅이 기존 두 차례에서 한 차례로 감소했습니다. 12월 말까지 4~4.25%로 유지된다는 얘기입니다. 리처드번스타인리서치는 "실업자 1인당 채용공고 수가 최근 반등을 이어가며 노동 시장이 긴축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Fed의 금리 인하로 점점 더 잘못된 쪽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아폴로매니지먼트의 토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첫 인하 이후 10년물 수익률이 100bp 넘게 올랐는데 이는 비정상적이다. 시장은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는데 재정 우려 탓인지, 해외 수요 감소 탓인지, 아니면 Fed의 금리 인하가 정당화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장기 금리의 상승, Fed 금리 인하 기대 후퇴는 증시에 압박을 가했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지난주 "장기적으로는 기업 실적이 주가를 견인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장기 금리의 상승은 주식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라며 4.5%는 '극복 가능한 역풍', 4.75%는 '더 깊은 조정', 5%는 '강세장 위협'을 촉발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으로 주목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에버코어에 따르면 2020년 금리가 바닥을 친 뒤 주가는 지난주까지 1754일 동안 누적적으로 117% 상승했는데요. 하지만 10년물 금리가 4.5% 이상을 유지했던 89일 동안의 수익률은 -2.1%, 4.75% 이상이었던 20일 동안은 -3.7% 하락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비농업 고용이 8만9000개로 급감한) 작년 8월의 경제 성장에 대한 공포 이후 시장은 좋은 뉴스에 좋게 반응하면서 '금리 상승, 주가 상승'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10년물 수익률이 4.5%를 확실히 넘어서면서, 우리는 시장이 다시 '좋은 소식은 나쁜 소식'이라는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주 금요일(10일) 발표될 10월 고용이 월가 컨센서스인 인 15만5000개보다 더 많이 나오면 국채 수익률이 더 오르면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성장 공포는 가라앉았고, 인플레이션/금리가 시장의 더 큰 초점이 되고 있다. 우리는 비농업 고용 증가의 골디락스 범위가 12만5000~17만5000개 사이에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컨센서스는 15만 개 안팎입니다. JOLTS 데이터를 보면 더 올라갈 수도 있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1월과 12월의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를 보면 21만~22만 건으로 본질적으로 같다. 그래도 12월 고용은 11월 22만7000개보다는 적을 것이다. 11월에는 허리케인과 보잉 파업에 따른 혼란이 복구되면서 회복된 고용을 포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오후 3시 40분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6.5bp 오른 4.681%, 2년물은 2.1bp 상승한 4.291%에 거래됐습니다. 한때 4.699%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 수준인 4.7%에 근접했었는데, 오후에 주가 내림세가 거세지자,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일부 채권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 폭이 줄었습니다. 엔비디아 급락+금리 상승 등 두 가지 악재가 계속해서 뉴욕 증시를 압박하면서 주요 지수는 결국 급락세로 마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1.11% 내렸고 나스닥은 1.89%나 하락했습니다. 다우는 0.42% 내렸습니다. 엔비디아가 6.22%, 테슬라가 4.06% 내리는 등 빅테크가 모두 급락했습니다. 매그니피선트7 ETF는 2.7% 떨어졌습니다. 다만 다행인 것은 빅테크를 제외하면 오른 종목도 꽤 있었다는 겁니다. S&P500 종목 중에 232개가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동일비중 S&P500 지수는 0.33% 내리는데 그쳤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오늘 시장이 추악했지만, 동일가중 S&P500 지수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탈출하려는 것보다는 순환매 같아 보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리 상승의 원인이 단순히 성장 때문이라면 주가가 회복되겠지만 인플레이션, 재정 적자 우려 때문이라면 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에서는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10년물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 수익률에 비교해 주가의 밸류에이션은 더 높아집니다.
베리언트퍼셉션은 "실러 PE를 10년물의 기간프리미엄과 비교하면 1999/2000년 기술 버블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러 PE는 경기 조정 주가수익비율(CAPE, Cyclically Adjusted Price-to-Earnings Ratio)라고도 하는데요. 단기 경기 변동이나 일시적 이익 증가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현재 주가를 과거 10년 동안의 평균 실질(물가 조정) 이익으로 나누어 계산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가 만든 것으로 2000년 증시 급락과 2006년 주택 거품을 예측했지요. 가치투자자인 하워드 막스는 오늘 '거품 경고'(On Bubble Watch)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막스는 "정확히 25년 전(2020년 1월 7일)에 버블닷컴(bubble.com)이라는 글을 썼었다"라면서 현재 S&P 500의 시장 구조와 밸류에이션이 버블의 초기 신호를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먼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등 매그니피선트 7 주식이 전체 시장의 약 32~33%를 차지하는 데 대해 "과거 5년간 비중이 두 배로 증가했으며, 이는 2000년 기술-미디어-통신(TMT) 버블 당시보다 주도주에 비해 두 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런 지배적 위치가 펀더멘털(기초 경제적 실체)을 넘어서는 심리적 과열 때문에 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버블은 종종 혁신 기술과 연관되어 있다면서요. 그는 "엔비디아의 P/E 비율은 30배 수준으로, 과거 니프티피프티 시대의 60~90배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전체 시장에 대해서도 주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S&P500 지수가 2023년 26%, 2024년 25% 상승하여 1997~98년 이후 가장 좋은 2년을 기록했는데 이건 역사상 5번 밖에 없었던 일이라는 것이죠. 그러면서 지금 주의해야 할 것으로 5가지를 지적했습니다.
▶2022년 말 이후 우세했던 낙관론
▶S&P500지수의 평균 이상의 높은 밸류에이션 및 대부분 산업 업종 주식이 전 세계 나머지 산업의 주식보다 더 높은 멀티플에 거래된다는 사실
▶AI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런 투자심리가 다른 첨단 기술 분야로 확장되는 것
▶상위 7개 기업이 지속해서 성공할 것이라는 암묵적 가정
▶S&P 상승 일부는 ETF 투자로 인해 내재적 가치와 상관없이 상위 7개 주식을 자동 매수한 데서 비롯되었을 가능성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자체적 장점과 관계없이 지난 2년 동안 465% 상승했다는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막스는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일부 반론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S&P500의 P/E 비율은 높지만 미친 수준은 아니다
▶매그니피선트 7은 놀라운 기업들로 높은 P/E가 정당화될 수 있다
▶아직은 사람들이 '주가가 얼마든 상관없어'(there’s no price too high)라고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막스는 "저는 주식 투자자가 아니고, 기술 전문가도 아니다. 그래서 버블에 있는지에 대해 권위 있게 말할 수 없다. 저는 제가 보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고,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할지 제안하고 싶을 뿐이다. 25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이라고 글을 맺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